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이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는 능력을 말한다. 교섭과 협상을 통해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궁극적으로는 최대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들 가운데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정치체제이고, 민주주의에서 정치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그른 의견은 없는 법이니 정치력을 발휘해 납득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치력의 필요는 정치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남자라면, 특히 결혼을 앞둔 남자라면 반드시 정치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결혼준비하면서 그렇게 많이들 싸운다고 한다. 사실이다. 연애기간의 장단, 둘의 궁합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이건 싸우게 되어 있는 게임이다. 결혼의 준비 과정은 대립적인 두 가문의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결혼준비하면서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양가의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혼식장의 위치, 종류, 결혼식 음식의 단가, 결혼비용의 분배, 예단의 규모와 범위, 폐백 참가자의 범위, 하객에 대한 접대 등등 온갖 쟁점을 두고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해서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얘야. 우리 집은 친척들 간에 우애가 깊으니 누구 하나 소홀히 해선 안된다."라며 시아버지 형제, 시어머니 형제 모두에게 예단을 해야 한다고 하는 시어머니에게 어느 며느리가 "호호. 어머니. 저희 집은 무슨 콩가루 집안이라서 예단을 안하려는건가요."라고 맞짱뜰 수 있겠는가. 그 앞에서는 그저 네네 해야 하는 게 며느리다.
그리고 뒤돌아 나와서는 예비 남편에게 불만을 다 얘기한다. 아니, 거기는 7남매, 8남매인데, 거기다 배우자까지 다 하려면 그게 옷이 몇 벌이냐고. 우리 집은 아버지가 독자라서 받을 것도 별로 없다고.
이 때 아들이자 남편이 만약에 부모나 애인 중 한 쪽의 편을 든다면 그 때부터 분란은 시작된다. 부모 편을 들면 애인이 우리 부모님이 나 잘 키웠으면 됐지, 왜 예단까지 해다 바쳐야 하느냐는 소리를 들을테고, 애인 편을 들면 저 녀석이 어디서 여시 같은 년한테 홀려서 장가가기 전부터 지 여편네 편을 드냐고 한 소리를 들을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정치력. 부모님께는 "지난 번에 큰 고모네 xx형 결혼할 때도 보니까 옷 한 벌 안 해주던데, 왜 우리만 해야 해요?"라고 말하고, 처가에 가서는 "평소에 형제들끼리 친목회도 하고 우애가 깊으셔서 누구 하나 빼놓으면 서운해하실까봐 그러시나 봅니다" 라고 말씀드리면서, 절충점으로 같은 금액으로 예단을 주고 받은 뒤 그 돈 범위에서 알아서 한다 라는 의견을 제시해서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기와 아내 둘만 몰래 상의해서 자기 돈을 들여서라도 몰래 돈을 더 보태서 예단비로 삼게 하는, 그래서 원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주는 편법까지도 써야 한다.
그래야 무탈하게 결혼식장에서 하하 웃으며 하객을 맞을 수 있게 되는거다.
남자만 정치력을 가져야 하느냐고? 우리 나라에서 결혼이 가문 대 가문의 결합이고, 대부분의 갈등이 남자 측의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났으니 이만큼은 대우받아야지"라는 생각과 여자 측의 "우리 딸이 어디가 어떻다고 그렇게 보내야 하느냐"라는 생각의 충돌로 일어나는 이상, 여자가 결혼준비 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여지는 매우 적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위해서 여자도 정치력을 당연히 갖춰야 하지만 결혼준비 과정에서만큼은 남자가 정치력이 뛰어날수록 분란을 별로 안 일으키면서 결혼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결혼준비하는 남자에게 주위의 경험자들이 남자가 중간에서 잘 해야한다고 충고하는 것이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정치력을 키워라. 결혼의 행복이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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