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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금하셨던 잡기가 몇 가지 있다.
당구, 음악(아마도 기타였던 듯) 등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둑이다.
그 결과 오목과 알까기만 할 줄 알고 바둑은 까만 돌과 흰 돌만 구분할 줄 안다. 아, 어떻게 하면 돌을 먹는지도 아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바둑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바둑 이야기를 좋아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바둑 기사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 나라 현대 바둑은 불세출의 기사 몇 명의 연대기로도 서술이 가능한데, 그 이야기들이 어찌나 드라마틱한지 바둑을 전혀 모르고 그 이야기만 듣고 있어도 푹 빠져들게 된다.
동아시아 3국 중 최하위였던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발돋움해가는 과정, 제비 조훈현과 된장바둑의 서봉수의 라이벌 관계,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대결, 유창혁 등 4인방.... 엄청난 이야기거리가 바둑판에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재밌는 것은 이창호이다. 투수 오승환이 돌부처라 불리지만 일찌기 그 별명은 이창호에게 주어졌었다.
어린 나이에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거침없이 기전을 차지하던 그 모습, 뒤로 갈수록 흔들림이 없어서 끝내기에 강했던 그 모습에 돌부처랑 칭호가 붙었다.
이창호에 대해서는 책도 여러 권 있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라 자료도 많아서 이야기거리가 많다. 그래서 더 재밌고 좋아한다.
그런데 이창호를 키운 조훈현의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재밌다.
임요환이 최연성을 길러냈을 때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에 빗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임요환이 최연성 키운 것은 여기에 갖다댈 게 아니다.
이창호는 말 그대로 꼬마 때부터 조훈현이 아버지처럼 집에서 기숙을 시켜가며 키웠다.
그래서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졌을 때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고의 황제 조훈현은 황태자 이창호를 키웠고, 그 뒤로도 조훈현은 이창호를 몇 번 더 잡아내며 죽지 않은 투혼을 과시했다.
paran.com 에 연재되는 만화 중에 '바둑삼국지'라는 것을 즐겨 보고 있는데, 조훈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화다. 아직 꼬맹이일 때의 조훈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데 바둑이 관심이 있다면, 바둑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 볼만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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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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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小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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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에 대한 책으로는 '나의 형, 이창호' 라는 책이 있는데 제목 그대로 이창호의 동생이 쓴 것이다. 근데 그렇게까지 재밌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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