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문화2010. 2. 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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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심야식당은 별 거 아닌 음식과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감자 샐러드, 계란말이, 문어모양 쏘세지 같은 집음식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사연과 만나면 어느덧 특별한 음식이 되는 만화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정'이다. 낯선 곳에서 정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도시민에게 맘편히 주문하고 먹을 수 있는 심야식당은 안식처이다. 이 곳에서는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만화 심야식당에 열광하고, 이런 식당 하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까닭이다.

2009/07/12 - [만화] - 근처에 하나 있었으면 싶은 - 만화 '심야식당'
2009/11/23 - [만화] - [심야식당 4권] 여전히 소박하고 미소짓게 하는 만화

만화 심야식당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인기있는 원작만화의 드라마화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그 때마다 항상 원작의 팬들은 원작의 분위기와 느낌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놓고 걱정하고 궁금해한다.

심야식당에 대해서는 음식 하나에 에피소드 하나인 짤막한 만화가 드라마화 되었을 때 무리한 늘리기로 이야기의 균형이 깨지면 어떡하냐는 걱정과 만화 특유의 절제된 미학을 드라화시킬 수 있을지 하는 걱정이 많이 있었다.

만화와 드라마를 다 본 사람들은 드라마가 만화만 못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원작의 팬을 만족시키는 컨버젼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반지의 제왕 정도를 제외하고는 팬심을 만족시키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드라마 '심야식당'은 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도입부.

思ひ出 가 잔잔히 흐르며 개점 준비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준비가 다 되어가고 시계가 12시를 치면, 이제 이야기가 펼쳐진다.



쓸쓸하면서도 편안한, 심야식당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면서, 이 곳에 오면 부담없이 밥 한 끼, 술 한 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오프닝씬이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아든게 한다고 할까.


드라마 심야식당의 한 편은 만화 심야식당은 2회 정도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하나를 메인으로 하고, 다른 하나가 부가적으로 덧붙여진 형식. 만화가 짧기에 한 편만으로는 분량이 안 나올테고, 두 편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자니 각 편이 워낙 독립적이라서 이런 형식을 취한 것으로 짐작된다.

1편을 예로 들면 빨간 문어 소시지 이야기가 메인이고, 명란구이 이야기가 덧붙여진다. 명란구이 에피소드를 좋아하는데 이게 부가적인 것이라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적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즐길만한 드라마, 심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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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11.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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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4권이 나왔다.

심야식당에 대한 기존의 리뷰는 여기  http://largesea.tistory.com/108

심야식당. 4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BE YARO (미우, 2009년)
상세보기


여전히 소박한 음식과 소탈한 이웃이 보는 이를 미소짓게 한다.

4권에서 나오는 음식은 양념장 끼얹은 두부, 유부초밤, 크로켓, 은행 이런 식이다. 음식이라 하기 어려운 차가운 토마토도 있다.

시작은 장어 소스다. 장어 소스, 오타가 아니다. 장어구이도 아니고 장어덮밥도 아니고 장어 소스다. 장어 요릿집 주인이 죽으면서 장어 소스를 심야식당 마스터에게 남긴다.

그 장어소스로 마스터는 '한정 장어 소스 덮밥'을 만들어서 판다.

장어는 없이 밥에 장어 소스만 끼얹어서 판다.

손님들은 의아해 한다.

장어를 사다가 장어덮밥으로 파는 게 돈벌이가 되지 않겠냐고.

마스터는 대답한다.

"그렇게 하면 돌아가신 주베에 할아버지에게 죄송한 것 같아서요."

그렇다. 마스터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다. 손님이 음식을 맛있게 먹게 하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그 음식에 담긴 의미와 정성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장어를 얹어서 팔면 돈은 벌겠지만 떠난 자가 남겨준 장어소스의 의미가 퇴색되니까 장어 소스 덮밥이라는 어디서도 팔지 않을 음식도 자연스럽게 내놓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손님들에게도 전해지고, 얼마 되지 않는 소스를 오래도록 먹기 위해 1인당 1그릇만 판다는 자율적인 규칙까지 손님들과 함께 만든다.

장어소스덮밥은 인기가 좋았고, 어느덧 마지막 한 그릇이 팔리는 날이 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덮밥은....



마지막 덮밥을 먹게 된 사람은 만화에서 확인하자.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 소박한 만화가 주는 소박한 감동을 빼앗고 싶지는 않다. 심야식당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 사람이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먹는다는 것만 말하겠다.


이 소박한 만화의 다음 권은 언제나 나올런지. 1~4권을 반복해서 보면서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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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각종문화2009. 7. 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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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들어간 일본식 술집. 메뉴에 낯선 음식이 많다.

"나, 이거 시켜도 돼? 명란젓 구이"

"그래. 근데 왜?"

"심야식당이란 만화가 있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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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ABEYARO (미우, 2008년)
상세보기

심야식당은 음식만화다. 밤 12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식당은 한가지 음식을 가지고 손님의 이야기를 매회 풀어나간다. 음식만화라고 하면 '산지에서 지금 막 잡아온 지금이 제철이라 더욱 더 맛있는 요리재료'로 '하늘에서 눈이 내려 가슴에 쌓이다가 땅에서 올라온 부드러운 온기에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한 맛'의 음식을 하는 만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디 음식에 화려한 일류요리만 있는가. 소박한 가정요리도 있는 법. 메뉴에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하나만 올라와 있지만, 재료가 있으면 손님이 원하는 어떤 요리라도 해주는 곳이 심야식당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에 나오는 음식은 소박하다. 첫 회에는 '빨간 비엔나 구이'가 등장한다. 야쿠자가 주문하는 빨간 비엔나 구이를 주인은 문어모양으로 요리해준다. 거기에 계란말이를 먹는 게이바 주인 할아버지(?)의 조용한 교감이 첫 회의 전부다. 소박한 음식만큼이나 소박한 줄거리다. 요약하고 말고 할 것도 없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멋진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소박한 만화가 가슴을 흔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도 한 번은 먹어본, 그저 집에서 집반찬으로 먹던 요리를 주문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더운 여름이면 차가운 수박을 나눠먹고, 크리스마스에는 첫 회의 야쿠자 아저씨가 교도소에서 사귄 친구가 보내온 게를 손님들이 다 같이 구워먹는 이 담담한 이야기가 가슴속에 들어온다.

그런 이유로

만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이런 탄식을 내뱉게 된다.

근처에도 하나 있었으면...

부담없이 맘편히 그냥 찾아가서 계란말이 하나 해주세요. 할 수 있는 편한 식당이 있었으면, 그렇게 만만하게 찾아가서 밥 한 끼 먹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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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