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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4 성수가 이해한 매트릭스 #1 - 네오가 구원자로 받아들여진 것은
각종문화2008. 12. 1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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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감독 래리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1999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쉬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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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홈피에 썼던 것을 새로 블로그를 오픈하면서 가져왔다.
** 인터넷 어딘가에 이 글이 떠돌아다니고 있던데 이제 여기에 자리를 잡게 해야겠다.


1.전체적인 구조


매트릭스는 기계들이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가상현실공간이다. 인간을 배양기 속에 넣어두고, 가상현실을 살아가게 함으로써 그들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이다.

매트릭스는 원래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아무런 고통과 걱정도 없이 잘 정돈된 소위 말하는 '천국'을 구현한 것이 첫번째 매트릭스다. 그런데 인간은 그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너희 종족은 고통과 불행을 통해서만 현실을 인식하는 거야' 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이후의 매트릭스는 인간에게 감정을 조금씩 허용하는 쪽으로 설계된다. 완벽한 통제로는 연료원인 인간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인간심리를 연구하여 매트릭스에 반영시키기 위한 인간심리 연구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인간적인 요소가 매트릭스에 도입되면서 인간들 중에 자신의 현 상태를 자각하는 무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조화로운 세계(매트릭스)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자가 한 둘씩 발생한다.

 

 이렇게 가상현실로서의 매트릭스를 깨달은 자들은 탈출을 시도하고, 그들이 모인 공간이 바로 시온이다. 이들은 이제 다른 인간들도 그 사실을 깨닫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기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그들은 매트릭스 세계로 접속해 들어가 인간에게 자각을 심어주는 활동을 한다.

기계들이 보기에 이는 자신들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다. 인간의 '자각'은 기계의 에너지원으로서의 '인간전지'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들 시온 사람들의 접속을 막기 위해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매트릭스에 집어넣은다. 이들의 임무는 매트릭스에 들어와 활동하는 시온 무리를 잡는 것이다. 그러나 에이전트 프로그램은 시온에 대한 기계의 딜레마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시온의 존재는 인간에게 자각을 불러일으키므로 기계에게 위협이기도 하지만, 시온이 없도록 매트릭스를 완벽하게 만들면 생체에너지 자체를 빼낼 수 없다.

 

 이것이 기계의 딜레마이고,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온이 너무 커지는 것을 막는 정도로만 하는 것이다. 시온은 필요악인 것이다. 그리고 시온이 너무 커져서 에이전트 프로그램만으로 이를 막을 수 없게 되면 시온을 파괴하고 새로운 매트릭스를 건설하였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불규칙의 산물로써 시온의 파괴를 막기 위해 나선 자이다. 그러나 앞서의 시도는 다 실패하여 시온은 5번 파괴되었고, 이제 6번째의 시온이 또다시 파괴의 위협에 직면해있다.

설계자는 매트릭스를 새로이 만들 때마다 그동안 오라클을 통해 연구한 인간심리를 반영하여 인간을 오래 살게 하면서, 동시에 기계에 대한 위협을 최소화하는 목표를 추구한다. 고통과 불안을 인간이 느끼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자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게 해야하는 과제를 추구해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설계자는 매트릭스의 아버지이고, 오라클은 매트릭스의 어머니라 표현할 수 있다. 오라클이 수행한 인간심리분석으로 매트릭스는 생체에너지를 더 잘 생산하고, 인간전지의 수명을 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트릭스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여전히 불완전하였고, 이는 시온의 파괴와 매트릭스의 재건이라는 순환을 가져왔다. 이제 설계자와 오라클은 이런 무의미한 파괴와 재건의 반복을 끝내고 제대로 된 매트릭스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시온의 파괴를 막으려 나선 자인 네오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계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바로 인간의 '자각'이므로 이를 억제하여야 한다. 그 방법으로 네오를 구원자로 시온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원래 시온사람들은 스스로 자각을 하고, 연료전지 상태에서 탈출하여 기계에 대항한 자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구원한 것이지 누군가에 의해 구원받은 게 아니다.

 

 그런데 네오가 구원자로 인식된다면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자각하여 스스로를 구원할 이유가 없게 된다. 구원자인 네오를 기다리고, 네오가 왔을 때 그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각을 통한 자기구원'에서 '구원자를 통한 구원'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시온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면 기계는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된다. 네오의 존재만 컨트롤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오에 대한 컨트롤은 오라클을 통해서 할 수 있다. 네오는 오라클의 인도와 도움으로 구원자로 성장해가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또한 시온 사람들에게 예언자로 인식되어 있으므로(실제로는 매트릭스의 유지발전을 위한 존재이지만) 새로운 네오의 출현은 오라클이 언제든지 탐지할 수 있다. 시온사람들은 구원자로서의 네오를 확인하는 데에 있어 오라클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설계자와 오라클은 네오에 의해 시온 사람들이 기계로부터 보호된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기계군단(셀티넬)의 1차공습을 자신들의 힘으로 막아낸 시온 사람들은 2차 공습에 직면해서는 네오의 구원을 기다리게 된다. '네오, 구해주려면 빨리 구해줘요.'와 같은 대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시온 사람 전부가 네오의 구원을 믿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몇몇이 네오를 믿을 뿐이다. 그러나 2차공습에 의해 곧 무너질 위기의 순간에서 기계들은 물러나고 이들은 그것을 네오가 해낸 일로 인식하게 된다. 이후 네오는 시온의 파괴를 막아낸 구원자로서 인식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네오가 시온을 구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원래 네오는 스미스에게 흡수되어 복제됨으로써 스미스를 막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3편에서 스미스가 네오를 흡수하기 직전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라는 대사를 하면서 예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과거 5번의 네오가 과거의 스미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흡수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미스는 네오의 대칭점으로써 만들어진 존재이므로 스미스가 네오를 흡수하면 + - 가 되어 0 이 되고 소멸하게 된다. 원래 스미스는 네오를 막는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고 네오를 제거하기 위해 네오와 대칭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5번의 네오가 실패한 것은 바로 스미스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에 매트릭스를 지킨 것은 스미스인데 6번째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스미스의 복제능력이 생각보다 강력해져서 기계들이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네오가 기계의 신(지도자?)와 거래를 한 것은 네오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 스미스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자기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무기로 평화를 요구한 것이다. 기계 입장에서는 통제불가능한 스미스를 제거하는 동시에 네오를 구원자로서 상정하는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기 위해 네오를 매트릭스로 접속시킨다. 그 의도대로 네오는 스미스와 하나가 되어 스미스와 네오는 소멸되어 버리고, 약속대로 기계의 신은 시온공격부대를 철수시킨다. 이는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네오를 구원자로 인식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은 자기가 스미스에게 흡수되면 스미스가 힘이 더 커질거라 예상하고 스스로 흡수된 것이다. 즉 스미스와 네오의 최후 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기계가 네오를 접속시키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서 오라클은 저항없이 스미스에게 흡수된다. 이를 통해 스미스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은 오라클이 매트릭스를 보다 완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 설계자가 오라클에게 '이번에는 위험한 시도를 했더군'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오라클이 흡수됨으로 스미스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게 될지는 알 수 없고, 그 결과로 스미스가 기계를 위협하는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셰라프가 오라클에게 이런 일들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오라클이 '믿었다'라고 말한 것도 오라클이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시온사람들은 네오를 구원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설계자가 '그들에게 자유를 주지'라고 한 것은 시온사람들의 활동을 방임하겠다는 뜻이다. 네오를 구원자로 인식한 시온사람들은 '자각을 통한 자기구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므로 기계에 대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온은 자기들의 공간에서 구원자를 기다리며 살 것이고, 구원자는 설계자와 오라클이 통제하면 된다. 그로써 당분간 평화는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시온 사람들 중에 자각을 하는 사람이 또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구원자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믿음은 흔들릴 수 있다. 사티가 오라클에게 '네오를 또 볼 수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오라클이 그럴 수 있다 라고 한 것은 '구원자를 통한 구원'이 '자각을 통한 자기구원'으로 또다시 바뀌는 순간이 오면 구원자로서 네오를 시온 사람들에게 보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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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