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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좋은 미술서를 갖지 못했었다. 미술서는 체험을 통해 가다듬어지기 때문이다. 원본을 보고 쓰는 글과 화첩을 보고 쓰는 글은 비교할 수 없다. 아무리 미술 관련 책을 읽어도 원체험 없는 글은 막연할 뿐이다. 현장에 가본 사람과 지도를 본 사람의 운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가서 본 사람이 적으니 좋은 미술서를 갖기 어려웠다. 본 사람이 없진 않았지만 그들 모두가 좋은 글솜씨를 가진 것은 아닌 바에야. 좋은 작가가 안 나오는데 좋은 독자는 나오겠나. 미술서에 대한 욕구를 가진 독자층도 얇았다. 악순환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미술서를 갖기까지는 두 가지, 용기와 전략이 필요했다.
이 책의 저자, 이주헌 님은 그 두 가지를 갖춘 사람이다.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이라는 멋진 책은 그 결과물이다.
먼저 용기. 이주헌 님은 잘 다니던 직장을 뛰쳐나왔다. 미술글로 먹고 살고 싶었기 때문.
보장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니다.
미술전문기자로 몇 년 근무하고, 미술책도 내서 비빌 구석은 있었지만 그걸로 밥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독자층이 가장 얇은 미술분야는 하물며.
구본형 님은 책도 한 두 권 내고 치밀하게 준비했지, 애 둘 딸린 가장이 사표를 던지고 뛰쳐나오게 한 건 용기. 그 길로 학고재를 찾아가 미술서를 하나 쓰려하니 선금을 내놓으라고 한 것도 용기다.
용기와 만용은 같다. 꿈을 꾼다는 점에서는. 용기와 만용은 다르다. 전략이 있다는 점에서는. 어디로 보나 직장인의 일탈로 끝날을 길이 보석같은 미술서의 길이 된 것은 그에게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딱딱한 미술서가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짰다. 가족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하고, 유럽의 미술관을 하나하나 훑어가면서 부담없이 미술에 빠질 수 있게 한 것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책으로만 접하던 미술작품을 실제로 보려는 욕구가 있음을 간파하고 여행갈 때 들고 갈만한 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컨셉북을 혼자서 기획하고 내놓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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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읽으면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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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과 비슷한 컨셉의 책. 기자 출신인 이주헌 님에 비해 글맛은 떨어지는 편.
정보 면에서는 좀 더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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