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12. 4.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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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남녀가 있다. 이제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건축학개론 수업을 같이 듣게 되고, 어쩌다보니 집도 근처여서 조금씩 친해진 두 사람. 과제를 같이 한다며 여기저기 붙어다니고 놀러다닌다. 감정은 자연스럽게 싹트기 마련. 둘은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감정의 파고는 조금 엇갈렸다. 첫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연애가 어려운 건 일차적으로 두 사람의 감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 목매어 좋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서로 마주볼 때 연애가 이루어진다. 두 사람의 감정이 일치하지만 감정의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조금 먼저 좋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 끙끙대다가 조금 먼저 식는데, 상대방이 조금 늦게 좋아하게 된다. 한 쪽은 정리를 하는데, 한 쪽은 감정을 틔운다. 좋아하지만 엇갈리는 안타까운 남녀다.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제훈이 그랬다. 먼저 좋아하게 된 것은 제훈. 그는 첫 눈에 이 낯선 소녀가 맘에 들었다. 숫기 없이 살아온 신입생이 인형처럼 예쁜 여학생에게 반하는 흔한 패턴. 게다가 이 소녀는 당당하고 당돌하니 그는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제훈이 연애를 좀 더 많이 해본, 그러니까 훗날의 태웅같은 좀 뻔뻔스러운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압서방 선배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좀 더 연애경험이 있었다면 수지에게 좀 더 쉽게, 편하게 다가가고, 수지가 보내는 신호를 잘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훈은 아직 소년. 그의 감정은 하늘같이 올라갈 줄만 알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하지는 못한다. 그저 자신의 진심을 돌직구로 던질 뿐. 그래서 그는 그녀의 바램을 미리 들어준다는 의미로 집 모형을 만들어 그녀의 집 앞에서 몰래 기다리는 우직함을 보여주게 된다. 내 진심이 이만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그녀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순수한 믿음. 아픈 말이지만 어리석다.

 

 물론 극의 흐름상 그 진심은 통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고(?)로 인해 그의 진심을 제대로 전해보지도 못하고 물러났지만, 아마도 수지가 그 돌직구를 받았다면 적어도 원 스트라이크 정도는 했을거다. 그치만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이 소같은 사내의 돌직구는 조금 늦게 따라오는 수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부족했다. 수지가 좀 더 노련했다면? 글세. 노련했다면 제훈한테 마음이 가지도 않았을 지 모르지. 수지는 적당히 속물근성에, 적당히 순수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둘의 마음의 파고는 조금 엇갈리고 그렇게 끝났다. 십여년이 흐르고 수지가 가인이 되어 태웅을 찾아왔지만. 그건 첫사랑을 회상하는 것일 뿐, 다시 진행되는 무언가는 아니다. 19, 20살 풋풋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일 뿐,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삼십대이기 때문이다. 한 번 엇갈린 감정은 다시 잠깐 스쳐지나갈 순 있어도 다시 불붙기는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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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