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들

왜 글쓰기인가

samworld 2015. 11. 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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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ef workshop 에 토론에디터로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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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개인의 능력을 학벌을 기준으로 해서 판단해왔다. 학벌이 좋은 사람이 곧 능력있는 사람이라 여겨지는 '학벌중심사회'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떤 대학, 어떤 과에 가느냐로 개인의 지위가 결정되고, 학벌은 평생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하는 잣대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명문고란 것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느냐가 아니라 유명한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집어넣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이를 반영한다. 대학입시에 목을 매고,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가볍게 뛰어넘는 것도 역시 이른바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평생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학벌중심사회는 점점 해체되고 있다. 아직도 요원한 길이기는 하지만 서서히 '능력중심사회'로 우리 사회는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어떤 대학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생에 걸쳐 얼마만큼 자신을 계발하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평생직장'이란 말을 밀어내고 '평생직업'이라는 말이 직장인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능력중심사회'로 서서히 이동해가는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평생직업'에 있어서는 자신의 학벌, 현재의 직위 등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고, 어떤 일을 잘하며, 그 직업에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능력이 있느냐가 큰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능력중심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양자를 비교해가며 생각해보자.

학벌중심사회에서는 지식소비자이기만 하면 된다. 지식소비자란 다른 사람이 창출해내서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 그대로 표출하는 사람이다. 자료를 저장한 후 꺼낼 수 있는 디스켓에 불과하다. 따라서 학벌중심사회에서 학교는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지식을 지식소비자인 학생에게 주입시켜주기만 하면 되었고, 학생은 그걸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었다. 즉 학교는 지식상점에 불과하다. 이 사회에서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의 능력으로 평가된다. 열심히 외워서 학점을 받고, 졸업장을 따기만 하면 되었고, 이 때의 졸업장은 지식을 얼마나 소비했는가를 보여주는 계산서에 불과했다. 지식의 전달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능력중심사회에는 지식소비자에 머물러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지식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지식생산자는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다시 말해 지식을 가공해내는 사람이다. 능력중심사회에서 말하는 능력이란 바로 새로운 지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학교란 단순히 지식의 전달 통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생산자로서의 학생을 훈련시키는 곳이 되어야 한다. 비유하자면 이 때의 학교는 '생산기계공장'이라 할 수 있다. 능력중심사회에서는 졸업장만으로는 소용이 없고, 얼마만큼 높은 가치의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능력중심사회에서 필요한 가치창출능력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런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산재해 있는 지식 중에서 몇몇을 선택한 후 이를 재배열하여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지식을 가공하여 '글'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전혀 의미없어보이는 지식의 집합에서 어떤 일관성을 끄집어내고 이를 하나의 체계로 만들어내는 것이 글쓰기인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수많은 지식의 하나일 뿐인 것을 발굴하여 잘 갈고 닦아 새로운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글쓰기인 것이다. 글쓰기가 바로 능력중심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적 역량'인 것이다.

그런데 지식의 생산이라 하여 모두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tv를 하나 만든다고 하자. tv를 생산하기까지에는 수많은 공정이 필요하다. 간단히 생각해도 tv의 설계, 부품의 생산, 부품의 조립이 있다. 이 중 가장 핵심적인 작업은 바로 tv의 설계이다. 단순한 부품조립은 돈도 별로 못 받을 뿐 아니라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 그러나 tv의 설계는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큰 돈을 받는다. tv의 설계가 보다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를 글쓰기에 적용해보면 똑같이 글을 쓰더라도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양의 정보를 주고, 같은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글이 나온다. 개인의 글쓰기 능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능력중심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요약본같은 글을 써서는 안된다. 남들과 다른 글, 뭐 하나라도 독특한 구석이 있는 글을 써야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글쓰기 훈련'을 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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