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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5 남자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남자는 만들어진다
각종책들2009. 2. 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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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전인권 (푸른숲,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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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의 탄생은 재밌는 책이다. 40 정도 되는 한 남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 책이다. 그냥 회상이 아니다. 자기의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남자'라는 존재가 어떻게 '탄생'되는지를 분석해놓았다. 우리 나라에서 '남자다움'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은 종종 있어왔다. 군대문화라든가, 전통문화의 영향이라든가 하는 것. 그러나 가정에서 '남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미시적으로 분석한 책은 없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성장에만 한정되어 있지만, 저자가 가지는 전형성은 한국 남성 전체에 대한 분석으로도 쓰일만하다.



 책은 여러 파트로 나눠지는데 주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초점을 맞춰져 있다. 집안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분담, 계층 구조 등을 분석하여 한국 사회에서의 전통적 남녀 구분을 보여준다. 그것이 가정 내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풀어낸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각각 분석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행동, 말, 태도 등을 통해 한국의 '남성성/여성성' 문제를 파고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국 그들의 아들인 저자가 어떻게 '남자'로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는데 쓰인다. 즉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 그들과 저자와의 관계 등이 '남자의 탄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자기 가족을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본다. 책을 읽다보면 가족을 몰래 쳐다보며 머리 속으로 열심히 생각을 굴리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신과 가족을 분석의 틀로 재단하는 저자란 흥미롭다. 저자의 태도를 따라 책을 읽으며 자신과 자기 가족을 떠올리며 나름대로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 될 듯하다.


 '남자의 탄생'이라고 해서 남자들만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 강남 교보문고에 갔더니 이 책이 여성학 쪽에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이거나 탁월한 배치 둘 중 하나다. 의도적으로 후자에 놓은거라면 교보문고의 배치 솜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남자의 탄생이라는 문제는 결국 여성의 정체성과 지위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문제고, 여성학이라고 해서 여성의 문제에만 파묻혀서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책을 여성학 섹션으로 분류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한국 남자들은 저래서 싫어'라고 하는 여성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국 남성의 속내와 탄생비화를 들여다볼 일이다. 읽고나면 남자들은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기의 뜻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존재는 아무리 잘난 체 하더라도 어릿광대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가 '산물'임을 깨달고 이를 폭로한 저자는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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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