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7/6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재산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돈과 명성은 있다가도 없을 수 있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는 것. 한 번 무너졌다 해서 비관할 것도 없고, 잘 나간다고 뻐길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성공과 실패에서 어떤 경험을 쌓았느냐 하는 것과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했는가 하는거다.
내가 대학생활을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기로 꼽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험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판에 박힌 삶을 살았다면 대학에 들어와서는 이것 저것 많이 찔러보고, 부딪혀봤다. 아직도 많은 경험이 더 필요하고, 내가 해온 경험들이 전부 유용한 것이라 자신할 수는 없지만 내 나름대로는 끊임없이 모색하고 몸으로 머리로 마딱뜨려 쌓아온 것들이다.
내 대학생활이라고 해서 장미빛으로만 가득찼겠는가? 좋았던 적도 있고,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워던 적도 있다. 행복했던 때가 있냐 하면, 슬펐을 때도 있고, 내가 이걸 왜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 하나하나의 경험이 내게는 모두 소중하다. 지금의 고민하고 쪽팔려하고 하는 것들이 미래의 내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흔들리면 인생이 한 번에 무너진다. 그러나 젊었을 때 흔들려본 경험이 있다면 나이 들어 흔들려도 조금 흔들리거나 오히려 흔들리는 그 리듬을 즐기며 추락하지는 않을 수 있다. 롤러 코스터를 타며 스릴을 만끽하지만 결국은 안전한 것처럼 말이다. 경험은 일종의 예방주사라 할 수 있다.
어머니께서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조금씩이라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또 어머니께서는 연애에 대해서 한 명과 진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나의 생각은 결국 어머니에게서 기원한 것일지 모른다. 어머니의 말씀대로라면 나는 제법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두루두루 건들여보고 그것을 내 안으로 축적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해본 경험 중에는 상식선으로 이해가능한 것, 성수라면 그런 걸 해볼 수도 있지 라는 것, 아무리 그래도 설마 성수가 그랬을까 라는 것, 너 그런 거 하면 너 다시는 안 본다 하는 것 등이 모두 섞여있다. A급 비밀은 홈피에 안 올리고 속에 품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알 수는 없다. A급 중에서 몇몇에게만 말하는 것들은 아는 사람이 있지만 특급으로 불리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어차피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일일이 다 까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나씩 하나씩 경험을 늘여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기회비용과 오명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오명을 쌓는 것은 싫어하므로 남들이 모르게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가 현재의 내가 어떠하든 결코 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지금 아무리 무너진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무너짐의 경험이 10년 후, 20년 후의 나를 더욱 크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예로 들면 주위에서 염려의 눈길이 많지만 지금 주식으로 해서 한 번 망가져보는 게 나머지 인생을 건실하게 살게 만든다면 한 번 무너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상관없다. 너는 공부나 하지 왜 그런 것을 손댔냐,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라고 하지만 개의치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주식으로 떼돈 벌겠다가 아니라 이걸 통해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이면 당장의 일시적 손해는 감수할 수 있다.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새로운 경험을 하나씩 추가해간다는 것은 내게 기쁨이다. 좋은 결말이 확실하다 해도 같은 경험만 반복하는 것은 재미없다. 새로운 경험을 하나 더했다는 것으로도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더라도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바닥에 있는 자가 위로 뛰어 올라가기 위해 웅크리는 자세를 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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