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들2015. 11. 1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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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남편감이라는 얘기 많이 들어왔다. 최고의 애인감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애인감을 제외하고 '최고의 ~' 라는 접두사를 붙일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들어봤다. 최고의 남편감, 최고의 형부감, 최고의 오빠감, 최고의 시아버지감(?), 최고의 아빠감. 대부분은 수긍할 수 있지만 이게 문제다. 최고의 아빠감.

 

 난 baby와 안 친하다. 외아들로 자라 동생이 없었고, 내가 볼 수 있는 사촌동생들은 3살 차이 정도이니 내가 baby와 나와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무렵에 걔들도 이미 baby의 영역을 넘어섰다. 조숙해서 어른들과 더 잘 노는 아이였고, 학교 다닐 때는 공부만 했던 범생이였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이것 저것 놀러 다니는 날라리 고시생이었으니 친척도 아닌 baby를 만날 일은 없었다.

 

 길가다가 귀여운 baby를 보면 '아가야 안녕'하며 친하게 구는 여자들은 주위에 많았지만, 난 그럴 때마다 한 발짝씩 떨어져서 쟨(=baby) 알아듣기나 하는걸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내게 있어 baby란 시끄럽게 빽뺵거리거나 잠들어 있거나 둘 중 하나인 존재이다.

 

 그것이 최근에 또 증명되었다. 태연 누나/우람이 형 부부와 부부 모임을 했는데, 말로만 듣던 깜찍 baby 희서와 첫 대면을 하게 되었다. 이 부부는 아내의 회사 동기로서, cc이고, 가끔 부부모임을 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다. 지금까지는 밖에서 만났기에 4만 봤었는데, 주말을 맞이하여 희서네 집에서 1박 2일로 놀기로 해서 희서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2살 난 희서는 결혼식장에 한 번 뜨면 서로 탐을 낸다는 baby다.

 

 기대대로 희서는 귀여웠고, 깜찍했고, 이뻤다...... 만, 나는 멀뚱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쩌다 누나와 형이 안주와 술을 챙기고, 아내가 그걸 도우러 가서 나와 희서 둘만 거실에 남게 되었을 때, 내 표정에 대해 아내는 이렇게 코멘트했다.

 

 "이건 어디서 온 외계 생명체냐? 하는 얼굴이었다니까."

 

 어쩔 줄 몰라하며, 애를 잡아야 할지, 웃겨야 할지, 어딜 만져야 할지도 모르고, 콩캉콩캉 뛰어다닐 때 시선은 따라가는데 여전히 표정은 '미지와의 조우'를 혼자 찍고 있었고, 한 번 안아보라고 했을 때는 가족오락관 폭탄돌리기 게임하는 아줌마처럼 엉거주춤하니 뻣뻣하게 애를 들고만 있었다.

 

 이런 내가 과연 애는 나중에 어떻게 키울런지. 벌써부터 아내는 나한테 다 떠맡기고 나 몰라라 하는 거 아냐 하고 걱정하고 있고, 나는 잘할 수 있어 를 자신없게 중얼거리고 있다.

 

 대체 baby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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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