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2012. 10. 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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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때 한겨레 21을 정기구독했었다. 논술 공부도 할 겸 세상 돌아가는 것은 좀 알아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성적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과에 문 닫고 들어가기도 어려운 수능점수를 가지고도 합격한 것을 보면 논술점수가 꽤나 좋았을 것 같고 한겨레 21 정기구독료 정도는 빼먹었을 성 싶기는 하다.

 

 대학에 들어가니 학생운동의 끝무렵이라 아직까지는 선배 중에 사회운동이라든지 개혁이라든지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어 교육 커리큘럼을 짜서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고 하는 일이 있었다. 학교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가 99.9%인 우리 과 특성상 선배들과의 토론에서 자신의 고정관념과 생각이 팍 깨지는 경험을 하는 동기들이 있었다.

 

 나? 한겨레21 몇 년 읽다보니 선배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미 대충 다 아는거였다. 보통은 선배 vs 후배 구도로 토론이 이루어지는데 나는 선배 + 1에 가까운 쪽이었다. 선배들이 보기에 나는 이미 의식화가 잘 진행된 우수한 인재였던 것이고, 학생회 스카웃 제의도 있었지만 나는 연애하기 바빴을 뿐이다.

 

 그리고는 한겨레21을 그만 읽게 되었다. 어떤 잡지를 몇 년 읽다보면 몇 가지 주제가 되풀이되게 마련이고, 또 이거야 하며 그냥 넘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원래 내 심장이 딱히 왼쪽에서 뛰지도 않던 바이기도 했다.

 

 대학교 2학년 때 100권 읽기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면서 여러 분야의 여러 시각의 책을 읽게 되었다. 1년 반 정도 걸린 결과로 책읽기와 세상읽기에 조금은 자신이 생겼고, 한겨레21은 이제 그만 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10여 년. 시사주간지는 명절 특집호나 가끔 사는 수준이었다. 명절 특집호는 같은 값에 양도 많고 명절퀴즈대잔치 같은 게 있어 가외의 소득도 노려볼 수 있었으니까.

 

 취직을 하고, 한 분야를 맡아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시사주간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무뎌져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이 특성상 비판적, 분석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그동안 책은 일년에 100여 권씩 꾸준히 읽어왔지만 파고들어서 읽는 그런 독서가 아니어서 감각이 죽어 있었다.

 

 좋은 게 좋은거지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독서로는 내 일을 제대로 해나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분석적으로 파헤치는 독서를 해야 한다 -> 시사주간지 구독을 해야겠다로 연결된거다.

 

 한겨레21이 아니라 시사인을 결정한 것은 가끔 들쳐보는 한겨레21이 옛날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아서이다. 처음 한겨레21은 신선함으로 가득했다. 그런 주제를 이야기하는 매체도 없었고, 그런 이야기를 그런 방식으로 말하는 곳도 없었다. 신선한 시도로 지적 자극을 안겨주었지만, 지금은 정체되어 있다.

 

 시사인이라면 조금은 다른 자극을 주지 않을까 해서 골랐다. 일년 정기구독료가 15만원이다. 정기구독 선물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없다. 재정이 어렵다니 부차적인 그런 것에 연연할 일은 아니다. 업의 본질인 날카롭게 끈길지게 분석하는 기사가 좋으면 만족이다. 1년, 칼을 벼를 숫돌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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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