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기/물건너2009. 4. 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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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블라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중심가다.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여서 람블라 거리에 숙소가 있으면 잠자기 힘들 정도다.

아침의 람블라는 좀 다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 4월에 7-8시 무렵에는 아직 문 연 상점도 별로 없고 고즈넉한 람블라를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가 운행하는 9시는 되어야 활기가 조금씩 살아난다.

람블라 거리에서 아침을 먹으려면 어디가 좋을까. 호텔이나 민박에서 먹을 수도 있고, 아침에 문 여는 식당도 여럿 되니 먹기야 좋다. 우리는 산 호세 시장 안에 있는 작은 식당을 선택했다.

산 호세 시장은 람블라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보케리아 시장(Mercat Bpqueria)라고도 하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활기차고 오밀조밀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기 좋다. ‘마싯따’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어서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본 과일과 채소들은 어찌나 크고 색깔이 또렷한지, 모형 같다.

람블라 거리에서 산 호세 시장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쭉 가면 시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조그만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바 형태로 된 곳에 앉아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시장 사람들이 잠깐씩 와서 먹고 마시고 하는 듯한 곳이다.

관광객으로 많은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먹는 곳에서 먹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아침을 이 곳에서 먹었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간단한 영어로 주문한 음식은 ‘스패니쉬 오믈렛’이라 불리는 tortilla - 감자를 갈아서 계란이랑 뭐랑 해서 두껍게 부쳐낸 음식. 담백하고 은근히 든든하다 -, 바게트 샌드위치인 bocadillo - 바게트 빵을 길게 반 잘라서 안에 이런 저런 재료를 넣어 먹는 샌드위치 - 이다.



아내 몫으로 시킨 또르띠야는 아침 빈 속에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좋아서 이후 스페인 여행 동안 즐겨 먹은 음식이 되었다. 내가 시킨 보카디요에는 하몽을 넣어 달라고 했다.

스페인 가면 꼭 먹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음식이 하몽이다. 하몽은 돼지다리햄이라 번역되는데 그냥 햄이라고 하기에는 날 것의 맛이 강해서 햄과 생돼지고기의 중간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비릿한 맛이 좀 있어서 못 먹는 사람들은 입만 대고 만다는데 스페인에서는 이런저런 요리와 술안주로 많이 쓰이는 국민음식이다. 좀 큰 식당에 가면 넓적한 돼지다리를 벽에 걸어두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얇게 저며 내놓는다. 벽에 쭉 늘어져 있는 돼지다리가 장관인데 이걸 고정시키고 저미기 위한 전용 틀도 있다.

처음 시도한 하몽은 전혀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우린 하몽 체질인 듯. 나중에 스페인을 떠날 때 슈퍼에서 하몽을 사다가 한국 와서 맛있게 먹기도 했다.

마실 것으로는 커피와 콜라를 시켰다. 콜라에 레몬 한 조각 주더라. 이러고 먹고 있는데 조그만 가게에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했다. 주인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하면서 커피 한 잔씩 시켜 먹거나 빵 한 조각씩 먹고 가는 사람들. 왠 동양인들이 저기 앉아 있나 하는 표정으로 잠깐 보다가, 금새 신경끄고 자기들끼리 먹고 떠들다 사라졌다.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조그만 식당에서 먹은 스페인에서의 첫 아침.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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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