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2014. 4. 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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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포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결혼하자... 라고 하는 실질적 프로포즈와 양가 결혼허락 뒤, 결혼을 준비해가는 과정에서 이벤트를 준비해서 하는 형식적 프로포즈.

 

미국에서는 - 그래봐야 나도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본 거지만 - 실질적 프로포즈와 형식적 프로포즈가 일치하는 것 같다. will u marry me? 라고 고백을 할 때 반지와 꽃 등이 등장하더만.

 

저걸 나처럼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사람들이, 나도 저거 해줘, 하면서부터 형식적 프로포즈가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형식적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져 퍼지면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결혼 프로토콜 중 하나로 자리잡은 거라는 게 내 분석이다. 예단도 비슷하지. 옆집에서는 이런 저런 걸 했다는데, 우리 집도 해야하지 않나. 암, 우리 집이 옆집보다 못할 게 뭐 있다고, 이 정도는 받아야지. 허례허식은 이렇게 자라난다.

 

 

 

#2

 

실질적 프로포즈를 어떻게 했냐하면, 나의 경우, 소개팅으로 만나서 4일만에 연애를 시작하고, 한 일주일 만에 결혼하자고 말했다. 뭘 보고? 그러게. 결혼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했겠지. 왜 이 여자하고 결혼하고 싶었냐? 그렇게 짧은 시간에... 라고 물어보면 뭐, 운명이었나 보지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실질적 프로포즈를 멋있게 한 것도 아닌데, 더 큰 문제는, 그 때 내가 백수신세였다는 거다. 좋게 포장해봐야 고시생. 그러니까는 나는 복권같은 남자야 라고 밖에는 홍보할 게 없었다. 그 복권 이미 10번도 넘게 긁어본 거였다는 사실은 숨겨야하지만. 게다가 군대도 안 갔다온, 아주 제대로 된 백수였다.

 

신기하게도 아내는 그런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줬고, 백수임에도 결혼할 수 있다는 안정감 때문인지, 그 다음해 시험이 붙어서 결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는 훈훈한 결말이다.

 

 

 

#3

 

 

형식적 프로포즈는 했냐고?

 

결혼 후 한참 지나고 나서 어느 날. tv에서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이 나왔다. 영화던가 드라마던가, 암튼.

 

그걸 본 아내가 "저게 프로포즈야? 나도 저거 해줘."

 

라고 말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고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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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