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4/14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고, 사랑만이 결혼의 유일한 이유여야 한다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는 반복된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사람이라도 - 미모에, 돈에, 능력에, 심지어 성격까지 완벽하더라도 - 사랑 앞에서는 소용없다.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랑밖에 가진 것이 없는' 주인공은 뛰어난 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현실과 현격히 다르기는 하다. )
그러나 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소리일 뿐이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고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사랑만 있으면 다 된다고? 사랑이 화학물질의 생성과 이동에 불과하며 그 유효기간이 3년도 안 된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결혼은 현실이다. 두 사람이 살맞대고 으르렁거리며 한 공간에서 뒹굴어야 하는 것이 결혼이다.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는 환상은 버려라.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에 앞서 필요한 것은 장미빛 미래를 꿈꾸는 사춘기 아이의 몽상이 아니다. 앞날을 내다보고 살필 줄 아는 어른의 이성이다.
그렇다면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무엇인가? 능력이다. 결혼은 평생을 함께 할 파트너와의 결합이고, 결혼은 각자의 꿈을 펼쳐갈 기반이 되어야 한다. 결혼이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두 사람이 서로를 여행 파트너로 맞이하는 것이다. 서로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파트너를 결정하는 것, 그게 결혼이다.
당신은 위험한 모험을 떠날 때 어떤 사람을 동료로 맞이하겠는가? 같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 모험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모험에 적합한 능력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때로는 위험에 맞설 수도 있고, 배고픔을 같이 이겨낼 수도 있으며, 난관에 빠졌을 때 전적으로 자기의 목숨을 맡길 수도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동행인으로 삼아야 한다.
결혼에 있어 능력을 고려하라고 하면 보통 '돈 버는 능력'을 떠올린다. 수입이 얼마나 되고, 앞으로 얼마를 더 벌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경제력을 능력으로 본다. 남자들이 가사분담에는 시큰둥하면서도 직업을 가진 여자를 배우자감으로 꼽는 것이나 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을 받을 때 남자의 경우 경제력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그 예이다.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것은 좋다. 무전여행이 아닌 다음에야 여행에 돈은 꼭 필요한 것이니까. 돈에 여유가 있으면 좀더 안락하게, 좀더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고, 때로는 모험의 성공에 돈이 기여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만을 경제력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많이 쓰면 소용없는 법. 경제력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다.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자. 공격력이 뛰어난 팀과 수비력이 뛰어난 팀이 있다. 한 번의 경기에서는 공격력이 좋은 팀이 이길 수 있다. 그러나 한 시즌이 다 끝난 뒤에 보면 우승컵은 수비력이 뛰어난 팀에게 돌아간다. 공격력이 좋은 팀은 골을 많이 넣을 수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공격에 치중하다가 실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공격력만 좋은 팀은 공격력만 믿다가 수비를 소홀히 하고 그 결과 지는 일이 잦다. 잘 풀리는 날은 펄펄 날지만 안 풀리는 날은 힘도 못쓴다. 화려하긴 하지만 속은 비어있다. 공격력에는 기복이 있다는 것은 이를 말한다. 반면에 수비가 좋은 팀은 기복이라는 것이 없다. 견실하게 수비를 하며 한 골씩 넣어나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이고 믿음이 간다. 크게 이기지는 못하지만 크게 지지도 않는다. 슬럼프에 잘 빠지지도 않고, 공격이 안될 때도 최소한 무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력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마구 쓰는데는 당할 수 없다. 연봉이 1억이면 뭐하나. 나가는 돈이 1억이 넘는데. 연봉 5천에 4천만원 쓰는 사람이 낫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수입이 줄거나 아예 수입이 없어진다면? 수입수준은 급격히 변할 수 있지만 소비수준은 그렇지 못하다. 소비에는 관성이 있어서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다. 평소에 절약하고 아끼던 사람은 경기의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많이 벌어 많이 쓰던 사람은 경기 변화에 여지없이 쓰러진다. 경제력 중에서도 '수비력'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결혼은 두 사람이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 함께 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여행 파트너를 고른다면 모험을 완수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 때의 능력에는 경제력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경제수비력이 중요하다. 경제수비력은 건전한 소비생활을 하며, 아끼고 절약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는 그 사람이 얼마나 검소하며,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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