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들2015. 11. 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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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3/1


'만인의 연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1 한 사람의 연인이 되기에는 너무나 멋진,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연인으로 꿈꾸는 이상적인 사람

2 아는 이성은 많으나 정작 자기는 실속이 없는 사람. 누구와도 가깝게 지내나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

1의 의미는 주로 연예인과 같은 사람에게 붙인다. 어떤 영화배우에게 '만인의 연인'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그건 그에게 최고의 칭찬이 된다.

반대로 2의 의미로서의 '만인의 연인'은 칭찬 반, 놀림 반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는 이성이 많냐는 놀라움과 그러면서도 어쩌면 정작 자기는 못 챙기냐는 놀림 말이다. 2의 경우 '만인의 연인'은 소개팅, 미팅 열심히 주선하며 남 좋은 일만 시키다 만다. 큰 맘 먹고 고백 한 번 할라치면 '넌 좋은 친구잖아.' 또는 '우리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요'라는 말이나 듣는다.

성수는 지금까지 '만인의 연인'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물론 2의 의미로서다. 아는 여자? 넘치도록 많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까지 한다. 그러나 그동안 별 실속은 없어왔다. 대체로 연애와 나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만인의 연인'보다 내게 더욱 잘 어울리는 말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만인의 차선책'이다. 두둥!!!




 만인의 차선책이란 이런거다. 일단 '만인의 차선책'은 연애보다는 결혼을 전제로 만들어낸 말이다. 나이는 30 가까이 먹었고, 집에서 결혼은 하라고 하고, 친구들은 다 결혼해서 애가 별써 초등학교를 가네 마네 그런 소리 하고 있는 여자를 상상해보자. 결혼을 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한 그녀, 그러나 그녀에게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male friend는 있지만 boy friend는 없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의 괜찮은 남자는 이미 다 임자가 있고, 좀 쓸만하다 싶으면 연하다. 연하도 괜찮아!! 라고 말해보지만 그보다 더 어린 여자들과의 경쟁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이제 슬슬 male friend를 결혼상대자로 생각하게 된다. 오래 알아왔으니 결혼해서 크게 문제될 것도 없고, 특별히 가슴이 설레지는 않지만 익숙한 사람이고 하니 결혼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렇다. 만인의 차선책이란 바로 이 'male friend'를 말한다. 그와 결혼했을 때 주위에서 '우와...부럽다'라고는 말안하겠지만 '저런 결혼 왜 했어?' 라는 소리도 안할 사람.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배우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욕은 안 먹을 배우자. 이상적인 결혼생활은 아니겠지만,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최소한 후회는 안할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는 '최선책'이 아니라 '만인의 차선책'이다.


 만인의 차선책은 대개 이런 사람이다. 일단 외모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소개팅에 내보내면 최소한 욕은 먹지 않지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듣지도 않는다. 그냥 평범하고 수수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다. 반면에 성격은 정말 좋다. 말도 잘하고, 재밌기도 하다. '만인의 차선책'에게는 그래서 이런 말이 따라다닌다. '키만 좀 더 컸더라면 애인하는건데.' '능력이 좀 더 있었더라면..' 등등.

 이렇게 보면 만인의 차선책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만인의 연인'이 결혼 버젼으로 진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은 본질적으로 같으나 그를 둘러싼 주위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용어와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즉 연애 시장에서 선호도 10위쯤 하던 상품이(= 만인의 연인), 결혼 시장에 오면서 그보다 상위의 상품들이 다 팔려나가거나 구매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올라가게 된 것이다. (= 만인의 차선책)


 당신은 '만인의 연인'인가? 그렇다고 해도 너무 우울해하지 마라. 몇 년만 버티면 '만인의 차선책'으로 신분상승할 수 있다. 항상 그러냐고? 항상 그렇다!!! 나이가 차고 결혼을 앞두게 되면 사람들은 현실적이 된다. 그리고 주위에서도 적극적으로 부추긴다. '외모는 중요한 게 아냐. 얼굴 값 한다니까...' 등등. 그럴 때 상대적으로 당신의 '내면적 강점'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결혼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고, 처음 결혼할 때는 다들 이혼같은 거 안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결혼을 앞두고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쉽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게 아니라면 사랑 하나에 목숨 걸거나, 얼굴만 보고 결혼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러니 당신은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당신의 주가는 저절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람이 그 사이에 결혼해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어쩌겠나. 당신은 만인의 최선책이 아니라 만인의 차선책인 것을. 그 사람이 아니어도 당신에게는 아직 9천9백9십9명의 사람이 있으니 거기에 희망을 가져라. 그것이 만인의 차선책의 숙명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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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