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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갤러리 페이크 - 진품이든 아니든
각종문화2009. 1. 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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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페이크 32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HOSONO FUJIHIKO (서울문화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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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만화는 '갤러리 페이크'입니다. 갤러리 페이크는 만화 속 주인공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이름입니다. 여기는 진품이 아니라 복제품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뒤에서는 도난된 미술품이나 밀수품등을 - 물론 진품 - 고가로 파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미술계에서 왕따를 당합니다. 미술품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진품/가짜 의 구별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어떤 사람의 진품이냐 여부가 그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죠.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가짜라면 몇 푼 나가지 않습니다. 진품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논쟁이 첨예한 곳이 바로 미술계입니다. 끊임없는 위작 시비가 달아오르죠. 갤러리 페이크는 복제품 전문 화랑을 통해 이런 미술계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만화에는 정말 많은 미술품이 등장합니다. 피카소, 로뎅, 르느와르 등 익숙한 작품에서부터 일본의 풍속화나 자기 등 조금은 낯선 작품들까지 가득 나옵니다. 시계, 보석, 화석 등 언뜻 생각하기에 미술품의 범주에 들어갈 것 같지 않은 것들도 나옵니다. 갤러리 페이크는 수집의 대상이 되는 것을 두루 포괄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미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술의 세계를 포장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술품을 둘러싼 숱한 일화들, 예술 상식,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할 만화입니다. 왠만한 미술 입문서보다 더 낫다고 봅니다. 미술에 별 관심없더라도 없던 관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꼭 한 번 보세요.

 다만 만화로서의 질에 있어서는 기대에 못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만화는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어떤 소재를 잡아서 거기에 얽힌 얘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각 에피소드에서 잡은 소재에 대해서는 재미나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성을 취하는 만화가 가지는 가장 큰 약점을 갤러리 페이크도 가지고 있습니다. 소재에 집중하다가 인물의 형상화와 스토리 전개에 소홀하게 되는 것입니다. 갤러리 페이크의 인물들은 생명력이 약합니다. 생생히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만나기 어렵답니다. 각 소재마다 등장하는 무수한 조연들은 제외하더라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후지타와 사라의 캐릭터 형성에도 실패했습니다. 이런 만화는 본래 캐릭터 만화가 아니고 소재 중심 만화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또 스토리도 호흡이 너무 빠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굉장히 짤막짤막한데 그 짧은 길이에 많은 얘기가 농축되어 있습니다. 이러면 보기가 좀 버겁죠. 스토리도 치밀한 기승전결을 따르기보다는 단조로운 편이라서 여러 권을 계속해서 보게 되면 질릴 수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흥미로운 소재를 풀어내는데 있어 미숙한 면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술이라는 소재를 잡은 만화로서 갤러리 페이크는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단 갤러리 페이크는 차분하게 봐야할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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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