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08. 12. 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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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양골동양과자점.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FUMI YOSHINAGA (서울문화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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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동성애를 다룬 작품임에도 마리모 라가와의 '뉴욕 뉴욕'처럼 큰 거부감 없이 집어들 수 있는 만화죠.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재미는 '마성의 게이'가 등장하여 은근슬쩍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성애 코드>, 저렇게 맛있는 것을 말과 그림으로만 봐야 하다니... <음식>, 예상을 살짝 뛰어넘는 웃음 <유머> 등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다른 작품을 추천하겠습니다. 심지어 취향별 맞춤 추천 입니다.

 

#2  음식이 땡겼다면..

  서양골동양과점의 화려한 음식 설명에 마음을 뺐겼다면

  '사랑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를 추천합니다.

  단편집이고, 요시나가 후미가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은 후 쓰고 그린 '음식점 리뷰' 만화입니다. 보통의 음식점 리뷰와 다른 점은 일정한 스토리가 들어간다는 것, 정확히 말하면 일상 생활과 음식점 기행의 접목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생활, 인생관 등도 엿볼 수 있죠. 모두 일본에 있는 음식점이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3 유머가 좋았다면

  요시나가 후미, 꽤 키득거리고 웃게 만드는 작가입니다.

플라워 오브 라이프 4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FUMI YOSHINAGA (서울문화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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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작품 중 '플라워 오브 라이프'를 추천합니다. 동성애 코드가 나올락말락한 '고교 청춘물'입니다. 게다가 이 만화는 단편이 아니라 연재 중입니다. 2권까지 나왔죠.  그의 만화의 특징인 독특한 캐릭터가 꽤 매력적입니다. 강추입니다.

 

 #4 동성애 코드

  1.소프트한 '동성애 코드'

  동성애 코드는 좋지만 노골적인 '야오이'물은 싫다는 분은 '오오쿠'가 괜찮을 것 같군요.

  어떠한 이유로 남자가 거의 죽어버린 가상의 일본을 무대로 천황(당연히 여자죠)만이 수많은 남자후궁을 거느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오쿠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FUMI YOUSHINAGA (서울문화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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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하드한 '동성애 코드'

 '서양골동양과자점'의 두리뭉실한 동성애 코드가 싫었다면

  'antique'를 추천합니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외전쯤 됩니다. '하드코어'한 외전입니다. 정통 y물이이지요.

  또는 '슬램덩크 패러디'도 괜찮습니다. 정대만과 권준호의 하드코어 스토리입니다. 이건 동인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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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8. 12. 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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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2 - 리로디드
감독 래리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2003 /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쉬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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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정신이 육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기초지식을 쌓아보자.

1. 냉동창고에 몇 사람이 갇히게 되었다. 사람이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문을 닫은 것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질러 봤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갇힌 사람들은 결국 밤새 얼어죽었다. 아침에 창고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의 몸에는 동사자의 신체적 징후가 뚜렸했다. 그런데 사실 그 냉동창고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얼어죽을 온도가 아니었다.

2.최면술을 본 적이 있는가? 최면에 빠진 상태에서 최면술사가 대상자에게 '당신은 지금 매우 신 오렌지를 먹고 있습니다'라고 암시를 걸면 대상자는 정말 신 것을 먹은듯한 표정과 반응을 보인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정신이 육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인간은 인식-판단-행동 의 과정을 거쳐 특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외부상황에 대한 인식이 뇌로 보내지면 뇌는 그에 적절한 판단을 하고 다시 이를 육체로 전달해 행동하게 한다. 이것이 인간행동의 기본메커니즘이다. 첫번째 예에서 갇힌 사람들은 인식을 잘못했다. 그런데 뇌는 그 잘못된 인식에 근거해서 실제로 얼음창고에 갇혔다고 판단했고 그에 따라 신체가 반응을 일으켰다. 두번째 예에서도 현실적으로 없는 것을 대상자는 있는 것으로 인식했고 그에 따른 판단과 행동을 보여줬다. 원래 인식-판단-행동 으로 인간행동은 이루어지지만 특정한 경우 실제상황이 아님에도 뇌의 판단에 따라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 이와 같다.

사람의 행동을 조종하고 싶다면 판단 부분을 건드리면 된다. 뇌에 직접 '밥을 먹어라' '옷을 벗어라' 와 같은 명령을 할 수 있다면 그런 행동을 끌어낼 수 있다. 다른 방법이 또 있다. 인간의 인식을 조종하는 것이다. 사람으로 하여금 '~~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면 사람은 그에 대응하여 스스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input 을 통제함으로써 원하는 output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processing을 직접 통제한다면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인간이 로봇이나 강시와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input을 통제하면 인간이 판단력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원하는대로 조종할 수 있다.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다. 인간으로 하여금 실제로 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배양기 속에 누워있는 인간전지일 뿐이다. 가상현실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식-판단-행동 의 매커니즘 중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식 또는 판단 부분을 통제해야 한다. 이 중 매트릭스는 후자의 방법, 즉 인식 부분을 통제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매트릭스가 영속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판단력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식 부분을 컨트롤하는 방법으로 가상현실을 살게 하는 것이 매트릭스의 기본 시스템이다. 인간의 뇌가 전자장치인지 화학적 장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자 신호 혹은 화학물질의 전달에 의해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것이 뇌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인식하면 그것이 전자적 혹은 화학적 신호에 의해 뇌에까지 전달되는데 이 부분을 통제하여 뇌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식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매트릭스 시스템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배양기 속에 누워있으면서도 자신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매트릭스 세계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먼저 네오가 현실세계에서까지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을 보자. 네오가 매트릭스 공간에서 능력을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매트릭스는 가상현실이고, 현실세계에서의 자연법칙이 적용될 수 없는 공간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도 매트릭스에서는 자기가 그렇게 믿으면 할 수 있다. 자기 꿈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인데 매트릭스(가상현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오가 현실세계에서 센티넬들을 물리친 것은 네오가 엑스맨이나 슈퍼맨이 아닌 다음에는 말이 안된다.

앞에서 얘기한 정신과 육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자. 정신(뇌)는 육체를 통제하거나 육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네오는 매트릭스 공간에서 훈련과 경험을 통해 특수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날라다니고, 잘 싸우고 등등 거의 무적이다. 이러한 능력은 어디까지나 정신적인 능력일 뿐이다. 매트릭스가 인간의 정신을 제어한 가상세계이므로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획득한 능력은 네오의 정신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 정신적인 능력이 특수한 위기상황에서 현실세계에서의 능력으로 발현된 것이 문제의 바로 그 장면이다. 정신수행이 육체적 능력까지 끌어올리게 된 것이다. 즉 매트릭스 세계에서 네오는 정신적 능력을 키우게 되었고,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의 육체적 능력으로 나오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했을 때 그 지배는 인간의 현실적 능력이라는 한계를 가진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앞의 예에서 얼어죽은 것이나 신 것을 먹은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인간의 능력 범위 내이고,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나 아무리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준다 하여 센티넬을 물리치는 것과 같은 특수능력까지 발휘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분명 단순한 '정신-육체 영향 이론'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인간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인간두뇌 중 사용되지 않는다는 90% 부분에 어떻 능력이 숨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설명을 하겠다. 네오는 보통의 인간보다 이런 능력에 있어 특별한 소질을 가지고 있고(시온을 구할 인물이지 않은가) 그것이 스미스 요원과의 대결 등 여러 경험을 통해 극한으로 단련되었으며 이것이 현실세계에서 센티넬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 이 장면에 대한 가장 편한 설명은 현실 세계 또한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세계라는 것이다. 즉 다층적 매트릭스 구조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으며 시온 사람들은 자신은 현실존재이고 매트릭스는 가상세계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시온 사람들도 또 하나의 매트릭스 안의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가상현실'이라는 생각은 수많은 sf 소설, 영화 등에서 써먹은 주제이며, 동양에서는 '호접지몽'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현실세계가 또 하나의 매트릭스라고 한다면 네오가 센티넬을 물리친 것은 매트릭스 세계에서 네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힘을 발휘한 것과 마찬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네오가 이것이 또 하나의 매트릭스라는 것을 깨닫고서 제1매트릭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무리가 따른다. 네오가 다층적 매트릭스 구조를 깨달았다면 기계도시에 갈 때 그렇게 어렵게 갈 필요가 없다. 그냥 날라가면 된다. -.-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매트릭스가 가상공간임을 가르쳤듯이 네오 또한 모피어스와 트리니티 등에게 이것이 또 하나의 가상공간임을 가르치고 다같이 슈퍼히어로가 되어서 싸우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층적 가상공간 이라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이기는 하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 써먹을 아이디어는 아닌 듯 싶다.

두번째, 스미스 요원이 시온 병사를 조종하여 시온방위계획을 방해하고, 트리니티와 네오에게까지 위협을 가한 장면을 보자.

스미스 요원은 복제능력을 가지고 있다. 매트릭스 내의 사람들은 스미스에 의해 복제되어 제2, 제3의 스미스 요원이 된다. 이들은 스미스 요원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매트릭스 내의 사람들은 현실 세계 사람들의 정신적 분체라 할 수 있다. 배양소 안에 누워있는 사람들은 매트릭스 내의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매트릭스 내의 정신적 분체가 스미스 요원에게 복제되어 버리면 현실 세계에서의 인간 또한 그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스미스 요원이 기계들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스미스 요원이 매트릭스 내의 인간들을 마구 복제함으로써 인간전지로서의 현실인간에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인간전지가 잘 작동하려면 매트릭스 세계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데 스미스에 의해 그것이 방해되고, 현실세계의 인간에게까지 그 영향이 미치게 되어 기계의 연료수급정책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시온 병사의 경우 그의 정신적 분체가 스미스 요원에게 복제됨으로써 스미스 요원이 그의 정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시온 병사의 육체까지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에 걸린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바이러스의 복제와 전파 등, 바이러스의 통제 하에 기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눈을 다친 네오가 마음의 눈으로 상대를 보게 되었을 때(일종의 기를 읽는 것으로 보인다) 시온 병사가 스미스 요원의 모습으로 보인 것은 그 병사의 정신적인 부분이 스미스 요원에 의해 잠식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정신-육체 영향 이론'이 여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때 스미스 요원이 시온 병사의 뇌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스미스 요원은 복제를 통해 시온 병사를 지배한 것이고 따라서 시온 병사가 죽더라도 스미스 요원에게는 영향이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파일이 삭제되었다고 바이러스 자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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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8. 12. 1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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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감독 래리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1999 /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쉬번, 캐리 앤 모스, 휴고 위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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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홈피에 썼던 것을 새로 블로그를 오픈하면서 가져왔다.
** 인터넷 어딘가에 이 글이 떠돌아다니고 있던데 이제 여기에 자리를 잡게 해야겠다.


1.전체적인 구조


매트릭스는 기계들이 인간의 생체에너지를 자신들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가상현실공간이다. 인간을 배양기 속에 넣어두고, 가상현실을 살아가게 함으로써 그들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것이다.

매트릭스는 원래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아무런 고통과 걱정도 없이 잘 정돈된 소위 말하는 '천국'을 구현한 것이 첫번째 매트릭스다. 그런데 인간은 그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미스의 말에 따르면 '너희 종족은 고통과 불행을 통해서만 현실을 인식하는 거야' 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이후의 매트릭스는 인간에게 감정을 조금씩 허용하는 쪽으로 설계된다. 완벽한 통제로는 연료원인 인간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인간심리를 연구하여 매트릭스에 반영시키기 위한 인간심리 연구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인간적인 요소가 매트릭스에 도입되면서 인간들 중에 자신의 현 상태를 자각하는 무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조화로운 세계(매트릭스)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자가 한 둘씩 발생한다.

 

 이렇게 가상현실로서의 매트릭스를 깨달은 자들은 탈출을 시도하고, 그들이 모인 공간이 바로 시온이다. 이들은 이제 다른 인간들도 그 사실을 깨닫도록 돕고, 궁극적으로 기계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그들은 매트릭스 세계로 접속해 들어가 인간에게 자각을 심어주는 활동을 한다.

기계들이 보기에 이는 자신들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다. 인간의 '자각'은 기계의 에너지원으로서의 '인간전지'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들 시온 사람들의 접속을 막기 위해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매트릭스에 집어넣은다. 이들의 임무는 매트릭스에 들어와 활동하는 시온 무리를 잡는 것이다. 그러나 에이전트 프로그램은 시온에 대한 기계의 딜레마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시온의 존재는 인간에게 자각을 불러일으키므로 기계에게 위협이기도 하지만, 시온이 없도록 매트릭스를 완벽하게 만들면 생체에너지 자체를 빼낼 수 없다.

 

 이것이 기계의 딜레마이고,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온이 너무 커지는 것을 막는 정도로만 하는 것이다. 시온은 필요악인 것이다. 그리고 시온이 너무 커져서 에이전트 프로그램만으로 이를 막을 수 없게 되면 시온을 파괴하고 새로운 매트릭스를 건설하였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불규칙의 산물로써 시온의 파괴를 막기 위해 나선 자이다. 그러나 앞서의 시도는 다 실패하여 시온은 5번 파괴되었고, 이제 6번째의 시온이 또다시 파괴의 위협에 직면해있다.

설계자는 매트릭스를 새로이 만들 때마다 그동안 오라클을 통해 연구한 인간심리를 반영하여 인간을 오래 살게 하면서, 동시에 기계에 대한 위협을 최소화하는 목표를 추구한다. 고통과 불안을 인간이 느끼도록 하면서도 그것이 자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게 해야하는 과제를 추구해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설계자는 매트릭스의 아버지이고, 오라클은 매트릭스의 어머니라 표현할 수 있다. 오라클이 수행한 인간심리분석으로 매트릭스는 생체에너지를 더 잘 생산하고, 인간전지의 수명을 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트릭스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여전히 불완전하였고, 이는 시온의 파괴와 매트릭스의 재건이라는 순환을 가져왔다. 이제 설계자와 오라클은 이런 무의미한 파괴와 재건의 반복을 끝내고 제대로 된 매트릭스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시온의 파괴를 막으려 나선 자인 네오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계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바로 인간의 '자각'이므로 이를 억제하여야 한다. 그 방법으로 네오를 구원자로 시온사람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원래 시온사람들은 스스로 자각을 하고, 연료전지 상태에서 탈출하여 기계에 대항한 자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구원한 것이지 누군가에 의해 구원받은 게 아니다.

 

 그런데 네오가 구원자로 인식된다면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자각하여 스스로를 구원할 이유가 없게 된다. 구원자인 네오를 기다리고, 네오가 왔을 때 그를 믿고 따르기만 하면 구원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각을 통한 자기구원'에서 '구원자를 통한 구원'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시온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면 기계는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된다. 네오의 존재만 컨트롤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오에 대한 컨트롤은 오라클을 통해서 할 수 있다. 네오는 오라클의 인도와 도움으로 구원자로 성장해가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또한 시온 사람들에게 예언자로 인식되어 있으므로(실제로는 매트릭스의 유지발전을 위한 존재이지만) 새로운 네오의 출현은 오라클이 언제든지 탐지할 수 있다. 시온사람들은 구원자로서의 네오를 확인하는 데에 있어 오라클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설계자와 오라클은 네오에 의해 시온 사람들이 기계로부터 보호된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기계군단(셀티넬)의 1차공습을 자신들의 힘으로 막아낸 시온 사람들은 2차 공습에 직면해서는 네오의 구원을 기다리게 된다. '네오, 구해주려면 빨리 구해줘요.'와 같은 대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시온 사람 전부가 네오의 구원을 믿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몇몇이 네오를 믿을 뿐이다. 그러나 2차공습에 의해 곧 무너질 위기의 순간에서 기계들은 물러나고 이들은 그것을 네오가 해낸 일로 인식하게 된다. 이후 네오는 시온의 파괴를 막아낸 구원자로서 인식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네오가 시온을 구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원래 네오는 스미스에게 흡수되어 복제됨으로써 스미스를 막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3편에서 스미스가 네오를 흡수하기 직전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라는 대사를 하면서 예전에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과거 5번의 네오가 과거의 스미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흡수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미스는 네오의 대칭점으로써 만들어진 존재이므로 스미스가 네오를 흡수하면 + - 가 되어 0 이 되고 소멸하게 된다. 원래 스미스는 네오를 막는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고 네오를 제거하기 위해 네오와 대칭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5번의 네오가 실패한 것은 바로 스미스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거에 매트릭스를 지킨 것은 스미스인데 6번째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스미스의 복제능력이 생각보다 강력해져서 기계들이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네오가 기계의 신(지도자?)와 거래를 한 것은 네오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아 스미스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자기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무기로 평화를 요구한 것이다. 기계 입장에서는 통제불가능한 스미스를 제거하는 동시에 네오를 구원자로서 상정하는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기 위해 네오를 매트릭스로 접속시킨다. 그 의도대로 네오는 스미스와 하나가 되어 스미스와 네오는 소멸되어 버리고, 약속대로 기계의 신은 시온공격부대를 철수시킨다. 이는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네오를 구원자로 인식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은 자기가 스미스에게 흡수되면 스미스가 힘이 더 커질거라 예상하고 스스로 흡수된 것이다. 즉 스미스와 네오의 최후 대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기계가 네오를 접속시키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서 오라클은 저항없이 스미스에게 흡수된다. 이를 통해 스미스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은 오라클이 매트릭스를 보다 완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활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화 마지막에 설계자가 오라클에게 '이번에는 위험한 시도를 했더군'이라고 하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오라클이 흡수됨으로 스미스가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게 될지는 알 수 없고, 그 결과로 스미스가 기계를 위협하는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셰라프가 오라클에게 이런 일들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오라클이 '믿었다'라고 말한 것도 오라클이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시온사람들은 네오를 구원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설계자가 '그들에게 자유를 주지'라고 한 것은 시온사람들의 활동을 방임하겠다는 뜻이다. 네오를 구원자로 인식한 시온사람들은 '자각을 통한 자기구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므로 기계에 대해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온은 자기들의 공간에서 구원자를 기다리며 살 것이고, 구원자는 설계자와 오라클이 통제하면 된다. 그로써 당분간 평화는 실현될 것이다.

 

그러나 시온 사람들 중에 자각을 하는 사람이 또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구원자가 오래도록 나타나지 않으면 믿음은 흔들릴 수 있다. 사티가 오라클에게 '네오를 또 볼 수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오라클이 그럴 수 있다 라고 한 것은 '구원자를 통한 구원'이 '자각을 통한 자기구원'으로 또다시 바뀌는 순간이 오면 구원자로서 네오를 시온 사람들에게 보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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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