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09. 12. 18. 00:25
728x90
바둑 삼국지 1: 전쟁의 시작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박기홍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상세보기



아버지께서 금하셨던 잡기가 몇 가지 있다.

당구, 음악(아마도 기타였던 듯) 등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둑이다.

그 결과 오목과 알까기만 할 줄 알고 바둑은 까만 돌과 흰 돌만 구분할 줄 안다. 아, 어떻게 하면 돌을 먹는지도 아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바둑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바둑 이야기를 좋아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바둑 기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 나라 현대 바둑은 불세출의 기사 몇 명의 연대기로도 서술이 가능한데, 그 이야기들이 어찌나 드라마틱한지 바둑을 전혀 모르고 그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푹 빠져들게 된다.

 
 동아시아 3국 중 최하위였던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발돋움해가는 과정, 제비 조훈현과 된장바둑의 서봉수의 라이벌 관계,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대결, 유창혁 등 4인방.... 엄청난 이야기거리가 바둑판에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재밌는 것은 이창호이다. 투수 오승환이 돌부처라 불리지만 일찌기 그 별명은 이창호에게 주어졌었다.

어린 나이에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거침없이 기전을 차지하던 그 모습, 뒤로 갈수록 흔들림이 없어서 끝내기에 강했던 그 모습에 돌부처랑 칭호가 붙었다.

이창호에 대해서는 책도 여러 권 있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라 자료도 많아서 이야기거리가 많다. 그래서 더 재밌고 좋아한다.

  그런데 이창호를 키운 조훈현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재밌다.

임요환이 최연성을 길러냈을 때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에 빗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임요환이 최연성 키운 것은 여기에 갖다댈 게 아니다.

이창호는 말 그대로 꼬마 때부터 조훈현이 아버지처럼 집에서 기숙을 시켜가며 키웠다.

그래서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졌을 때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고의 황제 조훈현은 황태자 이창호를 키웠고, 그 뒤로도 조훈현은 이창호를 몇 번 더 잡아내며 죽지 않은 투혼을 과시했다.


 paran.com 에 연재되는 만화 중에 '바둑삼국지'라는 것을 즐겨 보고 있는데, 조훈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화다. 아직 꼬맹이일 때의 조훈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바둑이 관심이 있다면, 바둑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 볼만한 만화다.

------------------------------------------
더 읽으면 좋은 책
------------------------------------------

전신 조훈현 (나는 바둑을 상상한다)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지은이 조훈현 (청년사, 2004년)
상세보기

 조훈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小전기.

나의 이창호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지은이 이영호 (해냄출판사, 2005년)
상세보기


이창호에 대한 책으로는 '나의 형, 이창호' 라는 책이 있는데 제목 그대로 이창호의 동생이 쓴 것이다. 근데 그렇게까지 재밌지는 않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12. 8. 08:53
728x90
A.I.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001 / 미국)
출연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드 로, 프랜시스 오코너, 샘 로바즈
상세보기



A.I.를 보고 왔어요.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영화여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좀 일찍 보고 왔어요.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는 정말 소름끼치더군요.


쥬드 로가 애매한 캐릭터로 기대에 못미친 반면 오스먼트 연기 대단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간에 오스먼트의 연기만큼은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전반부 몇십분만 볼만했습니다. 오스먼트가 입양이 되서 살다가 엄마에게 버림받는 장면까지 그 몇십분은 숨막힐듯한 긴장과 울림을 주었습니다만 그 다음 부분은 실망스러웠어요.

사이보그를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다룬 앞부분은 많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뒤 얘기는 과연 뭘 말하고 싶은거지 모호했습니다.

특히 스필버그 특유의 사족은 꽤나 신경을 거슬리더군요.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얘기고 A.I.를 보는내내 제 머리속을 떠나지않았던 얘기를 좀 해볼까합니다.


A.I. 맨 앞부분에 로봇회사의 개발자들이 회의 or 세미나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어린이 로봇을 새로이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박사가 하자 (이 사람이 바로 로봇 '오스먼트'를 만든 사람이죠.) 한 여자가 로봇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어린이 로봇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반응이 좋지않을거라고 말합니다.


이에 그 박사가 이런 말을 합니다. '말썽도 전혀 안피고, 속썩이지도 않고, 항상 착한 이 아이를 누가 입양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현실이 생각나더군요. 보통 입양을 할 때 가장 선호하는 것은 1-2살 정도의 여자아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나이많은 아이는 입양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갈등을 일으킬 수가 있거든요.

우리 나라에선 대부분 공개입양을 하지않고(공개입양이란 입양한 사실을 주위 사람과 아이에게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비밀입양을 합니다.

마치 친자식인 것처럼 위장하는거죠.

그건 나중에 아이가 친부모 찾아간다고 할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서입니다.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것은 키우는 재미가 더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여자아이가 말썽을 덜 피우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다른 아이가 있는 집에서 이런 경우가 많죠. 남자아이면 친자식이 위축될 수 있거든요.


또 우리 나라에서는 장애아는 거의 입양을 하지 않습니다. 입양했다가 나중에 장애사실이 드러나면(애가 좀 커야 장애여부가 보이거든요.)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있답니다.


입양은 어떻게 보면 이타적인 듯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입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거죠. 양부모를 위한 입양이 주를 이루다보니 저런 일들이 생기는겁니다.


사실 아이의 입장에서는 공개입양이 더 나을겁니다. 보통 아이를 위해 숨긴다고 하지만 누가 진정한 부모인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그들에게 있고, 또 그 욕구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왜 해마다 수많은 해외입양아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으려 하겠어요?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찾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때문입니다.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죠. 친자와의 갈등을 염려하는 마음... 글쎄요. 친자가 둘이라도 형제간에는 당연히 갈등이 있습니다. 그 갈등을 막기 위해 일부러 한 아이를 딸로 낳지는 않잖아요?

친자간에 갈등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친자와 양자간의 갈등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입양아를 진짜 자신의 아이로 생각한다면 그래선 안됩니다.

그런 고려의 밑바탕에는 양자보단 친자가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이 깔려있는게 아닐까요? 마치 A.I. 에서 오스먼트가 친자와 갈등을 보이고, 친자에게 위험이 되자 갖다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 입양되어서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은 비장애아가 아니라 장애아입니다. 장애아는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합니다.

장애아라서 거부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군요. 누구를 위한 입양이냐고.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아동수출국으로 지목되자(국내입양이 잘안되니 해외입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정부는 해외입양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그러자 난리가 났습니다. 국내에선 데려가는 사람이 없는데 해외로 입양하는 길마저 막혀버렸으니 이 수많은 버려진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특히 장애아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근시안적이고 전형적인 탁상정책이죠. 문제의 본질은 보지못한채 미봉책으로 어떻게 피해보려는. 해외에서 탄원서가 날라들고 있습니다. 장애아만이라도 해외입양을 허락해달라고. 자기들이 맡아 잘 키우겠다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이기적인 양부모들이 있는 세상에서 박사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정말 양부모들이 바라는 완벽한 조건의 아이를 맘대로 입양할 수 있을테니까요.

폭발적인 수요가 있을겁니다. 사람이 아니라 싫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로봇보다는 사람이 좋다고요? 에이, 왜 그래요. 다 알면서.

이기적인 양부모들이 원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한 도구잖아요. 이렇게 휼륭한 도구를 제공하는데 뭐하러 골치아프게 인간의 아이를 입양하는 모험을 합니까? 그 애가 아주 성질 드럽고, 망나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로봇아이는 맘에 안들면 폐기시켜버릴 수도 있어요. 고장나면 A/S와 반품도 된답니다. 그리고 또 멋진 신형 로봇을 사면 정말 간단하잖아요.

이기적인 양부모에게 미래는 정말 '멋진 신세계'가 될겁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11. 28. 09:21
728x90


'히토시 이와키'라는 이름이 친숙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생수'라는 이름은 좀 더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만화 '기생수'는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생물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인간의 본성 등을 파헤친 수작이다.

기생수를 그린 사람이 '히토시 이와키'다.


 

기생수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HITOSHI IWAAKI (학산문화사, 2003년)
상세보기



그의 또다른 작품' 칠석의 나라'도 그러하지만 이 작가는 담담한 호흡의 만화를 그린다.

흥분할만한, 자극적인 상황임에도 그의 주인공은 차분하다. 고민하고, 괴로워할 수는 있지만 그의 만화 속 인물은 담담하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시선을 가진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생을 달관하거나 속세를 떠나려는 도인 같은 사람을 그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현실 참여적이고 현실 비판적인 인물이 담담한 시선으로 마치 자기는 주인공이 아닌 제3자인 것 마냥 살아가는 게 그의 만화다.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난 것이 그의 신작(?) '히스토리에'다.


히스토리에. 5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HITOSHI IWAAKI (서울문화사, 2009년)
상세보기



그리스 시대 마케도니아 왕국에서 활동했던 '에우메네스'가 주인공인데, 에우메네스는 왕국에서 행정관리를 했던 사람이다.

그리스 시대를 다루는데 행정관리라... 그가 모신 주군이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리포스이고, 필리포스는 알렉산더 대왕의 업적이 워낙 커서 가려지기는 했지만 그가 있었기에 알렉산더 대왕의 세계정복이 가능했다고 평해지는 걸출한 왕이다.

이런 왕의 시대를 그리려면 무장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일 터. 그런데 그가 선택한 주인공은 '공무원'이니 그의 만화가 가지는 특성이 주인공 선택에서부터 드러난다.

 

에우메네스는 행정관리이자 기록자.

무대의 주연이 될 수는 없고, 무대 옆에서 무대를 지켜보는 자.

그러나 관객은 아니고 무대를 같이 만들어가는 자이다.

에우메네스의 생애는 특별히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데, '히토시 이와키'는 그의 생애를 재구성, 이 담백한 인물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가 설정한 '에우메네스'는 명문가의 아들이다가 한순간 노예로 몰락하는 인물. 그는 인생의 난관을 담담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헤쳐나간다.
 

 

그런 그의 인생여정이 그려지는 것이 이 만화 '히스토리에'다.

기생수를 좋아한다면, 역사물을 좋아한다면, 지적이면서도 담담한 캐릭터에 끌린다면 이 만화 '히스토리에'를 집어들기를.

 

다만, 극악의 연재속도로 1년에 한 권 꼴로 출판되고 있으니 인내심은 필수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11. 25. 08:44
728x90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상세보기

향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소설 '향수'는 냄새를 맡고, 기억하고, 분류하는데 천재인 그루누이의 이야기다. 냄새로 세상을 재구성하는 그가 어떻게 향수에 매료되었는지, 향수를 만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향수로 어떻게 사람들을 현혹시키는지를 그리고 있다.


  소설 '향수'의 이야기는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영화 '향수'는 소설 향수의 부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냄새천재 그루누이보다는 살인자 그루누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소설에서도 그루누이는 살인을 한다. 향수를 얻기 위해서다. 아니, 정정한다. 그루누이는 향을 간직하고 싶었고, 그 방편으로 향수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붉은머리 소녀의 향을 정착시키기 위해 그녀를 죽인다.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을 편다. 그루누이는 향수제조인에게 들은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12명의 여인을 죽이고, 마지막 13명째로 그녀, 로라를 죽인다. 그루누이는 최고의 향수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즉, 소설에서의 그루누이는 향(냄새)라는 자기의 타고난 운명을 끝까지 추구하다가 살인까지 하게 된 것이라면, 영화에서의 그루누이는 최고의 향수(전설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살인을 한다.


 소설에서는 살인이라고 해도 별로 살인같지 않았다면, 영화에서는 살인 장면이 계속 묘사되면서 살인자로서의 그루누이가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방점을 달리 찍다보니 영화 향수는 향수의 완성이라는 하나의 길을 향해 달려가며 필요없는 잔가지는 다 쳐내게 된다. 원작을 2시간만에 압축해내기 위해 취한 결정이겠지만 그 결과 냄새의 천재라는 그루누이의 속성은 사그러들고, 목적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하는 살인자의 초상만 남아버린다.



  우리가 소설 향수에 매혹됐던 것은, 냄새에 대해 천부적인 재질을 가졌던 그루누이가 자신의 소명에 충실한 삶을 극한까지 이루다가 허무함을 느끼는 그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영화 향수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11. 23. 20:20
728x90


심야식당 4권이 나왔다.

심야식당에 대한 기존의 리뷰는 여기  http://largesea.tistory.com/108

심야식당. 4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BE YARO (미우, 2009년)
상세보기


여전히 소박한 음식과 소탈한 이웃이 보는 이를 미소짓게 한다.

4권에서 나오는 음식은 양념장 끼얹은 두부, 유부초밤, 크로켓, 은행 이런 식이다. 음식이라 하기 어려운 차가운 토마토도 있다.

시작은 장어 소스다. 장어 소스, 오타가 아니다. 장어구이도 아니고 장어덮밥도 아니고 장어 소스다. 장어 요릿집 주인이 죽으면서 장어 소스를 심야식당 마스터에게 남긴다.

그 장어소스로 마스터는 '한정 장어 소스 덮밥'을 만들어서 판다.

장어는 없이 밥에 장어 소스만 끼얹어서 판다.

손님들은 의아해 한다.

장어를 사다가 장어덮밥으로 파는 게 돈벌이가 되지 않겠냐고.

마스터는 대답한다.

"그렇게 하면 돌아가신 주베에 할아버지에게 죄송한 것 같아서요."

그렇다. 마스터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먹게 하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그 음식에 담긴 의미와 정성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장어를 얹어서 팔면 돈은 벌겠지만 떠난 자가 남겨준 장어소스의 의미가 퇴색되니까 장어 소스 덮밥이라는 어디서도 팔지 않을 음식도 자연스럽게 내놓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손님들에게도 전해지고, 얼마 되지 않는 소스를 오래도록 먹기 위해 1인당 1그릇만 판다는 자율적인 규칙까지 손님들과 함께 만든다.

장어소스덮밥은 인기가 좋았고, 어느덧 마지막 한 그릇이 팔리는 날이 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덮밥은....



마지막 덮밥을 먹게 된 사람은 만화에서 확인하자.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 소박한 만화가 주는 소박한 감동을 빼앗고 싶지는 않다. 심야식당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 사람이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먹는다는 것만 말하겠다.


이 소박한 만화의 다음 권은 언제나 나올런지. 1~4권을 반복해서 보면서 기다려본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9. 24. 22:38
728x90

주호민의 '짬'은 군대만화다. 입소부터 전역까지 그리고 예비군까지 이어지는 군생활을 그리고 있다. '짬'에서 보이는 군대의 모습은 담담하다. 주호민의 작품 스타일이 다 그런 편인데, 어떤 극적인 감정기복 없이 담백하게 조금씩 그려나갔다.

입영 당일을 그린 1편을 보자.

http://kr.news.yahoo.com/service/cartoon/shellview2.htm?linkid=series_cartoon&sidx=6029&widx=86&seq=19&wdate=20090810&wtitle=%C2%AB-%BD%C3%C1%F01

눈물로 얼룩질 수 있는 입대 풍경 묘사가 선선하기 그지없다. 만화는 계속 이런 식이다. 잘도 기억했다 싶은 군생활이 차분하게 한 편씩 펼쳐진다. 아련하게 그 때는 그랬지 하며 담배 한 개피 피워가며 보는 만화다.

 겔부의 '꾸나꼬무이야기'는 뜨겁다. 꾸나와 꼬무 커플이 주인공으로 꾸나는 이쁜 여자친구 두고 군에 가게 된다. 주인공 캐릭터가 두드러지지 않는 짬과 대조적으로 꾸나꼬무이야기의 꾸나는 뺀질뺀질되며 깐죽되는 캐릭터다. 적당히 머리 굴릴 줄 알고,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악한 주인공 꾸나는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역시 입영 당일을 그린 7~9화 중 8화를 보자.

http://stoo.asiae.co.kr/cartoon/ctview.htm?sc2=ing&sc3=4&tpg=1&id=2007050810055685633

입영 당일까지 6화를 쓰고, 입영 당일에만 3화를 그렸다. 여자친구랑 마지막으로 노는 거 그려야지, 당일날 질질 짜는 것도 그려야지 할 게 많다. 

 '꾸나꼬무이야기'는 술자리에서 벌컥벌컥 소주 부어가며 '내가 군대있을 때 말야' 하는 허세를 부려가며 듣는 군대이야기다. 

 둘 다 똑같이 3사단 백골부대를 배경으로 하는데도 그렇다. 짬이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이라면
동물의 왕국
채널/시간 KBS1 일 오후 5시 10분
출연진
상세보기

'꾸나꼬무이야기'는 같은 동물이 나와도 스토리가 있는 '마다가스카'다.

마다가스카
감독 에릭 다넬, 톰 맥그래스 (2005 / 미국)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 락, 데이비드 쉬머, 제이다 핀켓 스미스
상세보기

둘 중에서 취향껏 입맛껏 골라보면 된다. 물론 둘 다 봐도 상관없다. 어차피 평생을 우려먹어도 되는 군대이야기다.

------------------------------------

군대만화 '짬'의 리뷰는 여기에  http://largesea.tistory.com/96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7. 12. 13:35
728x90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들어간 일본식 술집. 메뉴에 낯선 음식이 많다.

"나, 이거 시켜도 돼? 명란젓 구이"

"그래. 근데 왜?"

"심야식당이란 만화가 있는데 말야...."


-------------------------------------------------------------

심야식당.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BEYARO (미우, 2008년)
상세보기

심야식당은 음식만화다.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식당은 한가지 음식을 가지고 손님의 이야기를 매회 풀어나간다. 음식만화라고 하면 '산지에서 지금 막 잡아온 지금이 제철이라 더욱 더 맛있는 요리재료'로 '하늘에서 눈이 내려 가슴에 쌓이다가 땅에서 올라온 부드러운 온기에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한 맛'의 음식을 하는 만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디 음식에 화려한 일류요리만 있는가. 소박한 가정요리도 있는 법. 메뉴에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하나만 올라와 있지만, 재료가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어떤 요리라도 해주는 곳이 심야식당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에 나오는 음식은 소박하다. 첫 회에는 '빨간 비엔나 구이'가 등장한다. 야쿠자가 주문하는 빨간 비엔나 구이를 주인은 문어모양으로 요리해준다. 거기에 계란말이를 먹는 게이바 주인 할아버지(?)의 조용한 교감이 첫 회의 전부다. 소박한 음식만큼이나 소박한 줄거리다. 요약하고 말고 할 것도 없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멋진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소박한 만화가 가슴을 흔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도 한 번은 먹어본, 그저 집에서 집반찬으로 먹던 요리를 주문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더운 여름이면 차가운 수박을 나눠먹고, 크리스마스에는 첫 회의 야쿠자 아저씨가 교도소에서 사귄 친구가 보내온 게를 손님들이 다 같이 구워먹는 이 담담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들어온다.

그런 이유로

만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이런 탄식을 내뱉게 된다.

근처에도 하나 있었으면...

부담없이 맘편히 그냥 찾아가서 계란말이 하나 해주세요. 할 수 있는 편한 식당이 있었으면, 그렇게 만만하게 찾아가서 밥 한 끼 먹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6. 1. 20:53
728x90

 이제 1시즌이 끝난 미드 '멘탈리스트'는 귀여운 미소를 지닌 채, 장난끼 어린 얼굴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주인공이 나오는 수사드라마다.

 

사이먼 베이커 (Simon Baker-Denny) / 외국배우
출생 1969년 7월 30일
신체
팬카페
상세보기
       요 아저씨. 귀엽다.

 CSI의 영향으로 과학수사가 인기를 끌어서 수사라 하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증거를 찾는거라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에서도 CSI가 등장하는 과학적

수사는 흔한 일이 아니다. CSI 이후에 법정 스릴러물에서는 "CSI 때문에 배심원들이 과학적 증거가 없으면 믿지를 않는다니까요"같은 대사가 등장하고 있으니 알만하다.


 

수사물에는 증거를 찾아 헤매는 것도 있지만, 동기와 심리를 파악해 범행을 밝혀내는 것도 있다. 고전이 되어버린 명탐정 '미스 마플'이 그렇다.


시골마을에 사는 이 할머니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시골이든 도시든 사람은 다 똑같다면서. 자기 마을의 누가 이랬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느새 범인을 밝혀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미스 마플의 재현은 아니지만, 멘탈리스트의 '제인'도 심리를 꿰뚫어 사건을 해결한다.


그는 한때 잘나가는 영매였는데, 영혼을 볼 수 없는 엉터리 영매였지만 마음을 볼 수 있는 뛰어난 멘탈리스트였기에 영매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사소한 단서에서 사람의 현재 상태, 그가 숨기고 싶어하는 것, 다른 사람은 간과한 것들을
찾아내고 그걸 바탕으로 추리를 한다. 귀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다. 그는 항상 귀엽게 웃고 있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장난끼 가득한 눈을 반짝거리면서 미소짓는다. 그리고 그 귀여운 미소와 황당해 보이는 질문에 속아 긴장을 풀거나 넙죽 대답하게 되면 빙고. 심리와 본질을 대뜸 파악해 버린다.

 

그의 미소가 사라지는 것은 red john 또는 그의 가족이 관련되었을 때 뿐이다. 스포일러일 것 까지는 없는 설정을 얘기하자면 그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tv  show에서 연쇄살인범 red john의 정체를 추리하는데 썼다. 영매 시절인데, 그는 그 대가로 가족을 red john에게 잃는다. 그가 cbi의 자문역할을 하는 것도 red john을 잡기 위함이다.

 



그의 미소가 사라졌을 때와 과거 회상신을 보면 그는
미소짓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아니다. 그는 그 사건 이후에 가벼워지고, 장난끼 많아지고, 항상 웃는 사람이 되었다.

그건 떼어내지 못한 과거를 덮어두기 위한 가면 가은 것이다. 그의 내면은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조종할 수 있는
metalist 바로 그 자체다.

 


그래서 그의 귀여운 미소에 속지 말라는 거다. 당신의 심리를 관통해 버릴 테니까.

 


 
이 드라마는 제인의 원맨쇼다. 다른 동료들은 도움을 주긴 하지만 서포트 정도에 불과하다. 왓슨이 4명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추리 자체는 그리 뛰어나지 않다. 예측 가능한 편은 아니지만 경탄을 자아낼 정도도 아니다. 가끔은 어이없을 만큼 빈약한 논리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재밌는 것은 제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귀여운 미소의 탐정은 사소한 논리적 비약 따위는 문제삼지 않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유혈낭자 살인사건이 이어져도 그의 매력은 빛난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5. 26. 22:05
728x90


인터넷 만화가는 많다. 시작은 강풀이었다. 강풀이 '똥'만화를 넘어서 '순정만화'로 인터넷 만화를 널리 알린 이후에 많은 인터넷 만화가가 등장했다.

<강풀의 '똥'만화>
http://minihp.cyworld.com/20948430/1189839753

<강풀의 '순정만화'>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kangpool/index.html?cartoonId=1785&type=g

많은 인터넷 만화는 3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지향하는 만화, 작가의 경험담을 녹여내는 만화, 오프라인 만화를 인터넷에 올린 만화, 이렇게 3가지다.

첫번째 유형은 강풀이나 강도하의 만화를 떠올리면 된다. 웹이라는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여(강풀의 '아파트'에서 스크롤바를 조금씩 내림에 따라 귀신의 눈동자가 드러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인터넷 만화라는 개념에 가장 부합하지 않나 싶다.

두번째 유형은 작가의 경험이 만화로 포장되어 나오는 것인데 아무래도 에피소드 형식이 되기 쉽다. '마린블루스'(http://www.marineblues.net 시즌 3은 언제?)가 이런 쪽이고, '와라 편의점'(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6316)은 첫번째 유형과 좀 왔다갔다 한다. 수용자가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만화에 부합하는 유형이라 생각한다.

 세번째 유형은 다음에 연재중인 허영만의 '꼴', 파란에 '바둑 삼국지'를 둘 수 있다. 전통적인 칸 나누기와 만화 작법을 볼 수 있다. 이건 오프라인 만화의 유통 경로가 확장된 것이라 할 것이다.

 두번째 유형의 만화는 독자와 얼마나 공감대를 잘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스토리의 힘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기보다는 맞아, 나도 그랬지 하는 공감대가 이 유형 만화의 세일즈 포인트이다.

 그런 점에서 주호민의 '짬'(www.homins.net)은 성공적이다. 작가가 자신의 군대 경험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 것인데, 군대 이야기야 말로 수많은 잠재독자가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좋은 소재이니 말이다. 만화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자기의 군대 시절을 회상하는 글이 많다는 것은 그 반증이다.

 50편에 이르는 만화를 1편부터 차례로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군에 있는 것 같고, 그 때를 회상하게 만든다.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돌이켜보고는 싶은 군대 시절을 말이다.

 * 짬을 재밌게 봤다면 '짬 시즌 2 : 예비군들의 수다'가 기다리고 있다.

 * 군대 다녀와야만 즐길 수 있는 게 주호민 만화라는 생각은 버리자. 그의 또 다른 작품 '무한동력'은 백수와 취업 준비생의 이야기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희망을 주는 만화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4. 18. 08:10
728x90

일드 '결혼 못하는 남자'는 까칠하다. 심술궃고 지 잘난 줄만 아는 남자(아베 히로시)와 그런 글을 때로는 한심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혼 못하는 남자'다. 까칠일드 '결혼 못하는 남자'의 매력에 대해서는 이미 한 번 분석했었다.

2009/03/04 - [영화&공연&TV] - 결혼못하는 남자 - 제목으로 디벼보는 까칠일드

이 흥미로운 드라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된다고 한다. 연애드라마인 것 같으면서도 연애드라마가 아닌, 시트콤인 것 같으면서도 시트콤은 아닌 이 독특한 드라마를 안방극장에서 편안하게 우리 배우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니 일단은 기대가 크다.

일단은.

그렇다. '일단은' 기대가 된다는 말은 반대로는 우려가, 그것도 더 크게 있다는 말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다른 문화권으로의 이식이 원작을 망친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다하지 않은가. 독특한 호러 무비 '장화, 홍련'이 헐리우드 가서 고생하는 것도 그렇고.

장화, 홍련
감독 김지운 (2003 / 한국)
출연 염정아, 김갑수, 임수정, 문근영
상세보기
       ↓  리메이크되는 바람에 '장화, 홍련'의  가치는 더 높아졌지만. '안나와 알렉스'는 여자 둘이 나온다는 것 말고는 원작의 아우라를 못 따라간다.
안나와 알렉스 : 두자매 이야기
감독 찰스 가드, 토마스 가드 (2009 / 미국)
출연 에밀리 브라우닝, 아리엘 케벨, 엘리자베스 뱅크스, 데이빗 스트라탄
상세보기

 어떤 내용이든 연애물로 바꾸고 마는 - 병원에서 연애하면 의학 드라마, 변호사가 연애하면 법정 드라마 - 우리 드라마 현실에서 '결혼 못하는 남자'가 어떻게 리메이크될지는 대략 보이지 않나?

 연애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감정의 교차로 은근슬쩍 가슴을 조리게 하면서 거침없이 독설을 내뿜던 일드가 조금 까칠한 남자주인공이 결국 상큼 발랄 연애를 한다는 한드로 가게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먼저 캐스팅된 몇 몇 주연을 보면 그런 우려는 더욱 커진다.

지진희 / 국내배우
출생 1971년 6월 24일
신체
팬카페 좋은 사람들 *^^*
상세보기


   지진희가 아베 히로시라니? 까칠하고 시니컬한 대사를 날리기에 지진희는 너무 달콤하지 않은가? 장금이를 뒤에서 말없이 지켜주고 바라봐 주던 그 모습이 기억에 선한데...
차승원이라면 또 모를까


차승원 / 국내배우
출생 1970년 6월 7일
신체
팬카페 coolguy차승원팬까페
상세보기

'선생 김봉두'의 초반부 모습 정도면 되는데...



 화려하고 멋진 이벤트도 없고, 알콩한 데이트도 없는 무미건조한 '연애 아닌 연애'가 매력인, 지극히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짜여진 '결혼 못하는 남자'가 제발 원작의 맛을 충분히 살린 그런 드라마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ps. '가을양' 김소은이 '쿠니나카 료코' 역에 캐스팅되었단다. 김소은은 좋으나, 어째 캐스팅이 지진희와 김소은의 러브 라인으로 흘러갈 것 같다. '나츠가와 유이'가 누가 되느냐를 지켜봐야겠다.
 
 
728x90
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