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놀이2009. 10. 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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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껏 온갖 짜증 다 받아줘가며 힘든 고시생활을 함께 했더니 합격한 애인은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리는 일 종종 생긴다.


  이런 경우 많은 애인은 사랑의 덧없음과 세속의 잔인함에 슬퍼하며 눈물로 세월을 지낸다. 그러나 이런 세태에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분이 있었으니 '피켓걸'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연수원에 묘령의 여인이 나타났다.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그녀. 연수원생 애인이 자신을 버렸다는 구구절절한 내용을 피켓에 쓴 채 그녀는 시위했고, 결국 그 문제의 남자연수원생은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임관에 실패했다고 한다.

 

 물론 이 case의 경우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가 명백한 것은 아니다. 연애는 원래 당사자 2사람밖에 모르는 것이고(이것을 '이당사자대립주의'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가지고 말이 나오기는 쉽지만 실제로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는 둘 밖에 모르는거다. 그리고 원래 연애에서 가해/피해는 딱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어찌됐든 이 피켓걸 case가 많은 배신당한 고애인과 잠재적 배신가능성을 가진 고시생 & 연수원생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 이하에서는 이 case의 분석을 통해 효과적인 복수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2 효과적인 복수방법 - 피켓시위

 

 피켓걸 case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복수의 효과이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앞길을 제대로 막았다. (그러나 결국 그 남자는 대형 로펌에 취직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손해본 것은 없다는 분석도 일부 있기는 하다)

 

 황산테러나 결혼식장에 애를 데리고 나타나는 방법이 종종 많이 논의되었으나 실형의 위험과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런데 피켓시위는 좀 쪽팔리는 것만 감수하면 위험부담은 적으면서 한 남자의 인생에 큰 스크래치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혹자는 사법연수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한 사이버 복수를 주장하기도 하나 이 방법은 법조계 내 파급효과가 미약하여 그의 앞길을 막는데 부족해 보인다. 일단 이 복수가 성공하려면 법조계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야하므로 피켓시위가 효과적이다.

 

 

 

#3 피켓 문구 작성시 주의사항

 

 이 때 피켓문구는 구구절절하게 작성하여야 할 것이다. 누구나 한 번 보면 "저런 나쁜 놈" 이라는 소리가 나오게끔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는 사실을 현저히 부풀리고, 없는 사실은 적당히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했다가 나중에 들통나면 효과가 반감된다)

 

 피켓문구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문구가 있으니 이를 빼놓아서는 안된다.

 

 1.그의 신상명세 (연수원 37기 xxx는 /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다른 신상명세까지 공개해서 불의의 피해자를 막을 필요가 있다)

 

 2.오랜 연애기간 (지난 7년동안 저와 xxx는...)

 

 3.뒷바라지 (고시식당 설거지를 해가며 그의 공부를 도왔고...)

 

 4.사실혼 관계(사람들은 저희를 다 부부인 줄 알았고...)

 

 5.부모님(저희 부모님께서는 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으셔서...)

 

 

 

 

#4 위치 선정과 복장상태

 

 연수원생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곳을 파악하여 그 곳에 제대로 터를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연수원생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피켓시위하기 좋은 명당 best3"를 부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복장은 가능한 눈에 잘 띄는 그러면서도 처연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좋다. 소복 강력추천한다.

 

 또한 머리는 푸르고 있을 것이며 고개는 15도 각도로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좋다.

 

 

 

#5 동조자의 협력

 

 이 때 같은 연수원내에 동조자(일명 프락치)를 확보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이들은 연수원 내 여론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다.

 

 "내가 그 둘을 좀 아는데 말야... 사실 내 친구지만 그 놈이 나쁜 놈이지."

 

(이에 대해서는 추후 연수원생 중 남 잘 되는 꼴을 못보는 사람들의 명단을 또 부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6 활동 시간대

 

 하루종일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인 시간대를 파악해야 한다. 어차피 이 시위의 목적이 동네방네 소문나게 해서 그의 앞길을 막는데 있으므로 연수원장님 등 교수진이 출퇴근할 시간, 점심시간 등에 집중적으로 시위하는 것이 좋다.

 

 

 

#7 기타

 

 

 1.혹자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리면 더 큰 호응이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전단지는 돈만 들고 사람들이 잘 받아가지도 않는다. 또한 전단지 쓰레기가 연수원 곳곳에 버려지면 청소하는 분이나 수위 아저씨가 당신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성공적인 시위를 위해서는 이들의 도움과 묵인이 필수이므로 괜히 대립관계를 만들 필요 없다.

 

 당신은 불쌍한 모습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으면서 사람들의 호기심만 자극하면 된다. 그러면 소문은 알아서 (당신이 의도한 것보다 더욱 크게) 퍼진다.

 

 

 2.연수원 교수님의 면담 요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럴 때면 절대 빼지 말고 면담에 응해야 한다. 이 분들 입에서 '피켓 시위 소식'이 법조계 전반에 퍼지는 것이다. 면담시에는 차분하고 조리있는 태도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다. 괜히 울거나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만 한을 품고 있다라는 뉘앙스는 충분히 풍겨야 할 것이다.

 

 

 3.문제의 그 남자가 나타나 1 대 1로 해결하자고 할 수도 있다. 협상조건으로 돈 이런 걸 요구하거나 받지 말자.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앞길막기 프로젝트'는 지저분한 돈 문제로 변질된다. '전체 연수원생 앞에서 사과하기' 같은 조건을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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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고시놀이2009. 9. 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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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이 없다

 

 몇몇 부르조아 고시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고시생은 돈이 부족하다. 나이가 먹을수록 더하다. 고시 공부 초반에는 집에서 잘 먹어야 공부도 잘한다고 먹을 것도 잘 챙겨주고, 돈도 넉넉하니 대준다. 그러다 돈을 많이 줘봐야 놀고 먹는데 쓰느라 공부안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돈의 공급을 최소한으로 줄이게 된다. 또한 고시 공부 초반에는 학원비다, 책값이다 해서 돈을 타낼 명목이 많았지만 그 놈의 학원타령도 한 두 번이니 돈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연애에 있어 돈이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가난한 연인 컨셉을 지향하는 커플 혹은 정말 사랑해서 못사는 커플이 아닌 다음에는 어느 정도의 돈은 있어줘야 한다.

 

 그러나 고시생, 지 쓸 돈도 없다.

 

 

#2 미래가 없다

 

 연애를 미래가능성에 대한 투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연애가 결혼의 전초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마당에 미래를 안 볼 수는 없다. 혹자는 고시생이라 사귀면 미래가 보장될 거라 여길지도 모르나, 당첨되지 않은 로또용지는 쓰레기일 뿐이다.

 

 3만 고시생 중 시험에 붙는 것은 매년 2천명 이하다. 총정원수는 유지되나 내용물은 계속 변하므로 시간이 지난다고 내가 붙는다는 보장은 없다. 매년 새로운 애들이 붙는 것이고 또한 매년 새로운 애들이 또 이 바닥에 들어온다. 더 어리고, 머리도 싱싱한 애들이 들어온다.

 

 고시경력이 길어질수록 합격률은 떨어지고, 애인도 떨어진다.

 

 

#3 성격도 안 좋다

 

 고3은 1년만 성격 안 좋은 걸 받아주면 된다. 재수는 일부의 문제이다. 하지만 고시생은 최소 3년은 성격 안 좋은 걸 받아줘야 한다. 재시는 필수고, 4시까지 안 가면 다행이다. 고시 공부가 길어질수록 사람은 이기적이 되어간다. 대략 5년 이상 고시바닥에 구른 사람치고 안 까칠한 사람 없다고 보면 된다. 겉으로는 허허 웃고 있어도 속으로 하나씩 가시를 가지고 있는 게 고시생이다.

 

 고시 공부를 오래 하다보면 외부 사람들과 교류가 줄어들게 되는데 그 결과 짜증부릴 사람은 애인밖에 없게 된다. 부모님께는 죄송스러워서 못하고, 같은 고시생들끼리는 서로 짜증부리니까 무서워서 못한다. 원래 알던 친구들은 이미 떠나간지 오래다.

 

 그래서 고시생을 애인으로 둔 사람은 그 짜증 받아줘야 한다. 참고로 고시생은 속도 좁아서 한 번 삐지면 오래 간다.

 

 

#4 시간도 없다

 

 백수는 시간이라도 있지. 고시생은 시간도 없다.

 

 사실 시간은 많다. 그러나 밖에 나가기 귀찮아하고 그냥 뒹굴거리기를 좋아한다.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애인과 안 만나면서 피씨방에서 죽치고 있는 게 고시생이다.

 

 고시촌에 주말만 되면 꽃단장을 하고 고시생 애인을 만나러 온 외부인이 보이는데 사실 다 속고 있는 거다. -.- 고시생이 시간이 없으면 이 동네 피씨방, 만화방, 당구장 다 망한다. 그러나 망하는 곳은 거의 없다.

 

 

#5 몸도 부실하다.

 

 얼짱 고시생은 있어도 몸짱 고시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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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시생과 사귀려는 사람을 위한 충고

 

 그런고로 고시생을 새로 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크나큰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단디 각오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안하는 게 좋으며 굳이 고시생을 애인으로 삼겠다면 2차시험 끝나고 발표나기 전을 노릴 것을 권장한다. 이 때는 보통 애인과 유사한 부진정애인 모드가 되며, 운이 좋으면 시험에 붙을 수도 있으니 미래가능성도 담보된다. 참고로 눈도 아직은 낮다. 그 때 사귀다 2차 시험에 떨어진다면 '오빠 공부를 방해할 수 없어요'라고 위해주는 척 헤어지면 깔끔하다. 붙으면 연수원 들어가서 '방배동 아줌마'한테 전화오기 전에 결혼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

 

 

## 고시생과 사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충고

 

 왜 그러셨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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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