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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01 H2 - 열혈야구청춘은 아니지만
각종문화2009. 1. 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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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7(소장판)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DACHI MITSURU (대원씨아이(주),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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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찌 미쯔루는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중 한 명입니다. 일본 만화가 중에서는 이 사람과 '아기와 나'를 그린 마리모 라가와를 좋아하죠. 그 외에도 여럿 있겠지만 일단 이 둘입니다.

미쯔루의 만화에 대해서는 반응이 크게 엇갈립니다. 열광하는 사람과 밋밋하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맛보면 빠져나오지 못하지만 쉽게 빠져들지도 않습니다.

미쯔루의 만화는 여백의 미와 슬쩍 발을 빼는 유머라는 특징을 가집니다. 제가 아는 한 형은 컷분할이 가장 뛰어난 만화가라는 평을 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장면전환이 자연스러우면서도 감정의 흐름을 잘 살립니다. 여백을 적절히 활용해서 아무 의미없어보이는 장면들을 삽입하곤 하는데 그게 오히려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약간씩 위아래로만 움직이는 바다를 본 적 있나요? 이 만화가 그래요. 특별한 감정의 기복같은 거 별로 없습니다. 어찌보면 단조로운 감정의 흐름에 있어 이런 장면분할과 컷 구성은 감정을 계속 곰씹게 만듭니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도는 밥알처럼요.

미쯔루 특유의 유머도 한 번 재미들이면 허무개그 비슷무리한건데 이게 참 감질맛나죠. 슬쩍 발을 빼고 시치미 뚝 떼는 미쯔루의 유머. 좋습니다.

이런 유머는 주인공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을겁니다. 미쯔루 만화의 주인공은 열혈청년이 아닙니다. 뛰어난 능력이 분명 있지만(고등학생이 150km짜리 직구를 던집니다. @.@) 목숨걸고 덤비지는 않습니다. 스포츠 만화라면 청춘희 끓는 피가 난무하겠지만 이 만화 결코 그렇지않습니다. 주인공 거의 흥분안합니다. 여자친구(?)가 이상한 바람둥이에게 걸려 위기에 빠졌을 때도 우리의 주인공 히로는 화 한 번 내지 않습니다. 150km짜리 직구로 그녀를 위기에서 구할뿐이죠. 나쁜 놈에게 날리는 분노의 주먹 이런 거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라면 굉장히 자극적이고 아드네날린이 마구 분비되어야 할 이런 사건에서조차도(명색이 성폭행 사건 아닌가요?) 너무나 담담하게 넘어가기 때문에 '뭔 일 있었나?' 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인생관은 간단하죠. '야구는 즐겨야한다'입니다. 야구뿐만이 아니라 매사에 그렇지요. 뭔가를 위해 달려가긴 하지만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걸 즐기다보니 그렇게 된 것 뿐입니다. 인생을 달관한듯한 주인공. 매력적입니다.

미쯔루 만화가 대체로 그렇지만 이 H2 역시 야구를 소재로 하지만 야구만화가 아닙니다. 야구를 몰라도 보는데 아무 지장없습니다. 물론 다른 미쯔루 만화와는 달리 야구가 퍽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합니다. '러프'같은 작품에서는 수영과 다이빙이 소재인데 수영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딱 두 씬 뿐입니다. 그게 무척 중요한 장면이기는 하지만요. 미쯔루는 항상 그런 식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XX 스포츠 만화다'라고 강조하는 대사나 그림이 꼭 등장시키지만 정작 스포츠와는 별 상관이 없는 얘기가 되버립니다. 다만 야구 만큼은 꽤 잘 활용합니다. 미쯔루가 야구를 무지 좋아한다는군요.

미쯔루의 여러 작품 중에서 제가 최고롤 꼽는 것이 바로 이 'H2'입니다. 앞서 언급한 미쯔루의 장점이 극대화된 작품이죠. 그럼 최악의 작품은? '미소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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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