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시 경에 쓰러져서 잠이 들었습니다. 깨보니 1시 반이더군요. 요즘 퇴근하고 집에 가면 쓰러지는 게 일입니다. 동기들에 비하면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체력이 많이 약해진 것인지 잠이 부족합니다.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애인님의 문자와 고등학교 동기의 문자였습니다. 고등학교 동기가 죽었답니다.
고등학교 때는 잘 붙어다녔던 친구입니다.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3년 내내 그 친구는 반장을 했습니다. 저는 3년 내내 대리반장이었습니다. 인기가 많은 친구여서 반장을 했고, 인기가 많아서 반장이지만 쉬는 시간에 반에 붙어 있는 일이 없었던 친구입니다. 선생님이 반장을 찾을 때면 제가 대리를 뛰고는 했습니다. 고2때는 수학여행 가는데,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그 친구가 빠졌는데 그 때도 제가 대리를 했습니다.
1학년 때 했던 암흑의 비밀결사 '논향모'의 멤버였으며, 3학년 때는 제 앞, 왼쪽 자리에 항상 그 친구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입니다. 어머님끼리도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3년을 그렇게 같이 있다가 대학에 들어온 뒤로는 소원해졌습니다. 고등학교 친구 중에 대학 와서 꾸준히 연락을 유지한 것은 3명 뿐인데 그 친구 소식은 간간이 바람결에 들었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정말 바람만이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겠네요.
일 끝나고 장례식장에 가려 합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별로 연락을 안하고 지내기에 고등학교 동기모임 같은 게 있으면 참석을 안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가려 합니다. 가야 합니다. 오늘 들렀다가, 내일은 아마 밤샘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입시를 안 붙었으면 사시 2차가 다음주라 마지막 가는 길도 배웅하지 못했을텐데 다행이 가는 모습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못봐도 좋으니 이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잠을 못 잤습니다. 1시 반에 깬 후로 그냥 날밤을 새어 버렸습니다. 특별히 그 친구와의 추억을 더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혼자서 책을 보고, 게임을 하고, 물을 마시고 그렇게 밤을 샜습니다. 그리고 출근을 했습니다. 출근해서도 평소와 같이 웃고 얘기하고 밥먹고 그러고 있습니다. 그냥 지금은 실감이 안납니다.
장례식장에 가서 어머님 얼굴은 어떻게 뵐지 모르겠네요. 막막합니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나와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 사람들. 이 사람들과 어떠한 이유로 소원하게 지내다 한참 뒤에 이렇게 사고 소식을 들으면 참 우울하겠다는. 끊임없이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붙어다니던 친구였는데 이제 사망 소식을 전해 들어야 하는 관계가 되었다니, 그리고 그 관계로 영원히 고착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쓸쓸해 집니다.
시험 끝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는 시간을 가지렵니다. 얼굴 보고, 얘기하고.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시간이, 이런 순간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듯 합니다.
곧 연락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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