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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에요.
토요일은 늦잠으로 시작해서 뒹굴뒹굴을 거쳐 나른하게 잠에 들어야 해요.
날도 추우니 밖에도 안 나가고 좋아요.
그런데
허니가 팥죽이 먹고 싶대요.
팥.....죽?
요리를 하다 하다 보니 이제 죽까지 해달래요.
나는 죽순이인가봐요.
"아, 우리 집에 팥이 없다" ^^
이런, 우라질네이션.
팥이 있대요.
엄마가 없다고 했는데,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어요.
팥죽 끓이기로 했어요.
팥을 한 번 끓이고, 첫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서 끓여요.
끓여요
끓여요
계속 끓여요
한참 끓여요.
1시간을 끓여요.
끓인 팥을 찧어, 물에 걸러, 팥앙금을 가라앉혀요.
이게 30분이에요.
허니는 팥죽이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냐며 뭐라 해요.
이런 신발나라.
이게 무슨 3분 땡 팥죽인 줄 아나봐요.
팥죽을 끓여요.
색깔은 좋아요.
향도 좋아요.
맛을 봐요.
오, 마이, 갓김치.
묽어요.
많이 묽어요.
줄줄 흘러요
맛을 본 허니가 물어요.
"이게 뭐야?"
아침부터 팥 삶고 거르고 하는 거 다 봤으면서 이게 뭐냐고 물어요.
"....팥물?"
팥물 한 솥을 끓이느라 토요일이 다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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