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남자 찾는 방법
2001/8/11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어떤 남자가 정말 괜찮은 남자냐고. 그럴 때마다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대답을 했다. 뭐니뭐니해도 성격이 좋아야겠지, 착한 남자를 찾아봐, 자상한 게 좋지 않을까 등등... 그렇게 즉흥적으로 대답하다가 정말 괜찮은 남자는 어떤 남자인지 한 번 제대로 따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괜찮은 남자란 어떤 남자일까? 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남자인지도 궁금했다. 여기서 말하는 괜찮은 남자란 어디까지나 여자 입장에서 애인, 혹은 남편감으로 좋을 것 같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괜찮은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는 비교적 답이 쉽게 나온다. 대체로 이해심많고, 자상하고, 재밌는 사람이면 괜찮은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따지면 한이 없지만 이정도면 괜찮은 남자라는데 대체로 동의할 거다. 문제는 이런 남자를 어떻게 찾느냐 하는거다.
괜찮은 남자인지 판단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별로라는 점이다. 영화 'what women want'에서 주인공 멜 깁슨은 'men's man'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인 것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멜 깁슨의 경우를 보면 잘 드러나지만 능력있는 남자다. 능력 있는 남자 좋지 않냐고? 좋지.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란 일할 때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잘 놀고, 여자 잘 꼬시는 능력이다. 술 잘 마시고,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밤새 놀고 해야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가 될 수 있다. 소위 말해서 리더쉽이 뛰어나서 따르는 친구나 후배들이 많고 동문회나 술모임에서 주도권 잡고 분위기를 흥겹게 해주는 남자다. 이런 남자 그냥 볼 때는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인기있고 성격도 좋고 재밌고. 그런데 이런 남자가 애인이나 남편이라고 하면 피곤해진다. 생각해봐라. 맨날 친구들 만나서 당구치고 술마시고 놀러다니는데 여자친구나 부인과 같이 할 시간 있을 리 없다. 이런 남자와 사귈려면 같이 당구치고, 술마시고 다녀야 한다. 이런 거 좋아하는 여자라면 상관없다. 자신이 이럴 자신있는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 결혼해서 남편이 새벽 2시에 친구들 우루루 끌고 와서 술상 차리라고 하면....
반대로 여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정말 괜찮은 여자다. 남자들은 괜찮은 여자 고르기 쉽다. women's woman을 찾으면 된다. 문제는 이런 여자를 알아볼 안목이 대다수의 남자들에게 없다는 것. 불행한 일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대체로 women's woman과는 정반대이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헛다리 짚기 일쑤다.
자, 괜찮은 여자를 찾고 싶으면 믿을만한 여자 조언자가 하나 있으면 된다. 공정하게 말해줄 수 있는 여성 조언자가 있다면 그녀가 정말 괜찮은 여자를 당신에게 추천할 것이다. 문제는 괜찮은 남자를 찾을 때는 이런 방법을 쓸 수 없다는거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괜찮은 남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 이처럼 other gender를 통한 검증이라는 방법을 쓸 수 없다면 과연 괜찮은 남자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옛 말에 이런 말이 있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이 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그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레벨끼리는 통한다 라는 말이다. 이 말을 여기에 적용해보면 괜찮은 남자를 찾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가 괜찮은 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괜찮은 남자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이 나왔다. 지금 당신이 정말 괜찮은 남자를 찾고 싶다면 먼저 괜찮은 여자가 되자.
그런데 이 방법도 별로 권장할 만한 것이 못된다. 저 말이 그럴듯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괜찮은 여자가 괜찮은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보통 women's woman은 남자들한테 별로 인기가 없다. 이건 남자들이 안목이 없기 때문인데, 어쨌든 이처럼 남자한테 인기가 없다보니 정말 괜찮은 여자의 경우 남자를 사귀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마련이다. 모든 것에는 경험이 중요하지만 특히 연애에 있어서 경험 무척 중요하다. 여러 남자를 만나보고 많은 경험을 해야, 그 사람이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인지, 아니면 정말 진국인지 알 수 있다. 이건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괜찮은 여자는 이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엉뚱한 남자 만나서 고생할 수 있다. 따라서 괜찮은 남자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 남자를 만나보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남자 만나는데만 신경쓰고 괜찮은 여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당신이 괜찮은 남자를 우여곡절끝에 찾았다고 하자. 그런데 괜찮은 남자 주위에는 분명 많은 여자가 있을 것이다. 그 때 당신이 괜찮은 여자가 아니라면 기껏 찾은 괜찮은 남자와 사귀는 것은 힘들게 된다. 괜찮은 남자도 괜찮은 여자를 만나고 싶어할 테니까. 그러므로 괜찮은 남자를 찾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스스로 괜찮은 여자가 되기, 많은 남자를 만나서 남자 보는 안목 쌓기. 어렵다고? 글쎄.. 어떤 사람을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느냐는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ps. 근데 성수는 괜찮은 남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