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2박 3일 - 첫 날 (2008.10.28)
부산 여행은 부산 출신 동기 1명이 뼈대를 짜고, 다른 부산 출신 동기들이 살을 붙여 완성시켰다. 나는 이 정보를 편지를 통해 아내에게 보냈고, 아내가 심층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옴으로써 우리의 부산 여행 플랜은 완성되었다. 이 자료를 가지고 임관식날(24) 영천에서 부산으로 바로 날라갔다.
영천은 경부선이 아니라 대구에서 울산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영천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해운대역으로 갔다. 빙빙 돌아가는 무궁화호라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저녁 때였다. 역에서 바닷가까지는 금방이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구경하려고 열심히 걸어가는 중에 문득 한 가게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살이 쪽 빠져서 맞는 옷이 없는 마당이라 옷을 사야겠다 싶었는데 괜찮아 보이는 옷이 걸려있는 보세가게가 내 발을 잡아끌었다.
스페인에서 한 번 경험해본 현지에서 옷 조절하기 신공을 발휘하여 즉석에서 이쁜 옷을 사 입었다.
바짝 달라붙는 슬림한 흰 티와 평소에 사고 싶었던 따뜻한 느낌의 체크 남방이었다. 까까머리가 맘에 걸리긴 하지만 윗도리는 대충 마음에 들었다. 옷을 사입고서 동백섬으로 갔다. 꽃피는 동백섬의 ~~~ 그 동백섬이다. 그러나 옷 사느라 너무 지체한 나머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동백섬을 포기하고 빵집을 찾아갔다. 부산에서 맛있다는 빵집이 동백섬 입구 부근에 있었다. ops라는 이 빵집은 기대 이상이었다. 천연재료로 자연스러운 맛을 냈는데, 특히 정성들여 달인 팥 제품이 인상적이었다. 팥 매니아인 성수가 거의 쓰러질 지경으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냈다.
빵을 사들고 백사장을 걸었다. 먹다가 걷다가 앉아서 놀다가 또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해안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 앉아 술 한 잔 하면 좋겠다. 술이 절로 들어가겠다.
해안에서 놀다가 배고파서 산곰장어를 먹으럭 갔다. 추천받기로는 자갈치 시장에 있는 곳으로 가라 했는데, 멀고 졸려서 해운대 시장에서 먹었다. 시장 골목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들어갔더니 역사가 꽤 오래된 모양이라 마음에 들었다. 써빙하는 아가씨들이 한국말을 잘 못해서 서비스에 애로사항이 있긴 했지만 맛은 좋았다. 막 껍질을 벗기고 툭툭 쳐내 양념에 묻혀 나온, 꿈틀거리는 곰장어를 불판 위에서 구워 먹었다. 아내는 맵다 하는데 난 매운 줄도 모르고 먹었다. 싱싱한 것이, 부드러운 것이, 빵으로 배를 채운 상황만 아니면 몇 인분 더 시켜먹었을 터였다. 아쉽게 꼭 먹어야 한다는 볶음밥만 한 공기 해서 먹었다.
먹느라 사진은 없다.
첫 날은 그렇게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