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상은2017. 3. 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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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세계가 놀랐다. 딥블루가 체스챔피언을 이긴 것이 1997년이었지만, 그 때는 이 정도 반향이 아니었다. 체스가 보여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바둑의 경우의 수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체스는 그렇다쳐도 바둑은 아니지,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알파고에게 깨졌다. 인간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지적 능력,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바둑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졌다. 바둑에서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진다면, 다른 분야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충격은 컸다. 패배자가 한국인이어서 더 실감나게 다가왔을 것이다. 요즘에야 중국세에 밀린다고 하지만, 바둑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한국형 A.I.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것을 FAST FOLLOW하는 게 우리의 특기니까, 이제 A.I.도 따라붙으려는거다.

 

그런데 가능할까?

 

A.I.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하는 알고리즘이다. 머신 런닝 기술이 발달하면서 A.I.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똑똑해진 것이다. 이 알고리즘의 수준에서 A.I.의 수준이 결정된다. 우리나라, 당연히 부족하다. 뒤쳐져 있다. 관련분야 연구도 잘 이루어지지 못했고, 기업에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일단 두뇌 역할을 할 학습 알로리즘이 없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져있다.

 

한국형 A.I.가 어려운 더 큰 이유는 사실 빅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똑똑한 알고리즘을 가지면 뭐하나. 알고리즘이 공부할 꺼리가 부족하다. 알파고도 수많은 바둑기보를 바탕으로 바둑 공부를 했고, 그러면서 점점 바둑에 대해 도가 튼 것이다. 축적된 바둑기보가 없었다면 알파고가 인간을 이기는 순간은 늦어졌을 것이다.(물론 바둑은 인공지능끼리 두는 방식으로 빅데이터를 축적할 수도 있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의 관계에 대해 'THE INEVITABLE'에서는 로켓엔진과 연료에 비유하였다. A.I.는 우주선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데, 알고리즘이 로켓엔진이고, 빅데이터가 연료라는 것이다. 로켓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연로가 없으면 우주로 날아갈 수 없다.

 

한국에는 활용할만한 빅데이터가 별로 없다.

 

구글이 무서운 것은 알파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구글에는 정말 말 그대로 '빅'데이터가 있다. 우리가 구글에서 검색하고, 구글에 문서와 사진을 올리고 하는 모든 것들이 구글의 빅데이터가 된다. 이 데이터는 게다가 이미 디지털화된 것으로서 바로 알파고와 같은 A.I.가 활용할 수 있다.

 

한국에도 문서나 사진 형태로 빅데이터가 있겠지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는 많지 않다.

 

삼성이 전 인력을 A.I.에 투입하여 좋은 알고리즘을 만든다 하더라도, 이 알고리즘이 공부할 빅데이터를 충분히 주지 못한다면 한국형 A.I.는 요원하다.

 

도서관에서 맘껏 책을 볼 수 있는 학생과 교과서만으로 공부하는 학생을 생각해보자. 둘 다 머리가 좋다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학생이 더 좋은 성과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초고속인터넷망은 한국이 가지고 있지만, 그 망을 통해 뽑아낼 빅데이터가 부족하다. 알고리즘은 어찌어찌 만들어도, 연료가 없어 이 우주선은 지구궤도를 벗어나기 힘들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한국에는 꿸 구슬 자체가 별로 없다.

 

빅데이터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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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앞으로 세상은2017. 3.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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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게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이다. 지금의 자동화시스템을 넘어 공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개념이다.

 

 

자동화시스템은 생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시스템이다. 반복적인 일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 또는 로봇이 수행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스마트 팩토리는 이를 넘어선다. 생산뿐만 아니라, 생산의 결정, 재료의 수급, 재고 관리까지 자동적으로 팩토리가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on demand 개념의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하면, 웹사이트(모바일) 등을 통해 고객의 주문이 팩토리로 바로 전송되고, 이에 따라 팩토리는 스마트하게 제품을 생산한다.

 

 

일반적인 형태의 스마트팩토리면, 전세계의 각 판매점에서 실시간으로 제품 판매상황을 전송받고 이를 인공지능이 판단하여 생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세계 제품 판매추이, 재고상황, 이동상황 등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재료가 부족할 것 같으면 발주도 알아서 한다.

 

 

종전에는 각 단계에서 인간이 개입해야 했다. 특히 생산량을 결정하는 작업은 경영적 판단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제 전세계 판매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고, AI의 발달로 이런 판단도 AI가 더 잘할 수 있다. 바둑보다 이 결정이 어려울까? 인간이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스마트팩토리가 자체적인 진단-수리 기능까지 갖춘다면 정말 인간이 할 일은 없어질 것이다.

 

 

아디다스에서 독일에 새로 만든 스마트팩토리가 대표적인 예인데, 50만켤레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에 사람은 10명만 있으면 된다고 하니.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인 신발산업에서 이 정도면 실직자 양산은 시간문제다.

 

 

스마트팩토리가 특히 노동자에게 위험한 것은 이에 대한 대항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공장을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등에서 이를 문제삼고, 정치권에서도 개입하는 등 여러가지 대항방법이 있다.(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런데 신설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짓겠다고 하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고용을 더 늘려야 하니 더 효율적인 스마트팩토리가 아니라 노동집약형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기업의 장래 경쟁력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하려면 그만큼 잃는 것이 명확한 집단(노동자)가 드러나야 한다.

 

 

즉, 기존 공장을 없애서 발생하는 실업에 대해서는 반대명분과 반대세력 결집이 가능하지만, 신규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짓기 때문에 잠재적인 실업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분과 세력 둘 다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 사회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로봇세와 기본임금인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고, 당장 실업이 발생(또는 발생할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스마트 팩토리로 인한 일자리 부족 현상은 이미 도래하였고, 곧 확산될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할 경제적 요인은 크고 반대할 동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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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