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09. 12. 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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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001 / 미국)
출연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드 로, 프랜시스 오코너, 샘 로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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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보고 왔어요.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는 영화여서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좀 일찍 보고 왔어요.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는 정말 소름끼치더군요.


쥬드 로가 애매한 캐릭터로 기대에 못미친 반면 오스먼트 연기 대단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간에 오스먼트의 연기만큼은 인상적입니다. 


 영화는 전반부 몇십분만 볼만했습니다. 오스먼트가 입양이 되서 살다가 엄마에게 버림받는 장면까지 그 몇십분은 숨막힐듯한 긴장과 울림을 주었습니다만 그 다음 부분은 실망스러웠어요.

사이보그를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다룬 앞부분은 많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뒤 얘기는 과연 뭘 말하고 싶은거지 모호했습니다.

특히 스필버그 특유의 사족은 꽤나 신경을 거슬리더군요.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얘기고 A.I.를 보는내내 제 머리속을 떠나지않았던 얘기를 좀 해볼까합니다.


A.I. 맨 앞부분에 로봇회사의 개발자들이 회의 or 세미나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서 어린이 로봇을 새로이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박사가 하자 (이 사람이 바로 로봇 '오스먼트'를 만든 사람이죠.) 한 여자가 로봇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어린이 로봇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반응이 좋지않을거라고 말합니다.


이에 그 박사가 이런 말을 합니다. '말썽도 전혀 안피고, 속썩이지도 않고, 항상 착한 이 아이를 누가 입양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현실이 생각나더군요. 보통 입양을 할 때 가장 선호하는 것은 1-2살 정도의 여자아이라고 합니다. 그보다 나이많은 아이는 입양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갈등을 일으킬 수가 있거든요.

우리 나라에선 대부분 공개입양을 하지않고(공개입양이란 입양한 사실을 주위 사람과 아이에게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비밀입양을 합니다.

마치 친자식인 것처럼 위장하는거죠.

그건 나중에 아이가 친부모 찾아간다고 할 수도 있고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서입니다.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것은 키우는 재미가 더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여자아이가 말썽을 덜 피우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다른 아이가 있는 집에서 이런 경우가 많죠. 남자아이면 친자식이 위축될 수 있거든요.


또 우리 나라에서는 장애아는 거의 입양을 하지 않습니다. 입양했다가 나중에 장애사실이 드러나면(애가 좀 커야 장애여부가 보이거든요.) 바꿔달라고 하는 경우까지 있답니다.


입양은 어떻게 보면 이타적인 듯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참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입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거죠. 양부모를 위한 입양이 주를 이루다보니 저런 일들이 생기는겁니다.


사실 아이의 입장에서는 공개입양이 더 나을겁니다. 보통 아이를 위해 숨긴다고 하지만 누가 진정한 부모인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그들에게 있고, 또 그 욕구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왜 해마다 수많은 해외입양아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으려 하겠어요?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찾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때문입니다.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죠. 친자와의 갈등을 염려하는 마음... 글쎄요. 친자가 둘이라도 형제간에는 당연히 갈등이 있습니다. 그 갈등을 막기 위해 일부러 한 아이를 딸로 낳지는 않잖아요?

친자간에 갈등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친자와 양자간의 갈등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 입양아를 진짜 자신의 아이로 생각한다면 그래선 안됩니다.

그런 고려의 밑바탕에는 양자보단 친자가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이 깔려있는게 아닐까요? 마치 A.I. 에서 오스먼트가 친자와 갈등을 보이고, 친자에게 위험이 되자 갖다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정말 입양되어서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은 비장애아가 아니라 장애아입니다. 장애아는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합니다.

장애아라서 거부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군요. 누구를 위한 입양이냐고.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아동수출국으로 지목되자(국내입양이 잘안되니 해외입양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정부는 해외입양을 제한하는 정책을 취했습니다.

그러자 난리가 났습니다. 국내에선 데려가는 사람이 없는데 해외로 입양하는 길마저 막혀버렸으니 이 수많은 버려진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특히 장애아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근시안적이고 전형적인 탁상정책이죠. 문제의 본질은 보지못한채 미봉책으로 어떻게 피해보려는. 해외에서 탄원서가 날라들고 있습니다. 장애아만이라도 해외입양을 허락해달라고. 자기들이 맡아 잘 키우겠다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이기적인 양부모들이 있는 세상에서 박사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정말 양부모들이 바라는 완벽한 조건의 아이를 맘대로 입양할 수 있을테니까요.

폭발적인 수요가 있을겁니다. 사람이 아니라 싫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로봇보다는 사람이 좋다고요? 에이, 왜 그래요. 다 알면서.

이기적인 양부모들이 원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을 위한 도구잖아요. 이렇게 휼륭한 도구를 제공하는데 뭐하러 골치아프게 인간의 아이를 입양하는 모험을 합니까? 그 애가 아주 성질 드럽고, 망나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로봇아이는 맘에 안들면 폐기시켜버릴 수도 있어요. 고장나면 A/S와 반품도 된답니다. 그리고 또 멋진 신형 로봇을 사면 정말 간단하잖아요.

이기적인 양부모에게 미래는 정말 '멋진 신세계'가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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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