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15. 11. 11. 13:50
728x90

부모님은 연극을 보신 적이 없다. 설 연휴에 부모님과 함께 무엇을 고민하다가 영화와 연극을 제시했을 때 어머니께서 연극을 선택하신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이왕이면 사람이 하는 게 낫지요? 라고 아버지께 동의를 구하시던 어머니는 처음 보는 연극에 대한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익숙한 것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야 첫 만남의 어색함이 사라진다.

 

'장석조네 사람들'을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70년대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장석조씨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비슷한 시절 서울에 올라와 단칸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두 분께 맞춤이었다.

 

 연극은 세들어 사는 사람들 간의 투닥거리는 다툼으로 시작한다. 아침부터, 별 것도 아닌 일로 싸우는 두 여자. 그들은 다닥다닥 붙어살기에 사소한 것으로도 싸울 수밖에 없다. 이어서 젊은 마누라가 도망가버려 시름에 잠긴 늙은 남편과 이를 보다못해 자기가 직접 찾아오겠다고 나서는 옆방 남자가 등장한다. 다닥다닥 붙어있기에 옆 집도 아닌 옆방에 사는 사이로서 간섭할 수밖에 없다.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은 이를 말한다. 살내음을 맡을 수밖에 없는, 원하지 않아도 밥숟가락 갯수까지 헤아려지는 70년대 달동네에서는 이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쓰여진다. 원작자 김소진은 자전적 경험에 기초하여 고향을 떠나 서울로 밀려와 장석조씨네에 모여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시선에는 어떤 가치판단도 들어있지 않다. 늙은 남편이 싫어서 도망갔다가 붙잡혀 들어온 젊은 아내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친정 다녀온 척할 때 옆방 사람들은 모르는 척 받아들이고, 힘은 세서 그걸로 먹고 살려다보니 백골단이 되어 버린 육손이 형도 그 때는 그렇게라도 목숨을 이어가야했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이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라진다. 시대를 추억하되 거기서 머무를 뿐인 시각은 시절에 대한 회고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땐 그랬지 하는 끄덕거림은 그 시기를 보내고 지금은 그렇게 살지 않는 중장년 관객에게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힘든 시기를 거쳐 자리잡은 자기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할 뿐이다.

 

 70년대 달동네 추억을 지금 이 순간 현실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연극은 아무런 위로도, 감흥도 주지 못한다. 시절에 대한 세세한 복원과 정확한 묘사는 잘 그린 정물화로서 흥할 뿐이다.

 

양공주의 아들, 혼혈로 태어나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는 차돌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특히 그렇다. 먹고 살려고 차돌이 엄마는 양공주가 되었고,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차돌이를 낳았다. 차돌이 외삼촌은 누나가 받아오는 미제 물건으로 먹고, 입으면서도 차돌이를 구박한다.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차돌이 외할머니, 함경도 아즈망만이 차돌이가 인간 구실 하고 살려면 아메리카로 가야 한다며 보낼 생각이다.

 

 차돌이 엄마는 흑인 마이클을 집으로 데려오고, 함경도 아즈망은 이젠 외국인인 것도 모자라 깜둥이를 데려오냐며 성질을 부린다. 잘난 체하지 않고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며 친근하게 다가오는 마이클에게 함경도 아즈망이 마음을 열면서 갈등이 해결되고 막걸리 잔치로 연극은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막걸리를 다 마시고 난 뒤, 잔치가 끝나고 나면 현실은 다시 현실일 뿐이다. 흑인 마이클은 받아들여졌지만, 혼혈 차돌이가 받아들여진 건 아니다. 여전히 차돌이는 섞였다고 구박받을거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제각각 흠이 있는 그들은 다른 사람의 흠을 들추며 낄낄거리다가 자신의 들쳐진 흠 때문에 상처받을 것이다.

 

추억이 아름다울수록 현실은 그만큼 쓰라리다. 흥겨운 막걸리판에 취한 뒤가 더 두려운 까닭이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2. 4. 23. 21:13
728x90

 

 

 

 미드 boss 는 정치 드라마다. 시카고 시장인 켈시 그래머가 주인공으로, 그는 시카고 시청 공무원으로 시작해 시장까지 된 인물이다. 과감한 결단, 탁월한 정치력 등을 바탕으로 그는 입지전적인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시장이 되기 위해 더러운 짓도 개의치 않았다. 정적을 제거하는 것은 기본이고, 가족마저도 그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쓰였다. 그의 부인은 전 시카고 시장의 딸로 그는 전 시장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받고 그의  딸과 결혼한 것이었다. 그의 부인이자 전 시장의 딸도 야심이 만만찮은 인물로서 시카고를 지배하기 위해 남편 뒤를 캐고, 유력자와 손을 잡는 등 남편 뒤통수를 치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켈시 그래머가 이렇게 일군 시카고 왕국은 탄탄해 보이지만 안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는 뇌질환 선고를 받아 몇 년 밖에는 살 수 없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치료를 위해 시장을 그만둘 터인데 그는 자신의 왕국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가 관심있는 것은 그의 병이 알려져 정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이다. 불법 약물을 구해 먹으면서 그는 킹덤을 유지하고 세력을 키우기 위해 오히려 새로운 일들을 벌인다

 

 정치적 동지 관계였던 주지사를 배반하고 정치 신인을 주지사 후보로 미는가 하면, 자신의 정책을 펴기 위해 라이벌인 의원들을 공격한다. 마치 뇌질환 따위는 없다는 듯이 정력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그에 저항하는 인물은 그리스 고전 비극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인간은 누구나 운명에 따라야 하지만 가끔 그 운명에 저항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우린 이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영웅. 켈시 그리머는 그런 영웅의 풍모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영웅이라고 해서 운명을 거역할 수는 없다. 저항할  뿐이지, 결국은 운명대로 흘러가는 것. 아킬레우스가 결국은 발뒷꿈치에 공격을 받아 쓰러진 것처럼 말이다. 

 

 이 드라마 boss 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서 피어난다. 유한하고 운명에 휩쓸려가는 인간의 마지막 발버둥, 끝까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모습, 불인 줄 알면서도 달려드는 나방 같은 찰나의 아름다움이 이 드라마를 빛나게 한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뇌질환으로 쓰러져 꿈틀대는 켈시 그리머의 모습에서 우리는 연민과 함께 저 운명을 또 어떻게 개척해서 그가 다시 일어날 것인가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season II 를 보고 싶다.

728x90

'각종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극] 장석조네 사람들  (0) 2015.11.11
[건축학 개론] 서로 좋아하지만 엇갈리는  (0) 2012.04.23
[black swan] 니나의 절정욕망  (0) 2012.04.2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2. 4. 23. 10:10
728x90

 

 

 

 

 


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남녀가 있다.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건축학개론 수업을 같이 듣게 되고, 어쩌다보니 집도 근처여서 조금씩 친해진 두 사람. 과제를 같이 한다며 여기저기 붙어다니고 놀러다닌다. 감정은 자연스럽게 싹트기 마련. 둘은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감정의 파고는 조금 엇갈렸다.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연애가 어려운 건 일차적으로 두 사람의 감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 목매어 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서로 마주볼 때 연애가 이루어진다. 두 사람의 감정이 일치하지만 감정의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조금 먼저 좋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끙끙대다가 조금 먼저 식는데, 상대방이 조금 늦게 좋아하게 된다. 한 쪽은 정리를 하는데, 한 쪽은 감정을 틔운다. 좋아하지만 엇갈리는 안타까운 남녀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제훈이 그랬다. 먼저 좋아하게 된 것은 제훈. 그는 첫 눈에 이 낯선 소녀가 맘에 들었다. 숫기 없이 살아온 신입생이 인형처럼 예쁜 여학생에게 반하는 흔한 패턴. 게다가 이 소녀는 당당하고 당돌하니 그는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제훈이 연애를 좀 더 많이 해본, 그러니까 훗날의 태웅같은 좀 뻔뻔스러운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압서방 선배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좀 더 연애경험이 있었다면 수지에게 좀 더 쉽게, 편하게 다가가고, 수지가 보내는 신호를 잘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훈은 아직 소년. 그의 감정은 하늘같이 올라갈 줄만 알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하지는 못한다. 그저 자신의 진심을 돌직구로 던질 뿐. 그래서 그는 그녀의 바램을 미리 들어준다는 의미로 집 모형을 만들어 그녀의 집 앞에서 몰래 기다리는 우직함을 보여주게 된다. 내 진심이 이만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그녀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순수한 믿음. 아픈 말이지만 어리석다.

 

 물론 극의 흐름상 그 진심은 통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고(?)로 인해 그의 진심을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났지만, 아마도 수지가 그 돌직구를 받았다면 적어도 원 스트라이크 정도는 했을거다. 그치만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이 소같은 사내의 돌직구는 조금 늦게 따라오는 수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다. 수지가 좀 더 노련했다면? 글세. 노련했다면 제훈한테 마음이 가지도 않았을 지 모르지. 수지는 적당히 속물근성에, 적당히 순수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둘의 마음의 파고는 조금 엇갈리고 그렇게 끝났다. 십여년이 흐르고 수지가 가인이 되어 태웅을 찾아왔지만. 그건 첫사랑을 회상하는 것일 뿐, 다시 진행되는 무언가는 아니다. 19, 20살 풋풋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 뿐,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삼십대이기 때문이다. 한 번 엇갈린 감정은 다시 잠깐 스쳐지나갈 순 있어도 다시 불붙기는 어려운 것이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2. 4. 20. 16:50
728x90

 

 

 

 


블랙스완 (2011)

Black Swan 
8.3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나탈리 포트만, 밀라 쿠니스, 뱅상 카셀, 바바라 허쉬, 위노나 라이더
정보
스릴러 | 미국 | 108 분 | 2011-02-24

 

인간을 욕망을 추구한다. 니나의 욕망은 절정에 이르는 것이다. 니나가 뿜어내는 절정욕망이 블랙스완의 기둥이요, 본질이요. 에너지다.

 

 

니나가 절정욕망을 품게 된 배후에는 그녀의 엄마가 있다. 그녀의 엄마는 절정에 가보지도 못하고 꺽인 꽃이다. 임신으로 꿈을 포기한 그녀는 대리만족을 위해 딸을 몰아붙인다. 지금까지는 엄마가 이끄는 대로 그녀는 잘 커왔고, 절정에 거의 다 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마의 방식으로는 그녀는 절정에 오르지 못한다.

 

 

그녀는 뱅상 카셀을 만나면서 그것을 깨닫게 된다. 절정의 문턱까지는 오게 했지만 절정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는 엄마의 한계. 그녀는 뱅상 카셀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엄마를 버린다. 엄마로 상징되는 세계는 백조와 같이 순수한 어린애같은 모습이다. 발레에만 몰입하고, 발레 밖에 모르는 어린 천재. 하지만 절정에 이르기 위해서 그녀는 흑조가 되어야 하고, 그것은 철모르는 순진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조금씩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까만 물이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한때 절정인 적도 있었지만 이제 버림받게 된 위노나 라이더를 보게 된다. 그녀는 깨닫는다. 절정에 오른다고 행복하지는 않을 것임을. 절정에서 내려오는 순간 절정에 가보지 못했던 엄마보다도 더 비참한 삶을 살게 될 수 있음을. 그녀의 엄마는 절정에 가보지 못했다는 정신적 상처만 가지고 있지만, 위노나 라이더는 절정에서 떨어졌다는 절망으로 몸까지 망친다.

 

 

그럼에도 그녀는 절정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 이미 그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그녀는 다시 은퇴한 발레리나로서 자기 딸에게 3대째 절정에의 욕망을 투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녀 자신은 이미 절정에 대한 욕구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녀는 흑조가 되기 위해 백조를 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백조의 껍질을 찢고 흑조로 탈피한다. 돋아나는 검은 깃털에 몸은 충동적으로 떨리고, 탈각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몸을 긁어대며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껍질을 찢기 위해 자신의 몸에 유리조각을 박아넣는다. 유리조각은 그녀를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그것이 없었다면 그녀는 흑조가 되다 만 백조로 끝났을 것이다. 절정욕망이 그녀를 죽음으로 그리고 동시에 절정으로 이끌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2. 4. 12. 14:38
728x90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Nameless Gangster : Rules of Time 
8.1
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33 분 | 2012-02-02
다운로드

 

 

윤종빈 감독은 설정에 능하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는 군대를 배경으로 폭력과 강압의 내재화를 보여주었다. 순박한 청년도 계급물이 들면 죄의식 없이 후임병을 갈굴 수 있는 곳, 폭력과 강압이 정당화, 이상화되는 공간으로서 군대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펼쳐보이기에 최고의 무대였다

 

'비스티 보이즈'는 어떤가. 욕망의 뒤틀임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무대는 청담동의 호스트바. 성을 무기로 욕망을 추구하는 이들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그가 선택한 새로운 무대는 80년대 부산이다. 부정부패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던 부둣가를 배경으로 조폭과 타락한 공무원이 등장한다. 그는 이 설정을 바탕으로 가족이니, 혈연이니 하는 자기합리화를 해대며 욕망을 거침없이 따라가는 한 남자를 보여준다.

 

법과 질서보다는 돈과 욕망이 우선되는 공간, 80년대 부산을 그가 선택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하여 80년대가 배경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결국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지금이라고 달라진 건 별로 없으니까. 욕망을 쫒아가는 부나비같은 군상은 지금도 어디에나 있다.

 

혹자는 이 영화에서 가장으로서의 의무감, 부성애 등을 언급한다. 글세. 최익현에게 가족이란 자신이 비빌 언덕,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발판일 뿐이다. 그는 로비를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형제의 9촌까지 찾아가서 '최씨 가문의 일원'임을 내세워서 끈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그는 가장으로서의 의무감에서 이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 여동생 결혼을 위해 아내가 한 푼 두 푼 모은 적금통장을 여봐란듯이 주는 인간이 무슨 가장 노릇인가. 밥상머리에서 아들에게 영어단어를 테스트하는 것도 자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담보할 자식의 성공을 원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는 아들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끗발나 보이는 자리인 검사를 시키고야 만다. 자신이 당했던 그 모든 것을 엎어누르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

 

이와 비견되는 것이 '우아한 세계'이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가 맡은 조폭이야말로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월급쟁이처럼 되어버린 건달이다. 직업이 건달일 뿐, 그는 보통의 가장들처럼 직장에서 치이고 집에서는 인정못받는 비루한 삶을 살아간다.

 

최익현은 세관에서 짤렸지만, 세관에서 일할 때 추구했던 돈에 대한 욕망을 새로운 자리에서도 여전히 추구한다. 그걸 위해서 가족도 팔고, 혈연도 팔고, 조카뻘 되는 하정우도 배신한다.

 

이렇듯 혈연은 그에게 목표가 아니다. 비빌 구석, 눙칠 구석.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그런 나부랭이다. 혈연은 그에게 끈일 뿐이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0. 3. 4. 12:55
728x90


주호민은 군대만화 '짬'과 '짬2'로 유명한 만화가이다. 그의 군대만화는 군시절을 미화하지도, 힘들었던 기억으로만 그리지도 않는다. 담담히, 그런 일도 있었지 하고 들려준다.

2009/05/26 - [만화&웹툰] - 공감가는 군대 이야기를 만화로 - 주호민의 '짬'
2009/09/24 - [만화&웹툰] - 같은 소재 다른 색깔 군대만화 '짬' vs '꾸나고무 이야기'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주호민 (동양문고, 2006년)
상세보기

짬: 시즌2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주호민 (상상공방, 2009년)
상세보기


또한 그는 '무한동력'에서 백수를 주인공으로 진정한 꿈이란 무엇인지를 특유의 담담한 필체로 그려냈었다.

무한동력 세트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주호민 (상상공방, 2009년)
상세보기


주호민 작가의 신작 '신과 함께'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다.



'신과 함께'는 저승 이야기다. 성서에 나오는 천당과 지옥이 아니라 우리네의 전통적인 저승 이야기다. 저승사자가 나오고 옥황상제가 나오는. 우리네 저승이 불교식 세계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동양의 저승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우리네 저승은 또 우리만의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신과함께'는 고전적인 저승을 그리지는 않는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현대화(?)된 저승의 모습이다. 망자가 건너야 하는 삼도천은 직화공사로 직선이 되어버렸고, 망자는 저승행 지하철을 타고 저승으로 향한다.

주호민은 저승의 현대화를 통해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을 스치듯이 집어넣는다. 주호민은 항상 그랬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직접적,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한 컷, 한 대사로 우리에게 현실을 일깨워준다.

저승 이야기지만, 저승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이 만화를 읽지 않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0. 2. 20. 10:42
728x90

심야식당 5권이 나왔습니다.


심야식당 5 - 10점
아베 야로 지음/미우(대원씨아이)



표지에는 누적 10만부 돌파라는 스티커가 당당히 붙어 있더군요. 하긴, 저만 해도 이 만화를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심야식당 드라마도 덩달아 인기라고 합니다. 드라마가 영화만 못하다는 얘기도 많지만 저는 드라마도 좋았어요.


2010/02/06 - [영화&공연&TV] - [심야식당] 만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드라마



5권도 여전히 그렇듯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진행됩니다. 5권에서 재밌었던 건 드라마로 먼저 본 '벌린 전갱이 구이' 에피소드가 나왔다는거고(순서를 거꾸로 보니 만화가 더 낫다는 게 보이기는 하더군요),

표지에 나온 '만두' 에피소드가 만두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군만두가 가장 맛있다는 '쟈니 덤플링'에 다녀올까나....

여전히 에피소드는 감질맛 납니다. 으... 일본과 거의 실시간으로 출간되다보니 볼 게 부족하다구요. 연재중단안하고 꾸준히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긴 하지만, 드라마도 다 보고 이제 6권 나올 여름까지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2009/07/12 - [만화&웹툰] - 근처에 하나 있었으면 싶은 - 만화 '심야식당'
2009/11/23 - [만화&웹툰] - [심야식당 4권] 여전히 소박하고 미소짓게 하는 만화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0. 2. 15. 22:42
728x90


요즘은 책으로 보는 만화보다 웹툰이 인기죠? 유명 만화가 분들이 웹툰으로 넘어온 경우도 많고, 웹툰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분들도 많고.

오늘은 포털 '다음'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 중에서 꼭 봐야 할 작품들을 추천해 보겠습니다.

아, 웹툰의 신화인 '강풀' 님 작품은 제외 했습니다. 추천이 필요없죠 ^^


강풀 (강도영) / 만화가
출생 1974년
신체
팬카페
상세보기

순정만화 1,2 세트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강풀 (문학세계사, 2004년)
상세보기


순서는 최근에 완결된 순입니다

----------------------------------------------------------------------

1. 당의 사연 - 황당무계 포복절도 뒤집어지는 코믹 웹툰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akyun/1

악당의 사연, 줄여서 '악연'입니다. 

 서기 2010년, 지구는 위기에 처합니다. 지구정복을 노리는 악당집단 '홍어단'이 괴물들로 공격해 오는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 청년백수인 우리의 주인공은 '홍어단'에 취직합니다.

어쩌다보니 악당기업(?)에 취직하여 지구를 공격하는 괴물들을 디자인하게 된 '김도식'과 지구를 지키는 '러브 레인져'의 핑크와의 사랑!

홍어단을 말아먹을 능력을 가졌지만 그저 변태인 팀장과 홍어단을 이끄는 초절정절대꽃미남 보스, 그리고 어떻게 지구를 지키는지 의문인 러브 레인져들의 황당무계 캐릭터 유머!

대충 이런 만화입니다 ^^

황당무계하고, 진지하는 척 하다가 킥킥 뒤집어지는 만화를 원한다면 '악연'입니다.


2.미확인거주물체 - 현실감각 물씬 나는 미확인 외계인과의 조우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ufo/1

 
'장이'님의 미확인거주물체입니다.

'장이'님은 '퍼펙트게임'이라는 작품으로 사회인야구를 소재로 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현실감각 가득한 만화로 아픈 곳을 슥슥 찔러주는 스타일인데, 이번 '미확인거주물체'에서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일등타임즈의 '공철수 기자'는 한때 기자정신에 충실했지만 이제는 독자의 항의전화를 책상 위에 엎어놓고 무시하는 여유를 부립니다.

공군전투기 조종사 실종 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는 조종사 아버지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던 그가 어머니가 얽힌 이상한 사건에 빠져들게 되면서 진실은 무엇인지, 진실을 밝힌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뇌합니다.

공기자는 다시 기자정신을 되찾을까요? 고향 '하늘군' 마을사람들과 동창, 친구의 힘으로 이 사건은 풀릴까요? 진실은 세상으로 공개될까요?

현실비판적 감각으로 무장한 날카로운 웹툰, '미확인거주물체'입니다.



3. 이끼 - 영화화가 기대되는 한국형 스릴러

http://cartoon.media.daum.net/series/view/ikki/1

이끼. 4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윤태호 (한국데이타하우스, 2010년)
상세보기



'YAHOO'를 그린 윤태호님의 '이끼'입니다. 섬뜩하고 피부를 슥슥 자극하는 스멀스멀형 스릴러가 일품인 웹툰입니다.

자기가 맞다고 믿는 일은 죽자고 달려드는 '류해국'은 혼자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는 그런 성미에 직장도 잃고, 가족도 깨어진 상황. 장례나 치르러 도착한 마을에서 그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그 느낌 하나만 가지고 파고들어 갑니다. 아버지의 죽음에 뭔가가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점점 놀라운 진실과 만나게 됩니다.

'이끼'를 읽다보면 이건 영화로 만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미 영화판권이 팔려서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다만 감독이 '강우석'이라는...

어쨌든 영화화가 기대되는 한국형 스릴러 웹툰 '이끼'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달리게 됩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0. 2. 6. 10:02
728x90

만화 심야식당은 별 거 아닌 음식과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감자 샐러드, 계란말이, 문어모양 쏘세지 같은 집음식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사연과 만나면 어느덧 특별한 음식이 되는 만화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정'이다. 낯선 곳에서 정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도시민에게 맘편히 주문하고 먹을 수 있는 심야식당은 안식처이다. 이 곳에서는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만화 심야식당에 열광하고, 이런 식당 하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까닭이다.

2009/07/12 - [만화] - 근처에 하나 있었으면 싶은 - 만화 '심야식당'
2009/11/23 - [만화] - [심야식당 4권] 여전히 소박하고 미소짓게 하는 만화

만화 심야식당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인기있는 원작만화의 드라마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 때마다 항상 원작의 팬들은 원작의 분위기와 느낌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놓고 걱정하고 궁금해한다.

심야식당에 대해서는 음식 하나에 에피소드 하나인 짤막한 만화가 드라마화 되었을 때 무리한 늘리기로 이야기의 균형이 깨지면 어떡하냐는 걱정과 만화 특유의 절제된 미학을 드라화시킬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많이 있었다.

만화와 드라마를 다 본 사람들은 드라마가 만화만 못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원작의 팬을 만족시키는 컨버젼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반지의 제왕 정도를 제외하고는 팬심을 만족시키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드라마 '심야식당'은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도입부.

思ひ出 가 잔잔히 흐르며 개점 준비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준비가 다 되어가고 시계가 12시를 치면, 이제 이야기가 펼쳐진다.



쓸쓸하면서도 편안한, 심야식당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면서, 이 곳에 오면 부담없이 밥 한 끼, 술 한 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오프닝씬이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든게 한다고 할까.


드라마 심야식당의 한 편은 만화 심야식당은 2회 정도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하나를 메인으로 하고, 다른 하나가 부가적으로 덧붙여진 형식. 만화가 짧기에 한 편만으로는 분량이 안 나올테고, 두 편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자니 각 편이 워낙 독립적이라서 이런 형식을 취한 것으로 짐작된다.

1편을 예로 들면 빨간 문어 소시지 이야기가 메인이고, 명란구이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명란구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데 이게 부가적인 것이라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적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즐길만한 드라마, 심야식당.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10. 1. 21. 09:49
728x90

서양골동양과자점.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FUMI YOSHINAGA (서울문화사, 2007년)
상세보기



 양과자점이라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간단히 말해서 케이크 전문점이다. 보통의 빵집과는 좀 다른, 고급 케이크 등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말 안쓰지만


앤티크라는 양과자점을 중심으로 명문가의 자손인 주인, 천재 제빵사, 복서 출신 보조 제빵사, 아무 것도 할 줄 아는게없는 보디가드 겸 웨이터 등이 펼쳐가는 이야기다.

 하나같이 범상한 사람이 없다. 다들 한 개성에 한 인물 한다. 이들 넷이 펼치는 에피소드가 이 만화의 전부인데 그 에피소드라는 것이 왁자지껄 엽기 코믹은 결코 아니지만 잔잔한 가운데 툭 치는 유머가 있다.

잔잔한 유머라고 해서 아다찌 미쯔루 식의 정적을 배경으로 한 스타일이 아니라 그것보다는 좀더 농도가 짙은 유머를 구사한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특이해서 거기에서 비롯된 캐릭터 코미디와 양과자점이라는 배경에서 나오는 시츄에이션 코미디를 보여주는데 그게 제법 경쾌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덤으로 아주 맛있는 케이크를 맘껏 볼 수 있다. 먹지못하는게 안타깝지만 보고만있어도 군침이 도는 케이크와 갖가지 요리 이야기는 요리만화로서도 이 만화의 가치를 보여준다.

대개의 요리만화가 대결구도나 비법찾기 식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이 만화에서 요리는 만화의 배경으로서 자연스럽게 깔리다가 한 번씩 전면으로 튀어나와 사건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요리만화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권할만하다.

유의할 것이 하나 있는데 이 만화 동성애 코드를 깔고 있다. 심각하고 진지한 동성애 코드는 아니지만 동성애 코드를 싫어하는 사람은 조심하기 바란다. 이 정도 수준에도 경악할 사람은 많으니까.

각 캐릭터가 서로서로 얽혀있는데 그걸 잘 처리했고, 캐릭터의 성격과 이미지를 잘 만들어냈다. 범상치않은 인물들뿐이라 각 인물들만 가지고도 꽤나 재밌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만화가 재밌었다면...

2008/12/14 - [장르문학 & 만화] -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좋아한다면 - 요시나가 후미 작품 추천
728x90
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