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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7 황홀한 쿠바 - 쿠바의 독에 취하다
각종책들2009. 1. 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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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쿠바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사석원 (청림출판,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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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여행꿈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가이드북이지 여행기가 아니다. 꿈만 꾸고 있는 사람, 풍경사진 하나에 마음이 설레는 사람을 여행기는 위로한다.

 그런 이유로 여행기는 정보가 아니라 감성을 전달해야 한다. lonely planet의 다닥다닥 정보는 여행을 꿈꾸는 자에게는 의미없다. 내가 그 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 대리만족이 여행기의 본령이다.

 정보와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면야 얼마나 좋겠냐마는,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여행을 꿈꾸는 자에게는 감성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은가. 갈 수 있다면 가서 느끼면 되는데, 내가 가서 느끼는 것이 더 많을텐데, 남의 감성을 읽어서 무엇하나. 좋은 여행기란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 영화 바그다드 카페처럼. 황량한 사막의 건물 한 채 덩그러니 있는 그 정서를 전해주는 것이 좋다.

 사진만 해도 그렇다. 유명한 관광지 사진은 별 감흥 없다. 잘 짜여진 사진도 별로다. 그 곳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는 사진. 사진가의 시각이 내 시각처럼 받아들여지는 사진. 그런 사진 몇 장 있다면 족하다.

'황홀한 쿠바'는 이런 여행기다. 가기도 힘든 곳.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언뜻 비치는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기대되지만, 공산국가로 폐쇄된 느낌도 드는 곳. 그런 쿠바를 그려내는 여행기다.

황홀하게. 그렇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쿠바가 황홀하게 다가온다. 마시면 환상에 빠져들면서 죽게 되는 독 같다. 황홀한 독, 쿠바.

 쿠바를 황홀하게 그려내는 것은 이 책이 쿠바의 유명한 관광지를 훑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자주 다니는 바에 가서 술 한 잔 하는 일도 있지만 그건 스쳐지나가는 것 중 하나다. 그보다는 쿠바사람들과의 어울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가 머문 민박집 주인 아줌마, 외로워서 걸은 바닷가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잊혀진 한국인 - 애니깽의 후예 등 쿠바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접촉, 그 순간이 농밀하게 그려진다. 짧은 여행 기간에도 그는 인연을 쌓고, 살사를 배우며 쿠바사람들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그 녹아듬의 과정이 농축된 것이 이 책이다. 쿠바를 꿈꾸는 사람에게 권한다.

ps.저자 사석원은 화가다. 그가 직접 그린 쿠바 그림이 책에 있다. 사진도 좋지만 그림이 더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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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