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2.08 바르셀로나 2박 3일 여행코스 - 첫째날
  2. 2009.09.24 파리 밤거리를 걸은 네 사람
나다니기/물건너2011. 2.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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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하는 것은 보통 오후 무렵. 가장 먼저 할 일은 시가지로 이동, 숙소를 잡는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세계 3대 관광지의 하나로 숙박, 레스토랑, 교통 등 관광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숙소 선택폭이 넓다. 

 숙소를 어느 지역에 잡을 것인가는 바르셀로나 여행코스를 결정짓는 중요한 첫 시작이므로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구 시가지인 람블라 거리나 고딕 거리 정도에 숙소를 구할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구 시가지에는 대표적 볼거리인 대가족성당, 까탈루냐 음악당 등이 위치해 있어서 도보로 이들 장소를 걸어다니며 볼 수 있고, 바르셀로나 해변이 근처에 있어 산책 등 자연을 즐길 수도 있고,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가 출발하는 카탈루냐 광장이 있는 등 교통 여건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구 시가지는 숙소가 굉장히 많고, 값도 비교적 저렴하나, 외관상 시설이 좀 오래된 곳이 많다. 내부를 깨끗이 수리한 곳을 찾으면 좋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에 내리는 게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숙박지는 체력적인 여유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직접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도 괜찮다. 워낙에 많은 선택지가 있으므로 직접 들러서 방 상태를 보고, 흥정도 한다면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바르셀로나에 막 날라왔다면 열 몇 시간의 비행으로 심신이 지쳐있을 터이니 방 구하러 돌아다니는 작은 순간도 힘이 들 것이다. 사전 예약도 좋은 선택이다.

 바르셀로나 호텔 예약은 국내외 호텔예약 대행 사이트를 통해 하면 된다. 예약시 꼭 확인해야 할 것은 호텔의 위치이다. 보통 호텔 위치를 지도로 제공해 주는데 바르셀로나 지도를 펴놓고 위치를 잘 판단해야 한다. 람블라 거리나 고딕 지구에 위치한 곳이면 좋고, 대로변이 좀 더 시끄러울 수 있지만 바르셀로나는 새벽까지 뜨거운 거리이므로 원래 시끄럽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숙소 형태는 다양하다. 일반적인 형태의 호텔도 특급부터 간단한 형태까지 여럿이고, 우리 콘도와 유사한 느낌으로 조리까지 가능한 숙소도 있고, 물론 민박도 있다. 2박 이상 묵을 경우에는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확인하고, 조식은 굳이 포함되지 않아도 괜찮다. 아침에 간단히 요기할만한 식당은 여럿 있다.

 숙소 예약 후에는 예약페이지를 프린트해서 들고 가면 좋다. 바르셀로나 호텔에서 간단한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하지만, 프린트물을 쓱 내밀면 그들이 원하는 모든 정보가 나와 있으므로 간편하다.

 숙소를 잡았으면 이제 놀러가자. 주요한 관광지는 이튿날부터 돌아보기로 하고, 첫날은 숙소 주변를 돌아다니며 비행의 피로를 풀고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를 느끼는거다. 

 람블라 거리에는 마임 같은 공연, 특이한 분장을 하고 가만히 서있는 사람 등 거리예술이 성행한다.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람블라 거리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콜럼버스 기념탑, 포트 벨로, 바르셀로네타 해변 등이 나온다. 
 
 시원한 바닷바람(하지만 저녁에는 쌀쌀한 바닷바람이니 바람막이 점퍼 등 아우터 하나씩은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햇볕은 뜨거워도 그늘은 확실히 춥다)이 부는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저녁은 구 시가지 식당도 좋지만, 바닷가 식당에서 먹는 것도 분위기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따라 해산물 식당이 많은데, 바르셀로나의 신선한 해산물 요리는 값도 싸고, 맛도 좋다. 식사를 할 때는 반드시 샹그리아를 곁들이자. 와인에 과일을 넣어 숙성시킨 이 칵테일은 가게마다 어떤 와인과 과일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다르므로 가는 식당마다 한 잔씩 시켜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9/06/04 - [여행&맛집] - 바르셀로나 먹거리 -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모듬 해산물 볶음과 샹그리아 카바!

이렇게 숙소 정하고, 거리 구경하고, 저녁 먹으면 첫 날은 저물 것이다. 체력과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바르셀로나 bar를 찾아서 젊음을 불태우는 것도 좋다. 아니면 해변에 누워 노닥노닥거려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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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9. 2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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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중에 가장 즐거웠던 때는, 즐거워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때는 스위스에서 융프라우를 올라갈 때였다. 새벽부터 일어나 전차를 갈아타고 봉우리로 올라가는 그 길은 5월에 눈을 보는 놀라움 때문인지 마냥 기쁘기만 했다. 사진을 봐도 그 때가 가장 해맑게 웃고 있다.

 

하지만 유럽 여행 중에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파리의 밤거리를 걸은 일이다. 아스라히 떠올리면 웃음이 머금어지는 기억이다.

 

그 날은 기분이 고양될 수밖에 없었다. 낮에는 비가 오는 몽마르뜨 언덕을 걸어다녔다. 즉석에서 원색의 I LOVE PARIS 비옷을 사입고, 우비소년소녀가 되어 쏘다녔다. 비는 많이 오고, 많이 젖었지만 자유분방함이 있었다. 저녁에는 모처럼 정식 코스요리를 먹었다. 와인을 곁들여서 달팽이도 먹었다. 우리 옷차림은 추레하였으나 음식만은 맛있었다. 그렇게 먹고 나서 세느강 유람선을 타러 갔다. 적당히 알콜을 마신 우리는 유람선 이층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세느강이어서가 아니다. 한강이었어도 그랬을거다. 우리에겐 추억이 필요했고, 연수 마지막의 추억을 심장에 새겨두려면 체면이나 품위 따위는 거추장스러웠다. 그래, 우린 누가 카메라만 들었다 하면 정신없이 그 쪽으로 모여들었고, 제각각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도로 유도했다.

 

그렇게 실컷 상기된 뒤에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고, 편하게 여행을 하더라도 단체여행이 주는 답답함에 목말랐던 우리에게 주어진 감로수였다. 한 방울 끝까지 쪽쪽 빨아먹어야지.

 

일행은 여럿으로 갈라졌다. 파리의 지하철을 타보겠다며 몇이 떠나고, PHAMARCY에서 살 것이 있다며 또 몇이 나뉘어졌다. 숙소로 돌아간 팀도 있었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겠다며 간 이도 있었다. 나를 비롯한 몇몇은 그냥 무작정 파리를 걷기로 했다. 나, 병성, 유주, 수진.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목적지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저 걸으면, 마냥 걸어서 파리에 내 신발자욱을 남겨야 파리에 왔다는 실감이 날 것 같았다. 우리를 인도한 것은 신호등이었다. 갈림길에 설 때면 우린 신호등을 쳐다봤다. 그래서 먼저 켜지는 신호등을 따라 길을 갔다.

 

신호등이 카페로 이끌길래 들어갔다. 그래, 파리에 왔으면 차 한 잔 쯤은 해야지. 정작 카페를 찾아가는 팀은 안 따라갔으면서 우린 자연스럽게 카페에 들어갔다. 서툰 영어로 주문을 했다. 간결한 영어로 주문을 받았다. 그냥 즐거웠다. 3잔 시켰는데 4잔이 나왔음에도 한 잔씩 마시자며 키득거렸고, 카푸치노 거품으로 우유수염을 만들면서 또 키득거렸다. 뭐든 좋았을거다. 문호들이 단골로 삼았다던 유명한 카페는 아니지만 파리의 카페 아닌가. 이 곳에서, 이 시간에 좋은 사람들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데 why not?

 

 길을 걸었다. 세느강변을 걸었다. 유람선을 타고 지나갔던 그 길을 걸었고, 버스를 타고 휙휙 지나쳤던 그 길을 걸었다. 맥주라도 한 캔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맥주를 마셨다면 이미 파리에 취한 우리에게 과음이 되었을 것이다. 다리를 몇 개나 건너고, 몇 번 왔다갔다 했을까. 밤이라 잘 나올까 걱정하면서도,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넷이 같이 찍을 수 없음에도 우린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 밤에 알았다. 에펠탑은 밤이 깊어질수록 화려해진다는 것을.

 

 걸으면서 알았다. 사람은 함께 걸을수록 정다워진다는 것을.

 

 글 쓰면서 알았다. 추억은 자꾸 되새길수록 힘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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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