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기/물건너2009. 5. 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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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주익 언덕을 올라가는 길에 스페인 마을이 있다. 스페인 광장과 MNAC 등을 거쳐 몬주익 언덕을 오르는 길에 숨어 있다. 스페인 여행기를 볼 때 이 곳을 다녀온 사람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주변에 분수쇼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과 많은 미술품의 MNAC, 특화된 미로 미술관 등이 있고, 황영조 선수가 뛰었다는 몬주익 언덕 등 볼 것이 많기 때문에 입장료까지 따로 받는 이 곳은 지나쳐가는 곳이기 쉽다.

 밤에 스페인 광장에 가면 기막힌 분수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대낮에 분수가 솟아오를 때 사진 찍겠다면 팔딱거렸고,


 


MNAC 앞에서도 저기는 가면 그림 밖에 더 있겠어 라며 튕겨버린 우리같은 무대책, 무대뽀 여행자에게 스페인 마을이 걸린 것은 행운이랄 수 밖에 없다.

 스페인 마을은 만국박람회를 기념해서 만든 민속촌 같은 곳이다. 스페인 각 지방의 가옥들이 오밀조밀 이쁘게 구성되어 있다. 입장료도 받고 그리 크지도 않아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곳이지만 여행객에게 두 가지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1. 사진 찍기 좋다.

 스페인 각 지방의 건물의 차이야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용인 민속촌을 가도, 초가집과 기와집 정도만 구분하지 어느 지역의 어느 집인지는 알 길 없다.

 그러나 까막눈이 보기에도 이쁜 건 이쁜거니 이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화보 사진처럼 나와준다. 바르셀로나의 골목길을 찍어도 이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른 시간이 아니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 어려운데 이 곳은 멋진 배경에 통행인도 많지 않아 사진찍기 놀이하기에 좋다.

 


2. 기념품 사기에 좋다

 관광가이드가 된 것 같은데, 이 곳은 스페인 가옥을 그냥 구경용으로만 쓰지 않는다. 각 건물마다 스페인의 특산물을 파는 상점으로 쓰고 있다. 용인 민속촌은 기본적으로는 구경거리고 매점이나 식당 같은 것만 가옥 형태로 꾸며놓은 데 반해, 이 곳은 철저히 실용적으로 건물마다 상점이 들어가 있다. 이쁜 건물에 이쁜 물건을 파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건이지만 한 자리에 다 몰려있으니 비교해가며 고르기도 좋다. 바르셀로나 여기저기서 살 수 있는 것이 일단 이 곳에 대개는 모여 있다고 보면 좋을 듯.

 가격은 조금 비싼 듯하나 잘 뒤져보면 괜찮은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끌린 곳은 가죽제품을 파는 상점이었다. 스페인에 가죽제품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하나쯤 장만하고 싶었는데 이 곳에서 장인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공방을 발견하고 들어가 봤다.

 

우리는 벨트를 하나씩 골랐다. 질좋은 통가죽으로 된 벨트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싼데 여기서는 단 돈 46유로에 2개!! 

 벨트를 고르니 허리에 직접 대보고는 즉석에서 칼로 툭 끊어서 길이도 맞춰주고 여분의 구멍도 뚫어주었다. 내가 고른 벨트는 가죽이 좀 갈라진 부분이 있어서 가리켰더니 비슷한 색깔의 다른 가죽을 꺼내더니 그 자리에서 뚝딱뚝닥 만들어줬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이 익숙한 손길로 툭툭 가죽을 자르고, 칠을 하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구멍을 뚫고 버클을 끼웠다. 장인다운 만듦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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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