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2015. 11. 23. 16:04
728x90

이사온지도 1년 가까이 되어간다. 옛 동네와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데도 새 동네는 새 동네다. 틈틈이 동네 구경을 하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익히지만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넓다.

 

이사와서 동네 단골집을 하나하나 찜하고 있다. 슈퍼, 빵집 등등. 아직 치킨 단골을 못 찾았다는 게 흠이긴 한데, 워낙 치킨 취향이 까다로운지라 여기저기 방황중이다.

 

하루는 밤산책을 하다가 익숙한 상호의 간판을 발견했다.

 

"xx 막회"

 

응? 저거 예전 동네에 있던 집인데?

 

하고 찾아보니 얼마 전에 이 동네로 이전했나보다.

 

그 막회집은 예전 아파트 건너편에 있었다. 우연히 그냥 막회가 좀 먹고 싶어서 들어간 집인데 쏠쏠했다. 막회 소짜를 2만원에 팔았는데, 그거 하나면 둘이서 소주 한 잔 하기 좋았다. 특별한 쓰끼다시가 없어도 회 자체만 먹기에 좋았던 집이다. 가성비가 좋았다. 회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한번씩 생각날 때 먹기 좋은 동네횟집이었다.

 

그 집이 새 동네에 왔다니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막회 소짜나 하나 먹어야지 하고 포장을 부탁했다. 그리고 가게 안을 쓰윽 돌아보는데, 막회 소짜가 35,000원이란다.

 

응? 그러고 가만 실내를 둘러보니 예전에 갔던 그 동네횟집 분위기가 아니다. 같은 집이 재개발 때문에 옮긴 것인데도 상호만 빼고 같은 구석이 없었다. 동네횟집 시절에는 허름한 외관에 실내도 포장마차처럼 그런 분위기였다. 오다가다 들러서 소주 한 잔 기울이기 좋은 집이었다. 방도 따로 없었고, 테이블 서너개와 마루에 테이블이 또 몇 개 있는 그런 곳이었다.

 

새로운 횟집은 번듯했다. 새로 오픈을 했으니 집기 등 실내가 반짝반짝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방도 여러 개 생기고, 수족관도 엄청 커켰다. 수족관에는 못보던 생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고, 벽에 붙은 메뉴판에도 제철 xx 같은 비싼 것들이 적혀있었다. 그 제철 xx는 가을전어같이 누구나 그 때가 되면 한 번쯤 먹어보는 그런 게 아니었다. 제철 민어 같은 느낌의 메뉴였다.

 

"포장 나왔습니다"

 

나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막회 소짜를 받아들고 카드를 내밀었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예전에 먹던 막회 소짜의 맛은 그대로였다. 양도 같았다. 특별히 더 추가된 것도 없었다. 쌈장과 간장, 상추. 딱 그때만큼의 차림이었다. 가격만 올랐다.

 

 

728x90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늙은이 메이커  (0) 2015.12.08
인정욕구  (3) 2015.08.21
좁아짐  (0) 2014.09.24
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