어려보여 27(2001.11.23)
2001/11/23
어제는 kcef workshop에 갔다왔다. 이제 성수도 노장에디터로서 사라져야 할 운명이다 (근데 교수님께서 후임을 안 뽑아주신다니 더 버틸지도 모른다.) 새로 들어오는 수습에디터 후보와 회원을 위한 workshop이 끝나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대 후문에 위치한 '동문추어탕'에 갔다. kcef에서 자주 가는 장소다. 거기서는 보통 추어튀김과 매운탕, 멸치회 그리고 가끔씩 장어구이 등등을 먹는다. 고시생 몸보신하는 좋은 기회다. ^^ (사실 이거 때문에 성수가 kcef 나간다는 설도 있다)
그 추어탕집 주인아주머니가 꽤나 재밌으신 분이다. 말씀도 재밌게 잘하시고, 붙임성도 좋으시고. 그런데 내가 kcef 사람들과 그 추어탕집에 갈 때마다 이 아주머니 나를 대하는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거의 교수님 급으로 대하신다.
'어떻게, 괜찮으셨나 모르겠네요'
'입맛에 맞으셔야 할텐데..'
이런 말들을 내게 하신다. 이거... 아무래도 학생한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런 말 안했지만 그래도 교수님을 제외한 유일한 남자라서 신경쓰는거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아주머니께서 술을 좀 드신 채로 (3병이라나..) 우리 테이블에 오셨다. 그리고는 교수님과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고, 술잔도 나누셨다. 교수님 한 잔, 아줌마 한 잔. 이런 식으로. 그러다 옆에 앉아있던 성수에게도 한 잔. 얼결에 2잔 받아먹었다.
이 아주머니께서 성수를 몇 살로 보는지 궁금해서 앞에 있던 누나에게 물어보라고 시켰다.
'글쎄.. 20대로 보이는데요.'
그럼 그렇지. 20대란다. ^^ 역시 남자 몇 명 없으니까 챙겨준거였어. 고럼고럼.
그때 옆에 있던 후배 초를 친다.
'20대도 20대 나름이죠.'
허걱.. 그래, 그거 맞는 말이다.
아줌마 : 20대 맞는 것 같은데, 30대는 아니죠?
성수 : 그럼요. 20대 맞어요.
아줌마 : 그래요, 30대로는 안 보이는데. 한 27쯤
성수 : 허걱.. 27이요?
97 누나 : 아니에요. 저보다 한 살 어려요.
교수님 : 이 친구, 아직 학부생이고, 서울 법대 4학년이에요.
아줌마 : 어머, 그래요. 4학년이에요?
성수 : 저 군대도 안 갔다왔는데요. -_-
아줌마 : 군대도 안 갔다왔어요? 어머.. 미안해요. 전 대학원 다니는 줄 알았어요.
아줌마 이제 정신을 차리시고 수습에 들어갔다
아줌마 : 내가 실수했네. 근데 어려보여요.
어려보이는데 27이란 말인가. ㅜㅜ 그럼 몇 살로 본거야?
옆에 계시던 교수님도 나름대로 수습하시려 노력하셨다.
교수님 : 나 처음 왔을 때도 아줌마께서 날 연대 대학원생을 알아봤어.
성수 : 교수님은 대학원생으로 보는데 왜 나는 27으로 봐요? ㅜㅜ
차라리 말씀을 마시죠.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