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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봄날은 간다 - 변하니까 사랑인 것을
각종문화2009. 1. 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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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감독 허진호 (2001 / 한국)
출연 이영애, 유지태, 이문식, 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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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대사 하나로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은수의 변화에 상우가 남기는 이 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말 하나면 '봄날은 간다'의 모두 주제와 스토리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말이 나오는 장면은 위에 쓴대로 상우가 갑자기 마음이 돌아서버린 은수한테 말하는 씬이다. 이렇게 보면 이 대사는 영화속에서 '은수'한테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사가 쓰이진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은수한테 상우가 차갑게 대하는 장면에서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은수의 변신에 당황하던 상우도 어느덧 '사랑이 변한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이 대사는 영화 속 남녀주인공, 상우와 은수의 상황과 감정을 정확히 찝어낸 핵심적 대사이다. 소설로 치면 주제문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말에 공감하고,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랑때문에 아파하거나 절망해본 적 없는 사람이 이 영화를 봐서는 이게 뭔 싱거운 소린지 모를거다. 내가 영화보러 갔을 때 내 옆에 있던 커플은 상당한 닭살커플이었는데 - 팔걸이 올리고 남자가 여자에게 거의 안겨서 계속 뭐라고 하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 그들은 결코 이 영화의 맛을 못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이 영화의 맛을 알기에는 그들 주위엔 사랑의 감정이 높은 울타리를 치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막 실연당한 사람이 이 영화 보면 딱이다. 무지 공감하며 그래, 바로 저거야 라고 할거다. 아니면 시간이 좀 지났어도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괜찮다. 다만 만약 당신 주위에 이제 막 실연당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절대 이 영화 같이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랬다가는 그 엄청난 감정의 파고를 당신이 다 감당해야 한다. 밤새 술마셔야 할거고, 이유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그를 감당해야 할거다.

'사랑은 영원하다'라는 명제를 믿던 시절이 있었다. 인생에 사랑은 단 한 번 뿐이며,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라고 목놓아 외치던 때가 있었다. 영화 속 상우처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를 부르짖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랑이 변할 수 있다'는 명제를 참이라고 생각한다. 일생을 두고 하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영화속에서나 소설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치부한다. 결국은 정으로 사는 거라고도 생각한다. 그렇게 현실을 배워가는 것을 우린 '성장'이라고 부른다. '아픈 사랑을 하면 큰다'는 말은 그런 의미다. 그렇게 난 한 순간에 훌쩍 커버렸고, 이제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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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