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국정원이나 청와대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잡히고는 하는데, 국정원 사칭 사기꾼은 정말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명함도 원래 그렇고, 조직에 대한 것도 비밀사항이고, 사무실 위치나 전화번호도 없으니 말이다. 적당한 말빨과 그럴듯한 외모만 있으면 국정원을 사칭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 같다.
예전에 '고시생'을 사칭한 사기꾼이 잡힌 적이 있었다. 아니 사칭할 게 없어서 고시생을 사칭하는지, 그건 그냥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게다가 고시생이라는데 거기에 넘어가서 돈 뺏기고 몸 뺏기다니(이 사기꾼은 홍로였다) 고시생이 뭐 볼 게 있다고!!! 여기 진정한 고시생이 있는데 나한테도 좀 넘어가달란 말이다!! 이러고 분노했었다.
사실 내가 사기를 치면 정말 제대로 칠 놈이다. 일단 신뢰감 주는 푸근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얼굴만 봐도 그냥 긴장을 막 풀어버린다. 같이 앉아있기만 해도 자기 속 얘기를 막 하고 싶어진다는 ... 그런 고백도 들은 적이 있다. 게다가 말은 좀 잘하는가. 제대로 아는 것은 없어도 주워들은 것은 많아서 이 얘기 저 얘기 갖다붙이기도 잘한다.
신뢰감 주는 외모에 화려한 말빨. 여기에 더해 학벌까지 있으니 사기꾼으로 나섰으면 대성했을 놈이다. 고시생 사칭 사기만 해도 그렇다. 내가 진짜 고시생인데, 시험 붙을 때까지 나 뒷바라지 좀 해달라 이러면 이걸 사기라고 할 수 있을까? 시험에 못 붙는거야 운이 없는거라고 둘러대면 되는거고. 무능력하다는 얘긴 들을망정 사기꾼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을거다.
다른 사칭도 그렇다. 안 그래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행동 이런 거 잘하는 녀석이 사기를 치자고 마음먹으면 프랭크만큼은 할 것 같단 말이다.
이런 이유로 고시생 시절에 난 가끔 하늘을 협박하고는 했다.
"왠만하면 합격시켜주시죠. 나 합격안되서 사기꾼으로 나가면 세상 더 더러워진다고요.
아시잖아요. 이게 싸게 먹히는 겁니다."
그래서 시험에 붙었대나 뭐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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