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기와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계급사회로 가고 있어. 아마도 우리가 계급사회 구축의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언젠가부터 사회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난한 집 애들이 공부 잘하고, 부잣집 애들은 팽팽 노는 시대는 지나갔다. 돈이 있어야 공부를 잘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꼭 학원이나 과외에 한정시키는 얘기가 아니다. 있는 집에서 자식 교육에 더 많은 열의를 가지고 있으며, 있는 집은 그 열의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해봤더니 있는 집 자식이 더 많다는 통계도 이제는 당연한 말이 되어버렸다. 학번이 내려갈수록 상황은 더 심해지고 있다. 있는 집, 잘 나가는 집 자식들이 서울대학교에 들어온다. 아마도 우리 자식 세대에서는 더 심해질거다.
6.25 후에는 계층간의 이동이 비교적 활발했다. 혼란 중이었고, 사회가 안정화되지 않았으니까. 고시의 예를 들자면 고시합격한 가난한 집 자식이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게 가능한 시대였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부잣집에서 고시합격했다고 선뜻 달려들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혼테크는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말이다. 이제는 있는 집 자식들이 시험에 붙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 와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또 고르게 된다.
이렇게 계층간의 분화가 뚜렷해지고, 계급이 명확해지게 되면, 사회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계층간의 이동이 어려워진다. 통일이라는 변수에 의해 한 번 더 요동이 칠 것도 같지만, 현재의 이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2
주위를 보면 우리 집이 제일 가난한 축에 속한다. 농담삼아 "서울대생 중 하위 20%에 속하잖아" 라고 말하지만 사실이다. 재산 정도는 논외로 하고, 부모님의 직업만 놓고 보더라도 '이발사'는 하위 20% 계층이 맞다.
그래서 특별히 힘든 일이 있냐 하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돈 때문에 못해본 적이 없고,
돈 때문에 불행한 적이 없다.
아버지 이발하시고, 어머니 면도하신다고 부끄러운 적도 없고,
어디 가서 부모님 뭐 하신다고 말 못해본 적도 없다.
동기 아버지께서 헌재 재판관을 하실 때도, 법원장을 하실 때도
난 집에 가서 '어, 저 분이 누구 아빤데.'라고 말하고, 우리 부모님께서도 그냥 듣고 넘기신다.
친구 집에 집들이가서 "15평"이라는 말을 듣고
"음, 우리 본가랑 평수가 같군" 하는 게 나다.
#3
항상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3가지이다.
허세를 부리지 않는 마음을 주셨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셨으며
언제 어느 순간에도 나를 믿어주셨다.
#4
개천에서는 용이 나지 않는다.
내가 용인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용이라면,
그것은 부모님이 바다이기 때문이라고
그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다.
세상 모든 부모님은 바다다.
부모님이 바다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자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