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기/물건너2011. 2. 8. 10:00
728x90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는 것은 보통 오후 무렵. 가장 먼저 할 일은 시가지로 이동, 숙소를 잡는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세계 3대 관광지의 하나로 숙박, 레스토랑, 교통 등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숙소 선택폭이 넓다. 

 숙소를 어느 지역에 잡을 것인가는 바르셀로나 여행코스를 결정짓는 중요한 첫 시작이므로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구 시가지인 람블라 거리나 고딕 거리 정도에 숙소를 구할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구 시가지에는 대표적 볼거리인 대가족성당, 까탈루냐 음악당 등이 위치해 있어서 도보로 이들 장소를 걸어다니며 볼 수 있고, 바르셀로나 해변이 근처에 있어 산책 등 자연을 즐길 수도 있고,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카탈루냐 광장이 있는 등 교통 여건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구 시가지는 숙소가 굉장히 많고, 값도 비교적 저렴하나, 외관상 시설이 좀 오래된 곳이 많다. 내부를 깨끗이 수리한 곳을 찾으면 좋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에 내리는 게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숙박지는 체력적인 여유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직접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다. 워낙에 많은 선택지가 있으므로 직접 들러서 방 상태를 보고, 흥정도 한다면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바르셀로나에 막 날라왔다면 열 몇 시간의 비행으로 심신이 지쳐있을 터이니 방 구하러 돌아다니는 작은 순간도 힘이 들 것이다. 사전 예약도 좋은 선택이다.

 바르셀로나 호텔 예약은 국내외 호텔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해 하면 된다. 예약시 꼭 확인해야 할 것은 호텔의 위치이다. 보통 호텔 위치를 지도로 제공해 주는데 바르셀로나 지도를 펴놓고 위치를 잘 판단해야 한다. 람블라 거리나 고딕 지구에 위치한 곳이면 좋고, 대로변이 좀 더 시끄러울 수 있지만 바르셀로나는 새벽까지 뜨거운 거리이므로 원래 시끄럽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숙소 형태는 다양하다. 일반적인 형태의 호텔도 특급부터 간단한 형태까지 여럿이고, 우리 콘도와 유사한 느낌으로 조리까지 가능한 숙소도 있고, 물론 민박도 있다. 2박 이상 묵을 경우에는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확인하고, 조식은 굳이 포함되지 않아도 괜찮다. 아침에 간단히 요기할만한 식당은 여럿 있다.

 숙소 예약 후에는 예약페이지를 프린트해서 들고 가면 좋다.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하지만, 프린트물을 쓱 내밀면 그들이 원하는 모든 정보가 나와 있으므로 간편하다.

 숙소를 잡았으면 이제 놀러가자. 주요한 관광지는 이튿날부터 돌아보기로 하고, 첫날은 숙소 주변를 돌아다니며 비행의 피로를 풀고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를 느끼는거다. 

 람블라 거리에는 마임 같은 공연, 특이한 분장을 하고 가만히 서있는 사람 등 거리예술이 성행한다.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람블라 거리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콜럼버스 기념탑, 포트 벨로, 바르셀로네타 해변 등이 나온다. 
 
 시원한 바닷바람(하지만 저녁에는 쌀쌀한 바닷바람이니 바람막이 점퍼 등 아우터 하나씩은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햇볕은 뜨거워도 그늘은 확실히 춥다)이 부는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저녁은 구 시가지 식당도 좋지만, 바닷가 식당에서 먹는 것도 분위기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따라 해산물 식당이 많은데, 바르셀로나의 신선한 해산물 요리는 값도 싸고, 맛도 좋다. 식사를 할 때는 반드시 샹그리아를 곁들이자. 와인에 과일을 넣어 숙성시킨 이 칵테일은 가게마다 어떤 와인과 과일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다르므로 가는 식당마다 한 잔씩 시켜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9/06/04 - [여행&맛집] - 바르셀로나 먹거리 -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모듬 해산물 볶음과 샹그리아 카바!

이렇게 숙소 정하고, 거리 구경하고, 저녁 먹으면 첫 날은 저물 것이다. 체력과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바르셀로나 bar를 찾아서 젊음을 불태우는 것도 좋다. 아니면 해변에 누워 노닥노닥거려도 좋고.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7. 1. 10:00
728x90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은 성 조르디 데이였다. 용을 물리쳤다는 성 조르디의 날에는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 축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람블라 거리에는 책 가판이 들어섰는데, 모르는 스페인어지만 그림책 위주로 떠들어보기도 했다.

아침을 먹고 바르셀로나의 맛난 핫초코를 마셨다. 원래 츄러스도 먹어야 하는데, 이건 배가 불러서 포기. 한국 와서 후회 막급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진한 게 확 느껴지는 핫초코


이런 장식의 케이크도 팔았다.



용을 잡는 성 조르디의 모습을 그린 케이크

 

 

성 조르디 날이라고 바르셀로나 시청을 일반인에게 오픈했다. 여긴 이 날이 아니면 들어가볼 수 없는 곳인데 운이 좋았다. 딱딱한 관공서라는 인상과 달리 그림작품이 여기저기 걸려있어서 구경할 게 많았다. 이탈리아 국회의사당에 갔을 때도 곳곳에 놓인 예술작품에 감탄했었는데, 그들의 문화적 전통과 역량은 부러울 따름이다.

 

 

점심은 타파스를 먹었다. 작은 접시에 담아내는 요리인 타파스는 특정한 한 가지 음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양을 줄여서 타파스(원래는 뚜껑이라는 뜻)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 양이 적어서 에피타이져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담긴 요리는 다양하기 때문에 에피타이져라고 한정하기는 힘들다. 조금씩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타파스 바라고 해서 진열되어 있는 음식을 고르면 조금씩 담아주는 곳이 곳곳에 있다. 여기에서 술과 타파스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 터. 우린 좋은 타파스 바를 미리 알고 가지 못해 타파스를 못 먹을 뻔 하다가 점심에 우연히 타파스를 먹게 되었다. 타파스는 양이 적기 때문에 잘못 들어가면 배는 안 차는데 돈만 많이 나갈 수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가야한다.

 

우리가 먹은 곳은 정통적인 타파스 바는 아니었다. 카탈루냐 음악당을 보고 걸어가는데 이쁜 언니가 영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팜플렛을 보여주는데 4가지 타파스를 묶어 세트로 팔았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타파스도 먹어보고 싶어서 들어갔다.

 




 우리가 고른 타파스는 하몽&메론, 스파게티, 버섯구이, 빵과 감자였다. 이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버섯구이. 버섯에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 구운 것인데 식감도 좋았고 치즈도 잘 녹아서 맛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양송이 버섯을 사다가 집에서도 해먹어 봤는데 그 맛까지는 안 났지만 괜찮은 요깃거리가 되었다. 대단한 타파스 요리는 아니었다. 타파스를 맛보았다는 것에 만족.

728x90
Posted by samworld
각종책들2009. 5. 14. 09:38
728x90


스페인은 요즘 뜨는 여행지다. 파리, 런던 중심의 서유럽과 저렴하고 때묻지 않은 동유럽 여행이 지나가고 이베리아 반도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파리, 런던은 너무 많이 갔고, 동유럽도 물가가 많이 올라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매력은 여러가지다. 햇볕이 좋은 날씨, 정열적이고 쾌활한 사람들, 이슬람 문화가 섞인 독특한 풍경 그리고 가우디다. 천재 예술가 가우디. 부드러운 곡선과 타일 등, 언제 어디서 보아도 가우디스럽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남겼다.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끝에 있는 콜럼버스의 탑

가우디 한 명이 온 도시를 먹여살린다는 곳이 바르셀로나다. 유럽의 3대 관광지로 불리는 이 곳은 가우디 작품을 보러 오는 사람이 태반이다. 다른 일로 왔더라도 가우디 작품 하나는 꼭 보고 가게 된다.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그 밖에도 바르셀로나에는 피카소 박물관, 미로 박물관 등의 박물관과 올림픽으로 유명한 몬주익 언덕, 세계 최강의 축구팀 바르셀로나 FC, 멋진 해변 등이 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여행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을 위해 바르셀로나 여행책 4권을 소개한다. 순서대로 보면 좋을 듯.

 

1.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  이상은

 

올라 투명한 평화의 땅 스페인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이상은 (지식채널, 2008년)
상세보기


EBS는 좋은 여행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세계테마기행이라는 다큐멘터리는 한 나라씩을 소개하는 시리즈물이다. 스페인은 가수 이상은이 맡았다. 그가 스페인을 거닐었던 기록이 이 책이다. 다큐멘터리의 영상을 책으로 옮긴 것은 아니므로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이 이 책을 봐도 좋고, 안 보고 봐도 좋다. 이건 이상은 개인의 기록이다.

바르셀로나에 한정된 책은 아니지만,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소개한 책이므로 가장 먼저 집어들기 좋다. 사진이 많아 스페인의 풍경을 미리 느끼고, 저자의 걸음걸이를 따라가면서 서서히 스페인에 물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hola는 스페인 인사다. 어디서고 '올라' 한 마디를 하며 싱긋 웃으면 따뜻하게 맞아준다.

2.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오영욱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오영욱 (예담, 2006년)
상세보기


직장 때려치우고 훌쩍 바르셀로나로 건축공부하러 간 ‘오기사’의 책이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책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쓴 책이라 바르셀로나를 느끼기에 좋다. 그의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데, 그림에 글이 덧붙여진 형태라 보기도 좋고 받아들이기도 좋다.

바르셀로나의 숨은 장소, 현지인처럼 바르셀로나를 느끼고 싶을 때 보면 적합한 책이다. 책 말미에는 저자가 즐겨가는 식당과 카페 등의 짤막한 소개가 있다.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면서 여행을 위한 기어로 변속하는 것은 어떨까?



3.I LOVE BARCELONA


아이 러브 바르셀로나 스페인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지영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상세보기

 

한 도시를 제대로 파헤치는 ‘I LOVE ~' 시리즈의 바르셀로나 편. 바르셀로나에 대한 온갖 정보가 짤막짤막하게 가득 들어있다. 이 책 한 권이면 몰라서 못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

그러나 너무 정보가 많아서 신중한 취사선택이 필요하다. 일정을 짤 때 참고사전 식으로 쓰면 좋을 것.

 

4.LONELY PLANET, SPAIN

 

Spain, 7/e
카테고리 여행
지은이 Simonis, Damien (LonelyPlanet, 2007년)
상세보기


론리 플래닛은 오랜 시간 검증된 책이다. 소문만으로 엮은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직접 체험해보고 좋은 것만 뽑아서 만든 책이라 신뢰가 간다. 여기서 추천하는 숙박지나 음식점은 몇 개 안되지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위의 I LOVE BARCELONA를 참고로 삼고 이 책을 기둥으로 삼으면 적절한 조화가 될 듯. 한글판보다는 영문판이 좀 더 낫다는 평이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5. 8. 17:13
728x90

몬주익 언덕을 갈 때는 대개 황영조 선수가 뛰었던 그 곳을 가려고 한다. 한국사람이라면 말이다. 그 몬주익이 그 몬주익인 줄은 알았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것은 론리 플래닛 영문판. 한국사람에 대한 친절한 배려로 황영조 선수가 뛰었던 그 길을 적시하고 있지 않은 책이다. 물어볼만한 한국 사람도 주위에 없고, 있어도 물어볼 생각은 없고 해서 그냥 걸어갔다. 언덕이니 위로 가면 나올 거란 생각으로 그냥 걸었다.

 

올라가다보니 공원이 하나 나왔다. 이름도 모르고, 뭔지도 모르고 푸른 숲이 보이길래 쉬었다. 꽃도 있고, 숲도 있고 좋았다. 주민들이 편하게 올라와서 쉬는 곳인 것 같은데, 신혼부부가 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반가워요. 우리도 신혼부부인데.

 

동병상련(?)을 느끼며 쉬었다. 가려고 했던 관광지는 많았지만 안 보면 또 어떤가. 가다가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는 게 자유여행의 맛 아닌가.

 

잠시의 휴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또 위로 걸었다. 위로 가면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뭔가 나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걸었더니 성채가 나왔다. 정상 부근에 방어용 성채로 세워졌던 곳인데 이제는 관광자원으로 쓰이고 있었다. 들어가니 멀리 바다가 보이는 전망으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5. 5. 07:55
728x90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스페인 마을이 있다. 스페인 광장과 MNAC 등을 거쳐 몬주익 언덕을 오르는 길에 숨어 있다. 스페인 여행기를 볼 때 이 곳을 다녀온 사람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주변에 분수쇼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과 많은 미술품의 MNAC, 특화된 미로 미술관 등이 있고, 황영조 선수가 뛰었다는 몬주익 언덕 등 볼 것이 많기 때문에 입장료까지 따로 받는 이 곳은 지나쳐가는 곳이기 쉽다.

 밤에 스페인 광장에 가면 기막힌 분수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대낮에 분수가 솟아오를 때 사진 찍겠다면 팔딱거렸고,


 


MNAC 앞에서도 저기는 가면 그림 밖에 더 있겠어 라며 튕겨버린 우리같은 무대책, 무대뽀 여행자에게 스페인 마을이 걸린 것은 행운이랄 수 밖에 없다.

 스페인 마을은 만국박람회를 기념해서 만든 민속촌 같은 곳이다. 스페인 각 지방의 가옥들이 오밀조밀 이쁘게 구성되어 있다. 입장료도 받고 그리 크지도 않아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곳이지만 여행객에게 두 가지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1. 사진 찍기 좋다.

 스페인 각 지방의 건물의 차이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용인 민속촌을 가도, 초가집과 기와집 정도만 구분하지 어느 지역의 어느 집인지는 알 길 없다.

 그러나 까막눈이 보기에도 이쁜 건 이쁜거니 이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화보 사진처럼 나와준다. 바르셀로나의 골목길을 찍어도 이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른 시간이 아니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 어려운데 이 곳은 멋진 배경에 통행인도 많지 않아 사진찍기 놀이하기에 좋다.

 


2. 기념품 사기에 좋다

 관광가이드가 된 것 같은데, 이 곳은 스페인 가옥을 그냥 구경용으로만 쓰지 않는다. 각 건물마다 스페인의 특산물을 파는 상점으로 쓰고 있다. 용인 민속촌은 기본적으로는 구경거리고 매점이나 식당 같은 것만 가옥 형태로 꾸며놓은 데 반해, 이 곳은 철저히 실용적으로 건물마다 상점이 들어가 있다. 이쁜 건물에 이쁜 물건을 파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한 자리에 다 몰려있으니 비교해가며 고르기도 좋다. 바르셀로나 여기저기서 살 수 있는 것이 일단 이 곳에 대개는 모여 있다고 보면 좋을 듯.

 가격은 조금 비싼 듯하나 잘 뒤져보면 괜찮은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끌린 곳은 가죽제품을 파는 상점이었다. 스페인에 가죽제품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하나쯤 장만하고 싶었는데 이 곳에서 장인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공방을 발견하고 들어가 봤다.

 

우리는 벨트를 하나씩 골랐다. 질좋은 통가죽으로 된 벨트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싼데 여기서는 단 돈 46유로에 2개!! 

 벨트를 고르니 허리에 직접 대보고는 즉석에서 칼로 툭 끊어서 길이도 맞춰주고 여분의 구멍도 뚫어주었다. 내가 고른 벨트는 가죽이 좀 갈라진 부분이 있어서 가리켰더니 비슷한 색깔의 다른 가죽을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뚝딱뚝닥 만들어줬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이 익숙한 손길로 툭툭 가죽을 자르고, 칠을 하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구멍을 뚫고 버클을 끼웠다. 장인다운 만듦새.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4. 22. 00:30
728x90

gaudi에게는 guell이라는 후원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땅을 내놓고 gaudi에게 공원을 만들어 보라고 하였다. gaudi가 상상력을 펼쳐보인 정원은 명소가 되었고, 후원자의 이름을 따 guell park라 불린다. 바르셀로나의 또 하나의 명소다.

 

바르셀로나 투어리스틱 버스에서 내려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guell park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을 묻지 앟고도 guell park의 한 자락만 보아도 그 곳이 그 곳임을 알 수 있다. gaudi의 아우라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모습의 gaudi 건축은 그 자체로 뚜렷한 서명이다. 작품이 작가의 분신임을, 그래서 그의 작품은 형태를 달라도 알아볼 수 있음을, 이만큼 깨닫게 하는 예술가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guell park는 타일로 된 공원이다. 타일을 자유자재로 사용했고, 타일로 된 이쁜 상이 많다. 알록달록한 타일을 붙여 만든 상과 건물은 gaudi 특유의 독창적인 선과 만나서 동화 속 나라의 모습을 구현한다. 대가족 성당, 까사 밀라 같이 어떤 정형화된 목적의 건물들에서도 가우디의 독창성은 두드러지지만, guell park와 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건축에서 그의 상상력은 끝없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guell park에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 유명한 도마뱀(?)상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기 힘들만큼. 그래도 좀 더 올라가니 조금은 한가해졌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발걸음이 멈추어졌고, 스테인드 글라스를 흉내낸 유리작품을 늘어놓고 열심히 설명하는 젊은 남자의 모습도 재밌었다. 공원이라는 장소답게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벤치에 잠시 앉았다. 스페인의 태양은 뜨겁다. 한국처럼 무덥지는 않아서 그늘에 있으면 서늘하지만 햇볕은 따가운 편이다. 그래서일까. 타일로 된 벤치가 참 시원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4. 21. 13:48
728x90

바르셀로나는 gaudi의 도시다. 천재라 불리우는 사람 중에 천재로 불릴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gaudi는 그 극소수에 속한다. 그건 gaudi의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에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우리도 그랬다.

투어리스틱 버스는 대가족성당 건너편에 우릴 내려줬다. 건너편에서 멀찍이 바라본 것만으로도 우린 gaudi에 경배하게 되었다.


대가족 성당은 미완성이다. gaudi의 설계도와 스케치를 바탕으로 공사중이다. 그걸 홍보point로 삼아 관광객을 불러모은다고 느낄 정도로 공사는 천천히 이루어진다. 9유로나 주고 들어갔는데 내부는 공사로 어수선하다. 공사자재와 가림막 사이로 보이는 부분만으로 gaudi를 느껴야 했다. 외부에 비해 내부는 많이 공사중이었고 10-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었다.



이쁘기는 했지만 이걸 9유로나 받아먹다니 하며 밖에서 사진찍기에 열중했다. 화장실이나 가서 본전을 뽑을 심산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저 아래쪽에 화장실이 보였다. 어디서고 화장실과 탈출구부터 확인하라던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화장실 하나는 기막히게 잘 찾는 나의 감각에 뿌듯해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소 뒷걸음질로 쥐 잡는다더니. 화장실 옆이 지하 관람실 입구였다. 가우디의 스케치, 완성된 대가족성당의 모형 등이 전시된 그 곳에서 대가족성당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테트리스 게임하다 긴 막대 하나로 수 개의 줄이 한 번에 연달아 사라지듯이 좋은 일은 또 일어났다. 전시실 끝이 대성당 뒤편으로 이어져 있었다. 외부에서는 앞과 뒤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입장료까지 냈는데 밖으로 나가서 뒤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지하로 통해 가보니 앞쪽과는 또다른 분위기의 조각들이 외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지, 우리처럼 화장실 찾다 뒤쪽까지 오게 되었는지, 우리가 못 찾은 다른 길이 있는건지 많은 사람들이 후면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 틈에서 그들을 피해가며 구경을 했다.

행운전리품은 짧게 그리고 감사하며 즐겨야 한다. 노력전리품은 힘들었던 만큼 길게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만 똑 떨어진 행운은 받은 후의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감사함 없이 즐기는 행운을 받은 자에게 득이 될 뿐이다.

우리는 guell park로 이동했다.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4. 15. 15:39
728x90


 바르셀로나 도착 2일째. 3일의 일정 중 온종일 바르셀로나를 느낄 수 있는 날이다. 하루만에 주요한 곳을 다 봐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일정짜기에 골몰했다.

바르셀로나를 다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barcelona bus turistic는 바르셀로나의 중요 관광지를 세 개의 line으로 연결한다. 1일권, 2일권 하는 식으로 티켓을 파는데 기간 내에서는 버스를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정해진 곳으로만 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많은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 관광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바르셀로나 카드라고 해서 유효기간 내에서 바르셀로나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있어서 며칠 바르셀로나를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대중교통 10회권 같은 것도 있다.

 

“허니, 우린 투어리스틱 버스 탈거야.”

“응. 근데 왜?”

“이층버스잖아!”

 

 barcelona bus turistic는 2층버스로, 2층은 오픈되어 있다. 2층에 앉아 바람을 가르며 바르셀로나를 돌아보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 개인당 20 유로를 주고 1일권을 끊었다. 책에서는 14유로라고 했는데 오른 모양이다. 스페인 여행하면서 여러 번 겪은 일이다. 유명한 관광지의 경우 어느새 1,2유로씩 가격이 올라있는 일이 많았다. 


 barcelona bus turistic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9시부터 5~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barcelona bus turistic에는 여러 나라 언어로 관광지를 설명하는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버스에 오르면 이어폰과 팸플릿을 준다. 한국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서 허니에게 영어로 듣고 설명해 달라고 했다. 이어폰을 꼽더니 난감해한다. 고유명사가 많이 나와서 해석이 안된단다.


         버스 2층. 바람이 상쾌하게 부는 날이었다. 허니가 귀에 꼽고 있는 것이 무료 이어폰

팸플릿에 코스가 잘 나와있으니 이를 보고 원하는 곳에서 내려 자유롭게 보면 된다. 우리는 오늘 하루만 버스를 탈 예정이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곳(까사 밀라 등)은 내일 오전에 보기로 하고, 성가족 성당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9시 10분쯤 두번째 차를 탔는데 텅텅 비어있길래 별로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 2층에 둘만 앉아서 아침햇살을 즐겼다. 그러나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 뿐이고, 이후에는 사람이 꽉꽉 들어차서 오후가 다 되어서야 2층에 앉을 수 있었다.

 

 barcelona bus turistic말고 짝퉁 버스가 하나 더 있다. ‘barcelona tours'라는 이름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걸 탔다가 후회한다. 코스도 안 좋고,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버스가 자주 안 다니다보니 불편하다. 꼭 확인하고 탈 것.


728x90
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4. 14. 15:11
728x90


람블라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중심가다.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여서 람블라 거리에 숙소가 있으면 잠자기 힘들 정도다.

아침의 람블라는 좀 다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 4월에 7-8시 무렵에는 아직 문 연 상점도 별로 없고 고즈넉한 람블라를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가 운행하는 9시는 되어야 활기가 조금씩 살아난다.

람블라 거리에서 아침을 먹으려면 어디가 좋을까. 호텔이나 민박에서 먹을 수도 있고, 아침에 문 여는 식당도 여럿 되니 먹기야 좋다. 우리는 산 호세 시장 안에 있는 작은 식당을 선택했다.

산 호세 시장은 람블라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보케리아 시장(Mercat Bpqueria)라고도 하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활기차고 오밀조밀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기 좋다. ‘마싯따’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어서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본 과일과 채소들은 어찌나 크고 색깔이 또렷한지, 모형 같다.

람블라 거리에서 산 호세 시장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쭉 가면 시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조그만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바 형태로 된 곳에 앉아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시장 사람들이 잠깐씩 와서 먹고 마시고 하는 듯한 곳이다.

관광객으로 많은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먹는 곳에서 먹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아침을 이 곳에서 먹었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간단한 영어로 주문한 음식은 ‘스패니쉬 오믈렛’이라 불리는 tortilla - 감자를 갈아서 계란이랑 뭐랑 해서 두껍게 부쳐낸 음식. 담백하고 은근히 든든하다 -, 바게트 샌드위치인 bocadillo - 바게트 빵을 길게 반 잘라서 안에 이런 저런 재료를 넣어 먹는 샌드위치 - 이다.



아내 몫으로 시킨 또르띠야는 아침 빈 속에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좋아서 이후 스페인 여행 동안 즐겨 먹은 음식이 되었다. 내가 시킨 보카디요에는 하몽을 넣어 달라고 했다.

스페인 가면 꼭 먹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음식이 하몽이다. 하몽은 돼지다리햄이라 번역되는데 그냥 햄이라고 하기에는 날 것의 맛이 강해서 햄과 생돼지고기의 중간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비릿한 맛이 좀 있어서 못 먹는 사람들은 입만 대고 만다는데 스페인에서는 이런저런 요리와 술안주로 많이 쓰이는 국민음식이다. 좀 큰 식당에 가면 넓적한 돼지다리를 벽에 걸어두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얇게 저며 내놓는다. 벽에 쭉 늘어져 있는 돼지다리가 장관인데 이걸 고정시키고 저미기 위한 전용 틀도 있다.

처음 시도한 하몽은 전혀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우린 하몽 체질인 듯. 나중에 스페인을 떠날 때 슈퍼에서 하몽을 사다가 한국 와서 맛있게 먹기도 했다.

마실 것으로는 커피와 콜라를 시켰다. 콜라에 레몬 한 조각 주더라. 이러고 먹고 있는데 조그만 가게에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했다. 주인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하면서 커피 한 잔씩 시켜 먹거나 빵 한 조각씩 먹고 가는 사람들. 왠 동양인들이 저기 앉아 있나 하는 표정으로 잠깐 보다가, 금새 신경끄고 자기들끼리 먹고 떠들다 사라졌다.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조그만 식당에서 먹은 스페인에서의 첫 아침. 기억에 남는다.


728x90
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