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2015. 8. 21. 12:00
728x90

요즘 내가 발끈하는 지점들을 살펴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인정받지 못하다고 느낄 때 나는 일단 화부터 내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육아에서 그렇다.

 

가사분담에 있어 두 아이의 육아는 거의 내가 맡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보내면서 아침 저녁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데려오는 것은 내 일이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보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 씻기고, 밥차려서 먹이는 것도 나의 일이다. 칼퇴근이 조금은 힘든 와이프가 7시 넘어서 집에 왔을 때는 이미 밥을 먹고 있거나 다 먹은 다음이다. 밥을 먹고 난 후,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 재우는 것도 나의 몫인 경우가 많다. 공부도 내가 가르치니까. 이쯤 되면 거의 육아는 내 담당이다.

 

가끔 회식을 하거나 약속을 잡을 일이 있으면 사전에 와이프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애들 야간 맡길테니까 당신이 와서 데려가. 갑자기 당일날 잡히는 약속일 때는 와이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와이프는? 특별한 연락없이 늦을 수 있다. 약속이 갑자기 생긴다 해도 말만 하면 된다. 육아의 책임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내가 주로 전담하는 거 자체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와이프가 요리와 청소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니까.

 

문제는 이러한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다고 느낄 때다. 와이프의 허락을 받아야만 술 한 잔 할 수 있는 현실에 폭발할 때도 있다. 아니 왜 나만 이래야 하냐고. 자기는 맘대로 늦게 오고 그러면서.

 

더한 경우는 아이들과 싸우다가 내가 열받았을 때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상당히 많은 '희생'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데, 아이들이 "아빠는 맨날 화만 내고" 이렇게 나오면 두 배로 폭발한다. 육아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맨날 아이하고 붙어있는 사람이 더 화를 내고 잔소리를 심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 집에서는 나인거고, 와이프는 상대적으로 화낼 일이 적다. 뭘 같이 있어야 화를 내지. 그렇게 아이들과 충돌하고 나면 극도의 스트레스가 엄습한다. 아씨, 내가 애들한테 나쁜 아빠라는 소리 들어가면서 이 짓을 해야해? 내 시간이라는 것은 없이 사는데,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해? 같은.

 

이런 사건들이 몇 번 터질 때 나를 관조해보면 요즘 인정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 그게 도화선이 되는 것 같다.

 

육아에서뿐만 아니라 회사일에서도 그렇다. 내가 이만큼 희생을 하는데,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지.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데 왜 아무도 몰라주지 같은. 아 저 뺀질거리는 녀석은 똥만 싸고 도망가 버렸는데, 왜 내가 그 똥을 다 치워야 하냐고. 누군 할 줄 몰라서 이러고 있냐.

 

인정욕구가 위험한 건 내 삶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거다.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서 누가 조금이라도 "아우 잘했어" 이러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헥헥거리게 될 위험이 있다.

 

내 삶의 주인은 나인데, 요즘 어쩌다가 이렇게 인정잔고가 바닥에 내려오게 되었나 몰라.

 

 

 

728x90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성비 좋았던 동네 횟집의 고급화  (0) 2015.11.23
좁아짐  (0) 2014.09.24
프로포즈 & 허니문  (1) 2014.04.15
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