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2018. 2. 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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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동네에 두부가게가 생겼다. 두부를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가게였다. 체인점 형태였다.

여기서 두부가게를 한다고? 수익을 낼 수 있나? 한 모에 4,000원 정도 하는 두부를 몇 모 팔아야 되는거야? 저기는 가게세도 비싼 곳인데. 두부가게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어떻게 가게를 유지하기는 하나보다. 동네 두부 맛집으로 소문나 줄을 엄청 서서 사다먹는 가게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조금씩 손님들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우리도 몇 모 사다 먹었는데, 동네 슈퍼 두부와는 차원이 다르구만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별성은 없다는 말이다.

어젯밤 두부가게(a)에서 20미터쯤 떨어진 곳에 같은 상호의 두부가게(b)가 생긴다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가게를 옮긴건가. 이 쪽이 세가 좀 더 싸서 옮겼다고 보기에는 생긴지 몇 달 밖에 안되었다. 인테리어 비 등을 고려하면 임차기간이 끝나기 전에 옮길 일은 없을텐데, 장사가 안되어서 폐업을 하면 모를까.

여러 의구심으로 간판을 보니 'x두부x 본사직영점'이라고 되어있었다. 본사직영점? 두부가게(a)는 체인점이었던 것 같은데 뭐지?

호기심으로 두부가게(a)자리에 가봤다. 여전히 두부가게(a)가 영업중이었다. 그런데 두부가게(a)의 상호가 'x두부x"엥서 'x콩'으로 바뀌어있었다. 인테리어는 그대로인데, 간판과 상호만 바뀌었다.

오호라, 두부전쟁의 시작인가.

내가 추측한 전쟁 시나리오는 이러하다.

두부가게(a)와 본사 간 갈등이 있었다.  

지점이 나 가맹점 안해, 다른 데가 더 싸고 좋구만 하면서 프랜차이즈를 갈아타버린 상황인 것 같다. 본사는 너 한 번 해보자는거냐 하면서 근처에 본사직영점을 낸 거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지점 간 갈등은 대체로 식재료 공급과 관련있다. 식재료를 너무 비싼 값에 가져와야 한다든가, 식재료의 품질이 문제된다거나 아니면 식재료를 지점에서 임의적으로 갖다쓰는 경우가 그렇다. 본사는 식재료 납품에서 돈을 버니까 통제하려 하고, 지점은 아니 저기서 사면 20% 싼데 왜 본사에서 식재료를 납품받아야 하냐는 갈등이 종종 있다. 거기에 본점은 퀄리티 유지, 사고 발생 방지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지점은 본점의 폭리를 문제삼는다.

 

갈등이 생겼을 때 보통은 본사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는 폼으로 쓰는 게 아니고 계약서에는 본사에서 납품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으니까. 지점이 보기에 너무 부당한 계약이라고 생각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일명 '갑질 횡포'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성공할지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안그래도 두부가게가 되기 어려운 상권인데 두부가게가 2개가 되었다. 두부가게(a)는 몇 달 먼저 생기긴 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두부가게(b)는 두부가게(a)를 저격하기 위해 들어왔고, 아무래도 본사직영점이니까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치열한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

내막을 모르니 어느 가게가 잘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겉보기에는 두부가게(a)가 본사의 횡포에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까보면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두부전쟁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 그리고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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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각종책들2018. 2.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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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글이 되었다. 2017년 올해의 책을 이제서야 정리한다. 연말 연초에 일이 몰리면서 한 해의 독서를 정리할 때를 놓쳤다.

 

기록에 따르면 2017년에는 104권의 책을 읽었다. 잡지, 만화 등은 기록을 잘 안하기 때문에 좀 더 많을 수는 있다.

 

2017년에 읽었던 좋은 책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순서는 읽은 순이다.

 

--------------------------------------------------------------

 

1.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통일을 소재로 한 소설은 많다. 통일까지의 과정을 다룬 소설도 있고, 통일 이후를 그리는 소설도 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통일보다는 김씨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한다. 통일이 되었건, 안되었건 이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전쟁이니까.

 

소설로서의 재미가 휼륭하다. 빨리 읽히고 휙휙 넘어간다. 오락성이 높은데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흔한 비판도 적용되기 어렵다. 인물은 평면적이지만 대신 명쾌하고 그런 성격을 가지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저 인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가 뚜렷하다.

 

 

2.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글쓰기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은 보통 글을 잘 쓴다(혹은 그렇다고 간주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그래서 읽는 맛이 있다. 문제는 그 책이 실제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가이다.

 

이 책은 글쓰기의 테크닉에 치중하지 않는다. 글쓰기를 하는 이유에 집중하고, 글쓰기를 통해 달라지는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근본적인 측면에서 왜 글쓰기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3. 나는 왜 과식하는가, 브라이언 완싱크

 

쉽게 말해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 많이 먹고 살이 안 찌려면 그만큼 움직여야 한다. 단순한 진리지만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잘 안 먹으려고 한다. 입력을 줄여 출력을 낮추려는 것이다.

 

덜 먹으려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왜 과식하는가를 알아야 어떻게 조금 먹을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과식의 이유는 간단하다. 많이 보이고, 많이 주어지면 많이 먹는다. 음식을 담는 그릇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적게 먹을 수 있다.

 

 

4.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시노다 나오키

 

과식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책을 소개한 다음 책은 과식을 부를 수밖에 없는 책이다. 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이런 서술이라니. 읽은 순서가 그랬으이 고의는 아니지만 굳이 피하지도 않았다.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는 정직한 식사의 기록이다. 23년동안 먹은 매 끼를 기억을 되살려 그렸고, 정리했다.

 

이 정직하고 성실한 식사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배가 고프다.

 

 

5. 인에비터블, 케빈 켈리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한창일 때 많은 책을 읽었다. 어떤 책은 뜬구름 잡기 식이었고, 어떤 책은 너무 전문적이었다. 누구나 떠들 수 있는 이야기를 엄청한 비전서인 것처럼 펼쳐놓은 책도 있고, 심오하지만 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있었다.

 

인에비터블은 그런 쓰레기 중에서 건져낸 휼륭한 책이다.

 

저자는 12가지 테마를 가지고 미래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정 기술을 강조하기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미래가 흘러갈 것이라는 혜안을 보여준다.

 

 

6.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의 기록으로서 역사를 뒤집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각 개인의 인생을 하나의 역사로 기록하는 것이다. 승자는 아니지만 기록으로 남은 개인사는 승자의 기록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길이 된다.

 

유시민이 서술한 나의 한국현대사는 그런 점에서 가치있다. 한 개인이 맞딱뜨린 한국현대사에 대한 기록은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물론 이 서술도 개인의 생각과 신념에 의해 굴절된 역사기록일 것이지만.

 

 

7.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가 보여준 충격이 현재까지의 빅히스토리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직조한 데 있다면, 호모 데우스는 빅히스토리의 하나로 편입될 미래를 투영하는 직관을 내세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가. 현생 인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한 책이다.

 

정답은 없고, 유발 하라리가 틀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내세우는 가설은 꽤 흥미롭다.

 

 

8. 궁극의 아이, 장용민

 

속도감있는 전개로 영상을 눈에 그리듯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장르는 오컬트 스릴러쯤 될 것 같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연결되고, 펼쳐지는 무대는 월드클래스다.

 

다만, 궁극의 아이는 영화 시리즈 중 1편에 해당한다는 느낌이다. 더 큰 스케일의 2편이 나오면 더 좋을 것 같다.

 

 

9. 여왕 폐하의 해군, 데이비드 웨버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2권이다.

 

이 스페이스 오페라는 여전히 뛰어나다. 고민은 더 깊어지고, 주인공은 여전히 힘들지만 사건은 결국 해결된다.

 

이 시리즈에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얼른 다음 권이 번역되는 것이다.

 

 

10. 골목의 전쟁, 김영준

 

공간에 대한, 자영업에 대한 놀라운 혜안을 보여준다.

 

왜 번화가에는 프랜차이즈들이 득실거리는지, 상권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자영업에 대한 책으로 묻히기에는 골목과 거리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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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앞으로 세상은2017. 7. 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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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팩토리가 화두다. 관련 글을 한 번 썼지만('노동자에게 진정한 위협은 스마트 팩토리'http://largesea.tistory.com/327), 4차 산업혁명 중 가장 안 드러나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서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이 독일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그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IT 기술을 접목하려는 것이다. 저가 생산으로 갈 수 없는 선진국의 제조업이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일본은 기업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과 인력 대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추진중이다. 인구고령화 등으로 노동인력이 부족한데, 이를 메꾸기 위해 공장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구 문제와 연관시켜 추진한다는 점이 다른 나라와 좀 다르다. 이민정책을 펴지 않는 선진국에서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은 앞선 IT 기술을 활용해서 제조업을 첨단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이 제조업에 중심을 두고 IT 기술을 받아들이는 쪽이라면, 미국은 IT 기술의 활용 측면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새로운 시장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팩토리의 원천기술을 확보하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제공 쪽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선진국 3국이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조금씩 다른 스마트 팩토리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늘 그랬듯이 정부주도형 스마트팩토리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에서 목표를 정하고, 이를 각 기업에 전파하여 끌고 가는 형태다.

 

 

재밌는 건, 한국에서 스마트팩토리 정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라... 필요한 건 맞다. 대기업은 자기들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간주하니까.

 

 

그런데 스마트팩토리가 한 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노하우와 경험도 필요한데 중소기업에는 이런 기반이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필요성은 크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중소기업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자고 나서면 결국 나눠먹기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팩토리를 크게 4단계로 구분하는데, 선진국에서는 이미 4단계 움직임을 보인다. 4단계는 옵티마이즈드팩토리로서,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수요예측-생산결정-생산 까지 할 수 있는 단계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재 수준은 일반적인 자동화도 잘 안되어있는 상태이다. 이걸 스마트팩토리로 끌어올리려고 하면 2단계 정도까지나 겨우 가능할 것이다. 2단계는 커넥티드팩토리 라고 해서 공장과 공장을 연결하는 수준이다.

 

 

4차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하니, 이걸 정책으로 추진은 해야하는데 기존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묻어서 같이 하면 좋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 한국의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 정책일 가능성이 크다.

 

 

최신 트렌드를 명분으로 달아야 정부가 일하기도 좋고, 포장하기도 좋으니까. 하지만 그 결과는 아마도 용두사미형이 되거나. 기존의 자동화를 좀 더 가속화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건 한국의 스마트팩토리 정책이 수요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독일, 미국은 공급자 중심 스마트팩토리 전략이다. 공급자 중심이라는 것은 스마트팩토리의 산업표준을 만들고 원천기술 등을 팔아먹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공급자가 되기에는 많은 능력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이대로 정책을 펴게 되면 계속해서 정부가 외국의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사와서 민간에 뿌려주는 일만 하게 된다. 그러면 된건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니 정부는 할 일을 다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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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