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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6 [소녀의 무덤] 인질 스릴러의 진수
각종책들/장르문학2009. 7. 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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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무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제프리 디버 (비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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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된 일이다. 친구와 함께 비디오방에 갔다가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하나 골랐다. 남자끼리 시간이나 때울까 해서 간 것이라 대강 고른 영화가 정말 재밌었다. 개봉작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유명한 배우도 아닌 것 같은데 몰입하게 하는 영화였다.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하는 재밌는 오락영화, '네고시에이터'였다. (그 때는 케빈 스페이시와 사무엘 잭슨이 와닿지 않았었다)

 '네고시에이터'는 인질극이다. 인질을 잡고 있는 범인과 협상만으로 이를 구출해내려 하는 협상가의 대결을 다룬 영화다. 인질하면, 특공대 투입해서 우당탕탕 때려잡는 것만 생각나는데 한 발 한 발 조금씩 잽을 주고받으며 인질을 구출해내는 협상의 묘미를 깨닫게 해준 영화다.

 그런 인질협상의 맛을 다시 느끼기는 어려웠다. 인질극은 그 자체로 긴장감 주는 데는 최고의 재료이지만, 손질하기가 까다롭다. 어느 정도 긴장감을 몰아넣기는 좋다. 범인이 인질을 잡고 있고,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걸 어떻게 풀건데. 무조건 인질이 죽어나간다고 해서 긴장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잖나. 그리고 결국 인질이 풀려나야 할텐데,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말이 되게, 해피엔딩으로 끌고 가는 건 여간 애먹이는 게 아니다.

 그런 성취를 이룬 작품이 '소녀의 무덤'이다. 농아학교의 학생과 교사를 태운 버스가 탈옥수들에게 탈취된다. 그들이 인질을 끌고 향한 곳은 폐 도축장. FBI의 협상 전문가 아더와 그의 팀이 투입되지만 탈옥수 루 헨디 등 일당은 만만치 않다. 타고난 잔인함이 수차례의 범죄를 통해 벼리어져 백전용사가 된 루는 정확한 타이밍에 날카로운 칼을 찔러대고, 수많은 경험으로 인질협상을 꿰뚫고 있는 아더는 그 칼날에 치명상을 입지 않으려 슬쩍슬쩍 피하며 응수한다. 

 언제든 인질을 죽일 수는 있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죽여야 함을 아는 루 헨디
 모든 인질을 구하면 좋겠지만, 인질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함을 아는 아더

 두 고수의 숨막히는 공방이 빚어내는 심리전, 한 순간의 안심도 허용치 않는 청룡열차 같은 스토리 그리고 마지막 장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드라마틱한 구성까지. 인질협상극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좋은 스릴러가 담아야 할 장점을 두루 갖춘 멋진 인질스릴러.

소녀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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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