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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강산무진 - 김훈 작품의 3가지 특징
각종책들2009. 1. 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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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훈 (문학동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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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의 소설은 평론 쓰기가 쉽다. 그의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는 3가지. 아름다운 문체, 대조적인 상황과 인물 그리고 삶에 대한 건조한 시각. 그의 첫번째 단편집 '강산무진'을 보면 그의 단편은 이 3가지 요소만으로 요약될 수 있다.

 '화장'은 '아내의 火葬'과 '추은주의 化粧'을 대비하고, '언니의 폐경'은 언니와 동생의 삶을 대비시킨다. '항로표지'는 섬에서 떠나려는 등대지기와 섬에 들어오려는 퇴직한 대기업 중역을 대비시킨다. 이를 통해 작가 김훈은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건조한 시각, 그의 소설 주인공은 대부분 50대이다. 삶이 어떠한지를 알고, 삶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안다. 자기가 무엇을 해보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삶의 기쁨을 충분히 맛보았지만 삶은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슬프다고 울 필요도, 무너질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의 인물들은 울지 않는다. 작가 김훈에게 삶이란 아내의 영정 옆에서 새벽에 느끼르한 라면을 먹는 일이며,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을 때 가장 많은 퇴직금을 받고 회사에서 나오기 위해 이민간다는 핑계를 대는 일이다.

  이런 요소들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대한 평론을 쓰기는 쉽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대해 좋은 평론을 쓰기는 정말 어렵다. 그는 두, 세가지의 연장만 가지고 멋진 책상을 만들 줄 아는 목수다. 그 단순함의 미학을 옆에서 지켜보는 구경꾼이 설명하기란, 제대로 설명하기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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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설이란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삶의 한 단면'을 '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시는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삶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 대한 이런 정의에 따르면 소설에 있어 중요한 3가지는 '작가의 세계관' '소재 or 주제' 그리고 'story telling'이 된다.

  'story telling'은 읽는 맛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얼마나 맛깔나게 풀어서 그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하느냐이다. 만담형의 성석제 님, 묘하게 이어지는 문장의 박민규님같은 분이 story telling에 강하다.

  '소재 or 주제'에서는 김영하 님이 좋다. story telling도 좋은 편이지만 그는 '소재, 주제'라는 측면에서 이 순간 한국문학의 경계를 넓힌 작가이다.

  그리고 '작가의 세계관'에서는 김훈 님이 좋다. 적어도 나는 그의 세계관을 좋아한다.

  그는 남자는 울어서는 안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울지 않을 뿐이다. 그는 삶은 버텨야 하는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서있을 뿐이다. 그는 가치평가를 부정한 채 삶은 그냥 삶일 뿐이라고 한다.

  나는 그런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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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