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09. 7. 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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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들어간 일본식 술집. 메뉴에 낯선 음식이 많다.

"나, 이거 시켜도 돼? 명란젓 구이"

"그래. 근데 왜?"

"심야식당이란 만화가 있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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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BEYARO (미우,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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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은 음식만화다.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식당은 한가지 음식을 가지고 손님의 이야기를 매회 풀어나간다. 음식만화라고 하면 '산지에서 지금 막 잡아온 지금이 제철이라 더욱 더 맛있는 요리재료'로 '하늘에서 눈이 내려 가슴에 쌓이다가 땅에서 올라온 부드러운 온기에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한 맛'의 음식을 하는 만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디 음식에 화려한 일류요리만 있는가. 소박한 가정요리도 있는 법. 메뉴에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하나만 올라와 있지만, 재료가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어떤 요리라도 해주는 곳이 심야식당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에 나오는 음식은 소박하다. 첫 회에는 '빨간 비엔나 구이'가 등장한다. 야쿠자가 주문하는 빨간 비엔나 구이를 주인은 문어모양으로 요리해준다. 거기에 계란말이를 먹는 게이바 주인 할아버지(?)의 조용한 교감이 첫 회의 전부다. 소박한 음식만큼이나 소박한 줄거리다. 요약하고 말고 할 것도 없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멋진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소박한 만화가 가슴을 흔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도 한 번은 먹어본, 그저 집에서 집반찬으로 먹던 요리를 주문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더운 여름이면 차가운 수박을 나눠먹고, 크리스마스에는 첫 회의 야쿠자 아저씨가 교도소에서 사귄 친구가 보내온 게를 손님들이 다 같이 구워먹는 이 담담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들어온다.

그런 이유로

만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이런 탄식을 내뱉게 된다.

근처에도 하나 있었으면...

부담없이 맘편히 그냥 찾아가서 계란말이 하나 해주세요. 할 수 있는 편한 식당이 있었으면, 그렇게 만만하게 찾아가서 밥 한 끼 먹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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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