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기/물건너2009. 7.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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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은 성 조르디 데이였다. 용을 물리쳤다는 성 조르디의 날에는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거리 곳곳에 축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 람블라 거리에는 책 가판이 들어섰는데, 모르는 스페인어지만 그림책 위주로 떠들어보기도 했다.

아침을 먹고 바르셀로나의 맛난 핫초코를 마셨다. 원래 츄러스도 먹어야 하는데, 이건 배가 불러서 포기. 한국 와서 후회 막급이었다.


 그냥 보기에도 진한 게 확 느껴지는 핫초코


이런 장식의 케이크도 팔았다.



용을 잡는 성 조르디의 모습을 그린 케이크

 

 

성 조르디 날이라고 바르셀로나 시청을 일반인에게 오픈했다. 여긴 이 날이 아니면 들어가볼 수 없는 곳인데 운이 좋았다. 딱딱한 관공서라는 인상과 달리 그림작품이 여기저기 걸려있어서 구경할 게 많았다. 이탈리아 국회의사당에 갔을 때도 곳곳에 놓인 예술작품에 감탄했었는데, 그들의 문화적 전통과 역량은 부러울 따름이다.

 

 

점심은 타파스를 먹었다. 작은 접시에 담아내는 요리인 타파스는 특정한 한 가지 음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양을 줄여서 타파스(원래는 뚜껑이라는 뜻)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 양이 적어서 에피타이져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담긴 요리는 다양하기 때문에 에피타이져라고 한정하기는 힘들다. 조금씩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타파스 바라고 해서 진열되어 있는 음식을 고르면 조금씩 담아주는 곳이 곳곳에 있다. 여기에서 술과 타파스를 즐기는 것도 괜찮을 터. 우린 좋은 타파스 바를 미리 알고 가지 못해 타파스를 못 먹을 뻔 하다가 점심에 우연히 타파스를 먹게 되었다. 타파스는 양이 적기 때문에 잘못 들어가면 배는 안 차는데 돈만 많이 나갈 수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가야한다.

 

우리가 먹은 곳은 정통적인 타파스 바는 아니었다. 카탈루냐 음악당을 보고 걸어가는데 이쁜 언니가 영어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팜플렛을 보여주는데 4가지 타파스를 묶어 세트로 팔았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타파스도 먹어보고 싶어서 들어갔다.

 




 우리가 고른 타파스는 하몽&메론, 스파게티, 버섯구이, 빵과 감자였다. 이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버섯구이. 버섯에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 구운 것인데 식감도 좋았고 치즈도 잘 녹아서 맛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양송이 버섯을 사다가 집에서도 해먹어 봤는데 그 맛까지는 안 났지만 괜찮은 요깃거리가 되었다. 대단한 타파스 요리는 아니었다. 타파스를 맛보았다는 것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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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물건너2009. 4. 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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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블라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중심가다.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여서 람블라 거리에 숙소가 있으면 잠자기 힘들 정도다.

아침의 람블라는 좀 다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 4월에 7-8시 무렵에는 아직 문 연 상점도 별로 없고 고즈넉한 람블라를 즐길 수 있다.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가 운행하는 9시는 되어야 활기가 조금씩 살아난다.

람블라 거리에서 아침을 먹으려면 어디가 좋을까. 호텔이나 민박에서 먹을 수도 있고, 아침에 문 여는 식당도 여럿 되니 먹기야 좋다. 우리는 산 호세 시장 안에 있는 작은 식당을 선택했다.

산 호세 시장은 람블라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보케리아 시장(Mercat Bpqueria)라고도 하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활기차고 오밀조밀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기 좋다. ‘마싯따’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있어서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본 과일과 채소들은 어찌나 크고 색깔이 또렷한지, 모형 같다.

람블라 거리에서 산 호세 시장 입구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쭉 가면 시장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조그만 식당이 하나 있다. 식당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바 형태로 된 곳에 앉아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시장 사람들이 잠깐씩 와서 먹고 마시고 하는 듯한 곳이다.

관광객으로 많은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먹는 곳에서 먹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아침을 이 곳에서 먹었다.

말은 잘 안 통하지만 간단한 영어로 주문한 음식은 ‘스패니쉬 오믈렛’이라 불리는 tortilla - 감자를 갈아서 계란이랑 뭐랑 해서 두껍게 부쳐낸 음식. 담백하고 은근히 든든하다 -, 바게트 샌드위치인 bocadillo - 바게트 빵을 길게 반 잘라서 안에 이런 저런 재료를 넣어 먹는 샌드위치 - 이다.



아내 몫으로 시킨 또르띠야는 아침 빈 속에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좋아서 이후 스페인 여행 동안 즐겨 먹은 음식이 되었다. 내가 시킨 보카디요에는 하몽을 넣어 달라고 했다.

스페인 가면 꼭 먹어보겠다고 생각했던 음식이 하몽이다. 하몽은 돼지다리햄이라 번역되는데 그냥 햄이라고 하기에는 날 것의 맛이 강해서 햄과 생돼지고기의 중간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비릿한 맛이 좀 있어서 못 먹는 사람들은 입만 대고 만다는데 스페인에서는 이런저런 요리와 술안주로 많이 쓰이는 국민음식이다. 좀 큰 식당에 가면 넓적한 돼지다리를 벽에 걸어두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얇게 저며 내놓는다. 벽에 쭉 늘어져 있는 돼지다리가 장관인데 이걸 고정시키고 저미기 위한 전용 틀도 있다.

처음 시도한 하몽은 전혀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우린 하몽 체질인 듯. 나중에 스페인을 떠날 때 슈퍼에서 하몽을 사다가 한국 와서 맛있게 먹기도 했다.

마실 것으로는 커피와 콜라를 시켰다. 콜라에 레몬 한 조각 주더라. 이러고 먹고 있는데 조그만 가게에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했다. 주인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하면서 커피 한 잔씩 시켜 먹거나 빵 한 조각씩 먹고 가는 사람들. 왠 동양인들이 저기 앉아 있나 하는 표정으로 잠깐 보다가, 금새 신경끄고 자기들끼리 먹고 떠들다 사라졌다.

관광객들은 오지 않는 조그만 식당에서 먹은 스페인에서의 첫 아침.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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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