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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18 그 남자 그 여자 - 잘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각종문화2009. 1. 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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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2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MASAMI TSUDA (학산문화사,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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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그 남자 그 여자'에는 수많은 커플들이 나온다. 등장인물마다 제각기 짝이 있다. 커플이 아닌 채 솔로를 유지하는 사람은 딱 한 명 뿐이다. 아시바. 그렇지만 그는 분명 커플이 될 수 있는 능력자이다. 여자를 좀 밝히긴 하지만 그만한 킹카도 없다. 그러나 그는 커플이 아니다. 그건 그가 아직 제 짝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여자와 커플이 될 수 있지만 그러긴 싫어. 나와 정말 맞는 한 사람하고만 사랑할거야.' 부러운 말이다.

 아시바의 저 말에 이 책의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 이 만화는 기본적으로 연애물이다. 그런데 연애물치고는 특이하게도 사랑을 둘러싼 전쟁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수많은 커플이 있음에도 이 만화에서 커플관계는 명확하다. 딱딱 둘씩 맞아떨어지고, 그들 사이에 엇갈리는 화살표는 없다. 약간 미묘한 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친구와 동생으로서의 감정과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착각한데서 오는 것일 뿐. 본격적인 삼각관계는 보이지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잘 맞는다. 천생연분이라는게 있다면 바로 각각의 커플일 것이다. 각자는 각자에게 찰떡궁합인 것이다. 아시바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거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제 짝을 만났다. 너무나 잘 맞는 사람.

 그래서 각각의 커플들 사이에는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란 전혀 없다. 너무나 꼭 맞아떨어지는 톱니바퀴처럼 그들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어떤 멋있는 사람이 끼어든다 하여도 그들 사이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 그들은 서로를 너무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아니면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서 이런 일은 별로 가능하지 않다. 우린 모두 자기의 짝을 찾기 위해 헤맨다. 그 와중에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그들이 운명의 여신이 정해준 제 짝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채 그냥 체념하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살다 죽을 수도 있다. 사실 그런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가며 '정'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 처음에는 맞지 않던 톱니바퀴가 세월에 깍이고, 서로에게 부딪혀가며 점점 맞아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조차도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자신의 짝을 만들어간다. 이건 만나는게 아니라 만들어가는거고, 익숙해져가는거다.

 둘 중 어느 경우가 더 좋을까? 자기에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서로에게 맞춰가는 것. 전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말 멋진 일일 것이다. 후자는 가능성 풍부 + 오랜 기다림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좋다. 내 짝이 내 옆에 있기만 한다면 어떤 경우든 좋다. 그러기만 한다면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아무리 가능성이 낮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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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