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책들2015. 7.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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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하는 올해의 책 선정의 시간이 돌아왔군요. 올해는 117권을 읽었습니다. 권수는 매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제 몸무게와 비슷합니다. 다이어트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술 한 잔 마시면 돌아오는 몸무게처럼, 책도 며칠 열심히 읽다가 미드라도 하나 잡으면 제자리걸음이 되어버리네요.

올해 만난 책 중 좋은 책 11권을 가져왔습니다. 베스트셀러도 있고 숨은 책도 있고. 무순입니다.

기생충 열전, 서민, 을유문화사

서민 교수는 기생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이자 기생충을 인간들에게 소개하는 중매쟁이입니다. 솔직히 환영은 못 받는데, 재미는 줍니다. 환영하고 싶지 않지만 재밌으니 자꾸 만나게 됩니다. 우리 몸 속에 살고 있지만 잘 모르는 친구를 소개시켜 주는 책입니다.

외식의 품격, 이용재, 오브제

좀 품격있는 이야기를 해보죠. 외식의 품격이라는 책입니다. 부제가 '빵에서 칵테일까지 당신이 알아야 할 외식의 모든 것'이랍니다. 밥먹을 때 아는 척 하기 좋은 책이라는 뜻입니다. ​뭐 좀 재수는 없을 수도 있는데, 원래 품격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음식에 대한 책을 컬렉션으로 만드는 중이라 관련 책들이 나오면 일단 읽어보는 편인데요. 이 책은 제목처럼 품격이 있습니다. ​교양용으로도 좋죠.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데이비브 웨버, 폴라북스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시작입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명작 중 국내에 소개된 게 많지는 않은데요. 보르코시건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아너 해링턴 시리즈도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처음 집었을 때와 같은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후편이 언제 나올지 기다리게 하는 마력이 있네요.​ 왕립해군 소속 아너 해링턴 함장의 활약을 그린 작품입니다. 용감하고 지략에도 뛰어난, 사람도 잘 다루는 주인공입니다. 처음에 설정이 좀 복잡한가 싶지만, 이내 빠져들고 만드는 소설입니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난다

작년 여러 매체에서 뽑은 올해의 책이었습니다. 수필인데, 게다가 대중적으로는 무명인 작가의 책이 올해의 책으로? 매체마다 칭찬이 가득했지요. 문장의 아름다움부터 글의 깊이까지. 궁금해서 읽었습니다. 과연, 이 책은.

다윗과 골리앗, 말콤 글래드웰, 21세기북스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는 경영 쪽 작가입니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잘 나갑니다. 그는 글을 매우 잘 씁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매우 재밌게 그리고 납득가능하게 보여주기를 잘합니다. 티핑포인트도 그랬고, 아웃라이어도 그랬죠.

이 책은 많은 조건이 열등한 자(다윗)이 어떻게 조건이 좋은 자(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서 보여줍니다. 모든 경우에 다윗이 이긴다는 건 아닙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다윗의 가능성을 보여주는거죠.

제7일, 위화, 푸른숲

위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 현대 작가입니다. 제일 유명한 건 허삼관매혈기겠죠. 저는 그의 소설 형제, 그의 수필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좋아하는데요. 제7일은 소설입니다. 사람이 죽은 후 7일동안 과거와 현재를 돌아다니며 삶을 재구성하는 내용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중국 현실에 대한 뼈아픈 비판을 품고 있고, 한편으로 해학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재밌는 외국 소설을 들여오는데 열린책들만한 출판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초기 히트작 개미도 그렇고, 쥐스킨트 시리즈도 그렇고, 어디선가 듣도 보도 못한 외국 작가의 소설을 가져오는데, 와, 이게 뜻밖에 되게 재밌단 말이죠. 수백권의 책 중에서 몇 권 히트친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저만큼 내면서 다 망하는 출판사도 있거든요.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뽑아볼만한 복권입니다, 열린책들의 외국소설은.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저 책을 보고, 에이 제목 특이해서 마케팅 잘 뽑은 소설이겠지 라고 안보다가, 선물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재미면에서는 투썸업 드리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의 바우돌리노를 연상시키는 입담과 구라가 일품입니다.

네메시스, 요 네스뵈, 비채

북유럽 스릴러의 선두 요 네스뵈의 스릴러 소설입니다. 춥고 건조한 북유럽 날씨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죠. ​얽히고 설킨 스토리를 반전에 반전에 반전으로 풀어버리는 속도감 좋은 소설이네요. 두껍지만 예비군 훈련 가서 첫날에 다 읽어버리게 하더군요.

​빌리 밀리건, 대니얼 키스, 황금부엉이

이제는 익숙해진 용어 다중인격자. 이 개념이 제대로 인정된 것은 불과 3-40년 전인 70년대 후반, 80년대 초입니다. 최초로 다중인격자로 인정받은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입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합니다. 성폭행 등 혐의로 잡혀온 범인, 그런데 그는 여러 가지 표정과 모습을 보여주는데.....

24중 인격자로 판명된 빌리 밀리건. 그의 수감, 치료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그의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다중인격이 어떤건지 이 책을 보면서 비로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0살 전까지 기본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호소카와 마키코, 글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는 부모를 위한 책입니다. 저자는 어떤 선행학습보다는 아이를 기본에 충실하게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6살이 된 큰 애가 있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입니다. 온갖 선행학습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뚝심을 발휘하게 도와줄 책입니다.

작은 친구들의 행성, 존 스칼지, 폴라북스

노인의 전쟁을 처음 보고 감탄했습니다. 간만에 보는 짜릿한 sf다 라고 하면서. 그 뒤로 존 스칼지 책은 나오는대로 읽었고, 출판안된 것은 원서로도 봤습니다만.... 노인의 전쟁만틈 경탄하게 하는 소설은 잘 없더군요. 이제 나왔습니다. 작은 친구들의 행성.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 빠져들게 하네요. 새로 발견된 행성, 거기서 발굴 조사를 하는 주인공, 행성의 포유류.... 가 나오는 법정드라마입니다. 응?

sf에서 뭔 법정? 요리사가 너무 많다 같이 범죄가 발생하는 sf인가요? 범죄는 있습니다. 범인도 찾고요...근데 추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네요. 여기의 사건과 그 풀이는 사실 하나의 장치일 뿐입니다. 소설을 끌어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무대를 선택한거죠.

재밌는 소설이지만, 사실 주제의식은 무겁습니다. 새로운 땅 발견했으니가 내꺼! 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생명과 지적능력이란 무엇인가 등등...

존 스칼지를 좋아한다면, 특히 그의 유머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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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