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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나쁜 매력 변호사의 제대로 된 법정 스릴러
각종책들/장르문학2009. 5. 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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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10점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좋은 법정 스릴러는 드물다. 그건 태생적 한계다. 좋은 스릴러도 드문데 법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조건이 추가되면 걸려드는 게 줄어든다. 모집단이라도 크면 모르겠지만 스릴러 장르는 큰 시장이 아니다.

 스릴러는 긴장을 주는 장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를 주는 장르다. 히히덕거리며 웃는 재미가 아니라 조였다 풀었다 하는 재미다. 이게 쉽지 않다. 팽팽항 긴장을 유지한 채 몰입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여기에 법정이 추가되면, 와우, 법정이라는 게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정된 공간에서 말빨로만 충돌하는데, 어려운 법용어까지 들어가니 능수능란하게 쥐었다 놓았다 하기에 좋지 않다. 좋은 법정스릴러가 되려면 사전에 포석을 잘 깔아두었다가 법정에서 그것이 단계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선보이면서 결론으로 치달아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스릴러로 흔히 분류되는 존 그리샴은 좋은 스릴러일지는 몰라도(이것도 의문이 좀 가지만) 좋은 법정스릴러는 아니다. 변호사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활약하는 이야기지 법정에서의 공방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표작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를 보자.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존 그리샴 베스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존 그리샴 (시공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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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변호사가 좋은 조건의 로펌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범죄집단의 하수인 격이었고, 입막음당한 채 평생 불안에 떨며 부를 누릴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이러 저러한 활약으로 빠져나오는 이야기다. 어디에 법정이 나오냐고. 존 그리샴 소설은 영화로 만들기는 좋지만 법정스릴러는 아니다.

 그런 희귀하고도 어려운 장르인 법정 스릴러에 모처럼 좋은 소설 하나가 번역되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보기 드물게 법정에서의 공방으로 독자를 쥐락펴락한다.

 그건 철저한 사전포석으로 법정공방에서의 대사 하나하나가 빛을 발하게 만든 정교한 구조 덕분이다. 주인공의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만 보이던 사건들이 알고 보니 법정 공방을 풍성하게 만드는 중요한 사건들이고, 주인공이 맡았었고, 맡고 있는 사건들이 교모하게 씨줄 날줄로 엮어 드라마틱한 반전의 결말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소설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최고급 링컨 차를 굴리는 이 변호사는 제도와 법의 허점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벌 줄 아는 유능하지만 타락한 변호사다. 돈냄새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돈 안주면 변호를 그만두겠다고 클라이언트를 을러대는 그의 모습은 정의감에 불타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보다 친숙하고 매력적이다. 그는 영웅도 아니고, 정의의 사자도 아니다.

 그런 변호사가 위기에 빠져 진퇴양난에 처한 절명의 순간에 역으로 함정을 깔고 이중삼중의 지략으로 멋지게 탈출하는 것이 이 소설이다. 타락한 변호사가 정의에 눈을 떠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도덕교과서가 아니라,  타락하고 현실적인 변호사가 타락하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반전의 법정스릴러라는 점에서 재미와 만족감을 준다.

 한달음에 소설을 읽고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 : 자살노트를 쓰는 살인자'를 집어들었다. 저 매력적인 변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이 작가라면 누가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포만감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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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