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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7 그녀에게 말하다 - 그녀니까 말한다
각종책들2009. 1. 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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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말하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혜리 (씨네21,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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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어렵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인터뷰는 그래서 어려운 작업이다. 한 사람을 한 사람의 시각으로,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어렵다. 인터뷰를 잘하기로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있다. 인터뷰 상대의 책, 글 하나하나 다 찾아 읽어가며 철저히 준비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다치바나다. 그가 한 인터뷰에는 논리가 있고, 흐름이 있다. 툭툭 끊기는 질문의 나열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대화로 만들어진 글이다.

 국내에서 신뢰할만한 인터뷰어로는 지승호와 김혜리가 있다. 지승호는 인터뷰만으로 이루어진 여러 권의 책을 냈고, 김혜리는 책은 많이 내지 않았지만 씨네21을 통해 인터뷰어로서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 책은 김혜리 기자가 씨네21에 연재했던 사람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영화잡지에 연재했다고 해서 영화판 사람들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영혁 같은 DJ도 있고 디자이너 정구호에 소설가 박민규도 있다. 이창동 감독님에 강금실 변호사까지 면면도 다채롭다. 이 다양한 인물들을 일정한 톤으로 묶는 건 인터뷰어 김혜리의 내공이다. 옅은, 어두운 보라색 표지처럼 차분하게 삶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내보이는 인터뷰이들, 김혜리 앞에서니까 가능한 일인 듯 싶다.

 나문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아냐. 많이 사랑하진 못해. 어머니도 그냥 지나가는 거야." 그냥 지나가는 것들을,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아 글로 남기는 것, 그게 인터뷰다. 김혜리는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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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