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2015. 12. 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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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는 남자의 로망을 담았다. 딸바보라는 말이 있듯이, 딸을 잘 키우고 싶은 남자의 소망을 게임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지 않나. 프린세스 메이커라니.

 

설정도 철저히 남자의 시각에 맞춰져있다. 어느날 갑자기 다가온 딸을 잘 키우라는 도입부부터. 딸과 아빠의 인터렉션으로 흘러가는 구성까지.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남자의 로망에 힘입어 후속편도 여러 개 나왔다.

 

한때 프린세스 메이커 게임의 유저로서, 그리고 지금은 딸과 아들을 키우는 아빠인 나를 바라보면, 나는 '애늙은이 메이커' 실사판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애늙은이라... 어린이답지 않게 성숙한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애답지 않게 행동하고 말하는 아이, 그게 나였다.

 

나의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키웠던 건 아닌 듯 싶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키우신 건 아닌 것 같고, 나의 타고난 재질과 주변환경이 그렇게 이끈 것 같다. 맞벌이인 부모님 밑에서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혼자 밥 차려먹고 놀던 그런 환경 말이다. 부모님이 일일이 챙겨줄 수 없으니, 내가 알아서 한다 라는 마인드가 형성되었달까. 아이처럼 굴어봐야 봐줄 사람도 없으니까.

 

그런데 나는 의도적으로 애를 애어른으로 키우고 싶었나보다. 내가 외동아들이다보니 주변에서 애를 키우는 것도 별로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내가 아는 애라는 것은 떼쓰고, 애교부리고 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어렸을 때의 나를 모델로 삼을 수밖에 없었나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떼쓰거나 막 울거나 하는 것을 절대 가만히 보지 못했다. 달래거나 어르거나 하는 대신에 엄격하게 혼냈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니까. 잘못된 거니까. 나는 그렇게 안 컸으니까.

 

발버둥치거나 어른들 있는데 와서 끼어들거나, 아니면 온갖 사건사고를 저질르거나 하는 꼴을 못봤다. 너는 왜 그렇게 부산하니, 얌전히 책이나 보고 있지, 어디 아빠에게 와서 떼를 쓰니. 난 내가 밥 다 차려먹었는데 너는 왜 주는 밥도 제대로 못 먹는거니.....

 

아이에게 나의 자아를 투영하고 있었다. 애늙은이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그러다 내가 깨달은 것은 아이는 아이만의 모습이 있다는 것과, 아이의 타고난 개성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내가 억지로 애늙은이로 키우려고 해봐야, 나중에 가면 반발이 심해질거라는 거. 그리고 그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거라는 점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나와 똑같을 필요가 없다. 아이의 타고난 모습대로, 까부는 아이는 까불고, 노는 아이는 놀고.

 

그렇게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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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