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기/우리나라2017. 6. 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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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은 그 자체로 좋은 관광지이다.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하다. 순천 한 곳만 가도 좋고, 여건이 된다면 여수까지 묶어서 가기도 좋다. 순천-여수 2박3일 코스가 괜찮다. 내륙인 순천과 바닷가인 여수의 조합이다.

 

 

 순천의 전통적인 볼거리는 선암사이다. 순천 조계산에는 절이 둘 있다. 삼보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송광사. 그리고 선암사이다. 선암사가 관광지로는 더 유명한데, 경치 때문인 듯 하다. 순천 시내에서 선암사가 더 가까워서일지도.


 선암사는 절도 이쁘지만 선암사까지 들어가는 길이 참 예쁘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다보면 알쓸신잡에도 나온 돌다리가 반긴다. 승선교다. 이 다리 하나만 보더라도 선암사를 갈 가치가 있다.

 

 

 

 

선암사 입구까지 걸어가는 길은 아침이 제일 좋다. 이슬이 나뭇잎에 알알이 맺혀있는 길에 사람도 별로 없다. 아침에 천천히 이 길을 걸어가다가 승선교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순천만정원이 생긴 뒤로 순천에 좋은 숙소가 많이 생겼지만, 선암사 숲길을 즐기려면 선암사 밑에 있는 여관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걸어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좀 낡았지만, 밤이 되면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고즈넉히 산책하기도 좋다.

 

10여년 전에 선암사 밑 여관에서 묵었다. 9시 다 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늦은 저녁을 먹어야 했다.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평상에 앉아서 파전과 막걸리 등을 주문했다. 관광철이 아니어서 사람이 없었다. 식당주인은 남은 반죽이 많다며 큼지막하게 파전을 부쳐 내주었다. 물소리를 벗삼아 먹었던 파전과 막걸리의 정취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선암사로의 길을 가뿐하게 해주었다. 흔한 음식이지만 정취가 더해지니 더욱 좋았다.

 

순천은 흔한 음식 하나도 맛있게 만들 줄 아는 동네다. 알쓸신잡에 나온 병어회도 그렇다. 병어를 뼈째 썰어 내놓았을 뿐인 병어회인데도 그렇게 맛있다.

 

순천 식당 중 가본 곳은 진일식당, 대원식당 등이 있다.

 

진일식당은 기사식당인데 선암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다. 김치찌개를 파는데, 옛날식 두꺼운 후라이팬(이건 이렇게 써야 제 맛)에 끓인 김치찌개도 맛있지만, 한 상 깔리는 젓갈 중심의 반찬이 압권이다.

 

 

 

 

대원식당은 한정식집이다. 한정식은 보통 가짓수로 승부하기 마련인데, 가짓수로 승부하다가 정작 맛을 놓치는 일이 많다. 푸짐하지만 막상 먹으려면 먹을만한게 없다. 전국의 한정식집을 많이도 다녀봤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순천의 대원식이다.

 

가짓수가 문제가 아니다. 삼삼, 슴슴하게, 간이 세지 않은데도 음식이 하나하나 다 맛있는 집이 바로 대원식당이다. 꼭 한 번 가봐야한다고 추천한다.

 

 

 

순천에 새로운 볼거리인 국가정원을 안 가볼 수 없을터다. 간다면 가을에, 갈대가 쫘악 피어서 금색으로 물들었을 때 가서, 국가정원도 보고 순천만도 보는 게 정석이다. 여름에는 국가정원은 피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너무 큰데, 한참 걸어다니면서 봐야하는지라 여름에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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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나다니기/우리나라2017. 6. 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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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tv 프로그램이 나왔다. 맛집, 술, 수다를 좋아하는 내게 알쓸신잡은 축복과도 같은 방송이다. 네 명의 각 분야 입담꾼이 한 지역을 여행하고, 그 이야기를 술과 함께 수다로 풀어내는 방송이니, 좋아하지 아니할 수 없다.

 

알쓸신잡 1회는 통영편이었다. 여행가기 좋은 지역을 꼽을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곳이다. 여행하기 좋은 곳은 볼거리, 먹을거리, 이야기거리가 충분해야 한다. 통영은 세 기준 모두 보통 이상이다.

 

 

 

 

 

볼거리로는 통영 케이블카가 있다. 통영 케이블카가 지역 관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적이 있다. 지자체에 케이블카 설치 붐이 일었을 무렵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대표적 케이블카가 통영 케이블카여서 이 곳을 분석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통영 케이블카와 통영 관관객 증가 간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는 어려웠다. 제일 좋은 것은 통영 관광객을 대상으로 케이블카가 통영을 관광지로 선택하는데 미친 영향을 대규모 설문조사하는 방법이지만 그런 자료는 없었다. 간접적인 여러 자료(경남도 관광 현황 분석, 몇 가지 설문조사, 통영 케이블카 이용현황 등)를 바탕으로 살펴보았을 때 통영 케이블카가 통영 관광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은 어느정도 입증이 되었다. 케이블카 설치 이후에 관광객이 계속 증가하였고, 통영 관광 주요 코스에서 케이블카가 중심이었다.

 

통영 케이블카를 타보면 그럴만하다. 바다를 보면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통영 케이블카와 여수 케이블카 정도인데, 여수 케이블카는 최근에 생겼고, 통영 케이블카가 그동안 독보적이었다.

 

 

 

 

통영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역시 굴이다. 전국 굴 생산량의 80% 이상을 통영에서 책임진다. 생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무쳐도 먹고, 굴국밥이나 굴돌솥밥으로도 먹는다. 겨울철에 통영을 간다면 굴만으로도 2박 3일은 가뿐하다.

 

 

통영에는 졸복도 유명하다. 작은 복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해장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

 

이번 알쓸신잡에는 다찌집이 나왔다. 이게 예전에는 술을 시키면 알아서 안주를 내주는 개념이었다고 한다. 전주의 막걸리집과 같은 컨셉이다. 요즘에는 1인당 얼마씩 돈을 내면 안주를 주인이 알아서 내주는 스타일로 변하는 것 같다. 먹거리를 이것저것 충분히 먹기에는 요즘 시스템이 더 낫다.

 

다찌집이 통영의 일반적인 먹거리문화냐....라고 하면 애매하다. 적어도 관광객에게 익숙한 먹거리문화는 아니다. 전주의 막걸리집이 이제는 관광객으로 득실거린다면, 다찌집은 아직 그정도는 아닌 듯 보인다. 알쓸신잡이 방송되었으니 엄청 몰릴 것 같지만.

 

 

통영의 이야기거리로는 이순신과 박경리가 대표적이다.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곳이 여럿이고 건물도 있다. 박경리 기념관도 좋다. 토지나 김약국의 딸들 같은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통영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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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
앞으로 세상은2017. 5. 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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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실현되었을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든다.

 

한 사람이 10사람, 100사람 몫을 할 수 있다면, 자본을 투입하여 기계-인공지능을 쓰는 것의 생산성이 사람을 쓰는 것의 생산성보다 크게 높아진다면,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거론된다. 기본소득이란 재산, 능력, 처지에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개인에게 지불하자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일정한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다.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좌파에서 주로 주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무상급식 논쟁에서처럼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돈을 주자는 것이니까.

 

하지만 기본소득 논의에서는 우파에서도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부류가 있다. 이유는 다르다. 우파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부류는, 생산된 재화를 구입할 능력의 문제로 접근한다.

 

물건을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으면 기업은 망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공급은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물건을 살 사람은 줄어든다.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야 물건을 사지. 전직교육 등을 통해 일자리 재배치를 하자는 주장도 있고, 아예 기본소득을 제공하여 소비를 촉진하자는 주장도 있다.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것은 의외로 좌파, 우파가 쉽게 합의를 볼 수도 있다. 다른 이유로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예상되는 문제는 여전히 있다.

 

기본소득은 공산주의와 유사하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가 그러하고, 능력이 아닌 필요에 의한 분배 - 즉 분배의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결국은 많이 가진 자에게서 거두어들여 그렇지 않은 자에게 나눠준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공산주의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문제가 기본소득에서 반복되지는 않을까? 의문이 든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 국가부패도 있겠지만 - 필요한 만큼의 생산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을 하나, 적게 일을 하나 똑같이 분배받는다면 열심히 일할 요인이 부족하다. 나만 뭐하러 열심히 일해. 바보도 아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교육 등으로 정신무장을 시킨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주어진다고 했을 때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대되면 생산성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인간이 일을 안한다 하더라도 생산을 할 로봇-기계-인공지능은 있어야 한다. 새로 도입을 해야하고, 쓰던 것은 수리도 해야한다. 그런 비용을 누가 투입하지? 자본가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 인상은 필연적이다. 증세 없는 복지란 레토릭에 가깝다. 로봇세 도입 이야기가 왜 나오는데.

 

자본가가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면 생산성 유지-증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남들보다는 많이 벌기 때문에 자본을 투입하긴 할거다. 그러나 세금으로 많이 가져간다면 기본소득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자본을 그만큼 투입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 하에서 더 열심히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처럼 자본가도 적당히 자본을 투입하게 되지 않을까? 사회가 필요한 만큼 자본가가 자본을 투입할 이유는 없으니까.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인정해도,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 문제는 그 세금 인상이 사회에 필요한 만큼의 생산성 증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절한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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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world