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놀이2009. 10. 15.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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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고시생이 애인으로 안 좋은 5가지 이유'는 많은 고시생 애인 혹은 고시생의 전 애인들로부터 성원을 받았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스크랩을 통해 여기저기 퍼져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작가는 많은 고시생들로부터 협박과 구박을 받았다.

"니가 애인없는 게 니 탓이지, 우리 잘못이냐"라는 터무니없는 인신공격도 있었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넌 평생 솔로로 지낼거다"라는 저주도 있었다.

또한 고시생을 애인으로 둔 사람들로부터 "이왕 사귄 거 어떻게 하겠어요."라는 하소연도 들었다.

 

 이런 모든 반응을 종합하여 "그래도 고시생과 사귀어야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쓰기로 했다.

 

  

#1 고시생을 애인으로 둔 자(이하 고애인)의 마음가짐

  

 어떤 고애인들은 "우리 오빠 뒷바라지를 확실히 해서 꼭 시험에 붙게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뭘 모르는 생각이다. 시험과 연애는 본질적으로 상극이다.

오죽하면 양창수 교수님께서 "공부에 방해되는 연애는 하지말고, 연애에 방해되는 공부도 하지마"라고 설파하셨을까.

연애는 연애대로 하면서 시험도 붙게 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순이며, 세상을 날로 먹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시험은 지가 붙는거다. 주위 사람의 정성만으로 붙는거라면 3만 고시생 중 시험에 못 붙을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주위의 성원과 기대를 과도하게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고애인은 "나 때문에 우리 오빠가 시험에 떨어지게 하지는 말아야지"라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적극적 합격 목적 연애가 아니라 소극적 불합격 방지 목적 연애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2 고애인의 연애 기본자세 - "바라지 말고,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자"

 


 앞서 "고시생이 애인으로 안 좋은 5가지 이유"에서 밝혔듯이 고시생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며, 만사를 귀찮아하는 족속이다.

그러므로 고애인은 이런 고시생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고시생과 사귈 때는 항상 "바라지 말고, 해달라는 것은 다 해주자" 라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괜히 바라는 것이 많았다가는 실망만 커지고, 쪼잔한 고시생이 해달라는 것을 안해줬다가는 고시생의 스트레스만 커진다.

  


#3 연락 - "연락없다 슬퍼말고, 오는 전화 감사하자"

  


 연애에 있어 잦은 연락은 중요하다. "밥먹었어?" "지금 뭐해?"와 같이 남들 보기에는 저게 무슨 전파낭비냐 싶은 쓰잘데기없는 얘기가 연애의 핵심이다.

별 거 아닌 얘기만 가지고도 밤을 샐 수 있는 게 연애요, 사랑이다.

  그런데 고시생은 연락 자주 안한다.. 공부한다고 핸드폰을 꺼놓기가 일쑤이며, 켜있어도 전화나 문자에 반응없다.

이럴 때 "공부한다고 연락 없는 게, 그게 오빠 사랑이에요?"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고애인이라면 공부하고 있겠거니 라고 체념해야 한다.

물론 고시생이 그 시간에 공부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쩌겠는가.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아야 한다.

  또한 어쩌다 고시생 애인께서 전화를 한 번 주시면 감사하게 받아야 한다. 그

것이 공부하다 잠시 한 숨 돌리려 전화한 것인지 아니면 놀다가 지쳐 전화한 것인지는 따지지 말자.

일단 오는 연락은 감사하며 성심껏 통화해주자.

고시생, 지가 전화안받는 것은 당연한거고 애인이 전화안받는 것은 애정이 식은거라고 생각한다.

  


#4 기념일 - "잊었냐? 나도 잊었다"

  


 고시생이 기억하는 날은 딱 3가지다. 지 생일, 시험일, 합격자 발표일. 다른 기념일은 모른다. 

그러므로 괜히 기념일 챙겼네 마네 따져봐야 소용없다.

  특히 2.14. 발렌타인 데이는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다.

대개의 1차 시험은 2월 말에 몰려있으므로 발렌타인 데이를 제대로 챙기는 고시생은 기대하기 힘들다.

남자 고시생은 발렌타인 데이에 받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가한 고시생이 2주 뒤에 시험인데 발렌타인 데이라고 초콜렛 싸들고 꽃단장 하고 온 여자친구를 반가워 하겠나?



  기념일, 시험 끝난 뒤에 챙긴다고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다.

  


#5 대화 - "불합격 고시생의 자존심을 건들지 마라"

  


 가끔 고시생이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가 있다. 시험 붙을 수 있을까?

이거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 등의 약한 소리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잘 들어줘야 하는 건 기본이다.

문제는 괜히 위로한답시고 고시생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든다.

 


 어느 고시생 커플이 있었다.

남자는 시험에 최종합격했고, 여자는 떨어졌다. 남자는 기운이 없어진 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너 힘들게 이 공부하지마! 내가 너 먹여살릴테니까 이 공부 안해도 돼! 나만 믿어!"

 


 믿기는 개뿔을 믿냐 -.- 누가 밥굶을까봐 고시 공부하느냐고!!! 

 


 고시생이 공부에 힘들어하자 이렇게 말한 고애인이 있었다.


 "오빠, 시험 때려치고 그냥 회사에 취직하면 안돼?"

 

 고시생, 자신감은 없어도 자존심은 있다. 

다들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한다는 소리 들었던 인간이고, 고시합격은 단순한 밥벌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증명이다.

  고시생이 힘들다고 하면 잘 들어주고 "할 수 있어" "난 너를 믿어" 등의 말을 해주는 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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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특정 고시생과 상관이 없습니다.

 

** 위 내용은 최악의 고시생을 전제로 하고 쓴 글이므로 이 점 유의하여 연애에 차질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 이 땅의 모든 고애인들의 무한한 인내와 사랑이 고시생을 행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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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고시놀이2009. 10. 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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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껏 온갖 짜증 다 받아줘가며 힘든 고시생활을 함께 했더니 합격한 애인은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리는 일 종종 생긴다.


  이런 경우 많은 애인은 사랑의 덧없음과 세속의 잔인함에 슬퍼하며 눈물로 세월을 지낸다. 그러나 이런 세태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분이 있었으니 '피켓걸'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연수원에 묘령의 여인이 나타났다.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그녀. 연수원생 애인이 자신을 버렸다는 구구절절한 내용을 피켓에 쓴 채 그녀는 시위했고, 결국 그 문제의 남자연수원생은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임관에 실패했다고 한다.

 

 물론 이 case의 경우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가 명백한 것은 아니다. 연애는 원래 당사자 2사람밖에 모르는 것이고(이것을 '이당사자대립주의'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말이 나오기는 쉽지만 실제로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는 둘 밖에 모르는거다. 그리고 원래 연애에서 가해/피해는 딱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어찌됐든 이 피켓걸 case가 많은 배신당한 고애인과 잠재적 배신가능성을 가진 고시생 & 연수원생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 이하에서는 이 case의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복수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2 효과적인 복수방법 - 피켓시위

 

 피켓걸 case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복수의 효과이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앞길을 제대로 막았다. (그러나 결국 그 남자는 대형 로펌에 취직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손해본 것은 없다는 분석도 일부 있기는 하다)

 

 황산테러나 결혼식장에 애를 데리고 나타나는 방법이 종종 많이 논의되었으나 실형의 위험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런데 피켓시위는 좀 쪽팔리는 것만 감수하면 위험부담은 적으면서 한 남자의 인생에 큰 스크래치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혹자는 사법연수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한 사이버 복수를 주장하기도 하나 이 방법은 법조계 내 파급효과가 미약하여 그의 앞길을 막는데 부족해 보인다. 일단 이 복수가 성공하려면 법조계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야하므로 피켓시위가 효과적이다.

 

 

 

#3 피켓 문구 작성시 주의사항

 

 이 때 피켓문구는 구구절절하게 작성하여야 할 것이다. 누구나 한 번 보면 "저런 나쁜 놈" 이라는 소리가 나오게끔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사실을 현저히 부풀리고, 없는 사실은 적당히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했다가 나중에 들통나면 효과가 반감된다)

 

 피켓문구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문구가 있으니 이를 빼놓아서는 안된다.

 

 1.그의 신상명세 (연수원 37기 xxx는 /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다른 신상명세까지 공개해서 불의의 피해자를 막을 필요가 있다)

 

 2.오랜 연애기간 (지난 7년동안 저와 xxx는...)

 

 3.뒷바라지 (고시식당 설거지를 해가며 그의 공부를 도왔고...)

 

 4.사실혼 관계(사람들은 저희를 다 부부인 줄 알았고...)

 

 5.부모님(저희 부모님께서는 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으셔서...)

 

 

 

 

#4 위치 선정과 복장상태

 

 연수원생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곳을 파악하여 그 곳에 제대로 터를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연수원생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피켓시위하기 좋은 명당 best3"를 부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복장은 가능한 눈에 잘 띄는 그러면서도 처연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좋다. 소복 강력추천한다.

 

 또한 머리는 푸르고 있을 것이며 고개는 15도 각도로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좋다.

 

 

 

#5 동조자의 협력

 

 이 때 같은 연수원내에 동조자(일명 프락치)를 확보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은 연수원 내 여론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

 

 "내가 그 둘을 좀 아는데 말야... 사실 내 친구지만 그 놈이 나쁜 놈이지."

 

(이에 대해서는 추후 연수원생 중 남 잘 되는 꼴을 못보는 사람들의 명단을 또 부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6 활동 시간대

 

 하루종일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대를 파악해야 한다. 어차피 이 시위의 목적이 동네방네 소문나게 해서 그의 앞길을 막는데 있으므로 연수원장님 등 교수진이 출퇴근할 시간, 점심시간 등에 집중적으로 시위하는 것이 좋다.

 

 

 

#7 기타

 

 

 1.혹자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리면 더 큰 호응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전단지는 돈만 들고 사람들이 잘 받아가지도 않는다. 또한 전단지 쓰레기가 연수원 곳곳에 버려지면 청소하는 분이나 수위 아저씨가 당신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성공적인 시위를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과 묵인이 필수이므로 괜히 대립관계를 만들 필요 없다.

 

 당신은 불쌍한 모습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서 사람들의 호기심만 자극하면 된다. 그러면 소문은 알아서 (당신이 의도한 것보다 더욱 크게) 퍼진다.

 

 

 2.연수원 교수님의 면담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럴 때면 절대 빼지 말고 면담에 응해야 한다. 이 분들 입에서 '피켓 시위 소식'이 법조계 전반에 퍼지는 것이다. 면담시에는 차분하고 조리있는 태도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 괜히 울거나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한을 품고 있다라는 뉘앙스는 충분히 풍겨야 할 것이다.

 

 

 3.문제의 그 남자가 나타나 1 대 1로 해결하자고 할 수도 있다. 협상조건으로 돈 이런 걸 요구하거나 받지 말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앞길막기 프로젝트'는 지저분한 돈 문제로 변질된다. '전체 연수원생 앞에서 사과하기' 같은 조건을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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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